Culture Essay 이승신의 詩로 쓰는 컬쳐에세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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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끼정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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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19.12.13 14:55



 
이끼정원                                                             2019 12 12 

 

 

이승신의 詩로 쓰는 컬쳐에세이

 

천년의 이끼 고케데라苔寺

 

 

이 곳은 스티브 잡스가 조용히 감상하고 간 곳이라 했다.

교토 사람들이 꼭 가보라고 내게 몇 번을 말해 준 유일한 곳, 고케데라苔寺였으나, 그 예약이 잠시 있는 방문객에게 간단치 않고 그것도 손 편지로 써 보내고는 꽤 기다려야 하기에 엄두를 내지 못했었다.

 

이끼 서식으로 이름난 정원이어 '이끼정원 苔寺고케데라' 라 불리우나 워낙은 1200년 역사의 사이호지西芳寺 절이다. 나라奈良 시대에 사찰로 되기 전에는 쇼토쿠 태자聖徳太子 별장이었다는데 정원을 지은 유명한 작정가作庭家 '무소 소세키夢窓疎石'가 다시 손을 보고는 사찰이 되었다고 한다.

 

교토의 볼 만한 수 많은 명소나 정원의 입장료가 보통 6백엔 많으면 천엔이라 해도 하루 몇 군데 들리게 되면 그것도 많아지는데, 이 이끼의 정원은 손 편지를 써 보내고도 한참 기다리다 하루 한 번만 볼 수 있는 팀에 뽑혀야 하고 입장료도 무려 3천엔을 했다. 여행지에서 이리저리 쓰다보면 생각지 않게 비용이 나가기 마련이어 티켓 3천엔은 여행객에게 작은 돈이 아니다.

 

결론부터 말하면 그러함에도 독특한 아름다움에 그만한 가치는 있다는 것이다.

 

손으로 써내는 것도 고어古語로 써야 했다. 21세기 디지털 시대에 천년 전 스타일을 고수하다니 첨단을 가면서도 그들은 동시에 그런 전통을 굳게 지키려 노력한다. 21세기에 이해못할 모습이지만 그렇기에 더한 매력이요 서양인들이 반하는 모습이기도 하다.

 

입장 3시 조금 전 도착하니 '유네스코 세계유산'이라는 대문 옆 큰 팻말이 나를 맞는다. 대문은 닫쳐 있고 하얀 꽃나무가 정원 깊숙이에 보이는 그 옆 작은 문으로 들어가니 놀랍게도 12월에 눈가루처럼 화안히 피어난 커다란 벚나무가 있었다. 잎이 떨어진 단풍나무 사이를 걸어 들어가니 늘어진 벚꽃 긴 가지들이 잔디 위로 살랑이고, 널찍한 잔디가 두터운 연둣빛 벨벳 이끼로 눈에 들어온다. 아 이 큰 공간에 이제 겨우 시작인데 한 겨울, 어느 곳에서도 보기 힘든 딴 세상, 신선함의 분위기를 감지하게 된다.

 

뽑힌 3백명이 고급스런 분위기에 맞추어 안내하는대로 얌전히 신발을 벗고 커다란 법당으로 들어가 좌식 책상 앞에 차분히 앉는다. 젊은 스님들이 고케데라의 역사와 배경을 이야기하며 성스러운 분위기를 조성하자, 무게있어 보이는 주지스님이 어디에선가 살풋이 등장하여 절을 하며 경전을 길게 암송한다.

 

어려서 나를 기르시던 할머니가 새벽에 외우던 바로 그 발음이다. 인도를 통하여 왔어도 우리가 6세기 일본에 전해준 불교는 우리 것이 되어 그 발음조차 같은 것을 느끼게 된다. 그걸 알아듣지 못하는 나는 작은 손책상을 앞에 두고 여러나라에서 온 앞뒤 좌우사람들과 바짝 붙어앉아 오랫만에 할머니 생각에 잠긴다.

 

스무 살 무렵 필요도 없었으나 그때 유행인 다이어트를 한다고 먹는 걸 줄이면 제발 잘 먹어야 한다고 애를 태우셨고, 대학 졸업하고는 사진을 들고 이층 내방으로 부지런히 오시어 이 신랑감이 집안이 아주 좋고~ 하며 이야기를 시작하면 그렇게 말하는 게 거슬려 마다했었다. 애지중지하시는 게 귀챦기도 했다.

 

하루는 국민학교 졸업 무렵 오시어 자기 동창 친구가 다 과부가 되었으니 경기 줄에 서지말고 여기 서야 한다고 내 팔을 끌어 이화 줄에 세우셨다. 6 25 당시에는 내 할아버지처럼 납치되거나 전쟁터에 나가 그리 된 것이 아니던가. '승신아 너 그 줄 아니야 이 줄이야~' 친구가 소리쳤었다. 그렇게 할머니가 예수 학교에 나를 넣어 주셨다.

 

그 생각을 하는데, 긴 금강경金剛經을 다 외우고는 각자 앞에 놓인 손 테블 위의 먹을 벼루에 갈아 붓으로 종이에 자기 나라와 이름, 생년월일 그리고 소원하는 것을 써 넣으면 기도해 주겠다고 한다. 교토는 대도시는 아니나 오랜 세월 수도여서, 일찍이 한국에서 불교를 받아들인 후 지금까지도 사찰이 크고 작은 것까지 하면 3천 개나 된다고 한다. 그 중 여러 개가 세계 관광객이 찾는 명소인데 붓과 먹을 주며 그들의 종교에 참여시키는 것은 처음 본다. 1시간은 됨직한 꽤 긴 시간이었다. 이끼를 어서 안보인다고 불만하는 이는 없었고 경건한 자세를 보였다. 기막힌 정원만 보이는 것보다는 그 공간의 핵심의 의미가 보이기도 했다.

 

잠시 생각하다, 새벽 4시마다 기도하시던 불교신자 할머니 덕에 크리스챤이 된 나는 '믿음 소망 사랑'의 성경구절을 먹물로 정성껏 소원으로 써 넣었다.

 

신발을 다시 신고 나와 그들이 인도하는대로 기대하던 이끼 정원이 본격적으로 펼쳐지는 곳으로 나아간다. 아 과연 장관이다. 120종이나 되는 이끼라는데, 12월 중순에도 저리 풋풋한 연둣빛으로 빛나니, 진짜 좋다는 5, 6월엔 얼마나 빛이 날까. 연못이 한 가운데 있고, 그들이 중시하는 마음 心자 모양으로 물 안에 섬들을 만들어 놓았다.

 

이끼 사이로 3 센치 폭의 가는 물이 길게 흐르고 키큰 나무 사이사이 만평 넘게 펼져지는 비로도보다 두툼한 이끼 잔디 여기저기에 빨간 열매가 보인다. 높낮이 있는 길을 오르며 죽 따라 가니 모습이 아주 생소한 가레산스이枯山水가 나오고 아직 지지않은 단풍나무가 운치있게 서 있다.

 

소리죽여 감탄하는 중국인들의 모습이 눈에 들어 온다.

철학적이며 동양 미학을 흠모하던 일찍 간 스티브 잡스도 여기에 분명 감동했을 것이다.

 

첫 대문 입구에 땅까지 늘어진 시다레자쿠라枝垂れ櫻 봄꽃을 보려면 3월 말이 좋겠고, 그 옆에 길게 늘어 선 여러 그루의 오색 단풍빛 사잇길을 걸으려면 11월에도 와야 하고, 이끼 빛이 제일 반짝인다는 6월에는 또 어떨까. 번거로운 손 편지 신청을 고어古語로 다시금 해야 하나.

 

무엇보다 금강경을 외울 때 떠오르던 못 뵌지 벌써 30년이 된 할머니 생각을 다시 해보고 싶어진다. 어려서 존재로 기쁨을 드렸으나 효를 못 드린 할머니, 미국에서 20여 년 떨어져 있었고 서울로 귀국하기 바로 전에 가신 장복순張福順 할머니 생각을 하며 연두 빛 별 세계 정원을 손녀 딸이 걷는다.

 

 

 

                        '할머니 미안해요'

 

                         자꾸만자꾸만 빌고 싶다

                         이제사 눈을 뜬 첫 손녀딸

                        '할머니 마음을 그땐몰랐어요

                         늘 계시는 줄로만 알았어요'

 

                         천년의 도시

                         천년의 정원

 

                         고케데라苔寺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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