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ulture Essay 이승신의 詩로 쓰는 컬쳐에세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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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양냉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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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19.09.16 15:18

 

 


                                                                                                           2019  9 1   

 

 

 이승신의 로 쓰는 컬쳐에세이

 

평양 냉면

 

 

지금 당신이 두 발로 어느 정도 걸어 다니고 있다면 진실로 감사해야 할 일이다.

일상에서 내가 서촌 동네를 걸었고 집 뒤의 인왕산 북한산을 오르고 바다를 건너서도 잘 걸어다닌 걸 당연하게 여겼던 것을 지금 뼈저리게 회개 반성 회개하고 있다.

 

지난 해 다쳐 장기 입원한 영향인가, 절제 않은 탓인가.

돌아보니 수 십년을 내가 서른 살인 줄만 알고 살아온 것이 떠올라 실소하며, 하늘이 이렇게 센 사인을 주어야 정신 차리게 되는가~ 한탄하고 있다.

 

감당하기 어려운 일도 있었고 무리한 탓도 있어 한 여름 허리 통증으로 꼼짝을 못하고 있다. 여간 고통고생이 아니다.

 

매일 나가 먹던 것이, 퇴원하여 집에서 3 끼 처리하려니 보통 일이 아니다.

꼼짝없이 집에만 있는데 누가 찾아 왔기에, 근처 냉면이라도 한번 가게 좀 붙잡아 달라고 하니, 설명해도 사정을 이해 못하는 그는, 아니 우래옥이라도 가야지 근처가 뭐냐 고 한다.

 

할 수 없이 기어서 차를 탔다.

우래옥又來屋이라~  을지로 좁은 골목 입구를 통과하니 옛 모습이 나온다.

지근에 있는 함흥냉면을 갔었지 우래옥은 실로 20여 년 만이다.

 

식당 입구에서 손님을 맞는, 귀가 잘 안들리는 노인이 60년 가까이 그 일을 하고 있다고 했다. 주차인들도 노인이다. 낡은 벽 한 켠에 1946년 개업이라는 글귀에 그 역사가 나온다. 손님이 없을만한 시간, 4시에도 30분을 오래 된 의자에 앉아 기다렸다.

 

내가 일본어를 모를 때에 '又來屋 마다쿠루야 다시오는 집' 이라고 하셨던 아버지와 함께 한 기억을 떠올리며 물냉면을 받아든다.

한 젓가락에 깜짝 놀랐다. 메밀국수가 기대이상 맛깔져서다.

 

평양출신 아버지 가신지 36년이 됬으니 오래 전 일이다. 우래옥과 강서면옥을 몇 번 함께 한 생각이 나는데 평양냉면 이야기를 맛깔지게 하신 생각이 나지 그때 먹은 맛이 특별하다 생각한 적이 없는데, 한 여름 제대로 못 먹어서인지 실제로 별난 건지, 그 맛에 감탄을 했다. 만 4천원을 받을 만하다. 

 

아버지가 하신 말을 떠올리면, 늦가을에 추수한 메밀로 만든 국수를 한 겨울 차가운 날씨에 뜨끈뜨끈 아랫목에서 얼음 띄운 동치미국에 말아먹으면 그게 그렇게 맛있을 수가 없다고 했다. 그때 맛본 냉면보다 아버지 이야기에 등장하는 그것이 얼마나 맛있을까 하던 생각이 또렷하다.

 

말하던 모습이 얼마나 환하고 빛나고 아름답던지, 가난하여 평양사범 30리 길을 매일 걸어 다녔다는 이야기와 겹치어 떠오르는데, 그에게선 가난했던 티가 나오질 않는게 신기했다.

 

아버지의 이야기는 늘 재미있었다.

평양과 만주이야기 중국이야기 1950년대 허허벌판 대한민국 초대 특허국장 (지금 특허청장)으로 워싱톤의 미국 특허청 Patent Office에 2년 계셨던(1957 58?) 이야기 등, 이야기 보따리가 무궁무진하고 어떤 이야기라도 하나같이 재미나게 하여 우리는 아버지를 무척 따랐다. 생각하면 그것이 나의 값진 자산이다.

 

그 생각을 하며 맛보는 우래옥 냉면이 차지고 맛나, 평양서 자랑하는 냉면이 과연 이보다 나을 수 있을까 싶고, 언제가 되어야 자유로이 평양가서 먹어 볼 수 있을까 하는 생각도 하게 된다.

 

그런가 하면 함흥냉면을 같이 자시던 함흥 출신 피터 현선생은 '에이 이건 함흥냉면이 아니야. 내 고향선 이렇게 안해' 하며 미식가로 어디서나 그러듯 타박하던 생각도 난다.

 

서울 우래옥은 오래간만이나, 생각하니 뉴욕과 워싱톤의 우래옥은 늘 갔었다.

70년대 80년대 90년대 맨하탄 한 복판의 우래옥은 고급식당으로 값도 서울보다 많이 비싸 특별한 때만 가는 곳이었고 야끼니꾸焼肉를 즐기는 일본인들이 많이 보였었다.

 

워싱톤 우래옥도 널찍한 공간이 늘 벅적이는데 불고기를 좋아하는 오바마가 앉은 자리라고 해 앉은 적이 있고, 지난 11월 나의 워싱톤 문학 강연 중 하나는 장소가 우래옥 홀이어 아니 왜 여기서 하냐 고 하니 강연 후 식사를 하기에 편리해 그렇게 한다고 했다.

 

30년만 같은 이 여름, 아직 잔서가 있으나 가을 냄새가 나고 있다.

6 7 8월 전 일정을 할 수 없이 캔슬했으나 이젠 좀 일어나 새로운 가을을 맞이했으면 하는 바램이 있다. 

 

힘겹던 한 여름, 옛 생각과 함께 한 서울 우래옥 냉면 맛이 기억에 남는다.

 

 

       고향 주소 주시며 '너는 갈 수 있어 달나라도 갈텐데' 아버지와의 마지막 대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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