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ulture Essay 이승신의 詩로 쓰는 컬쳐에세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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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경 너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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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16.02.22 13:04
 중앙일보  2013   4  17

 

 

   SUNDAY FOCUS

 

진솔한 마음은 국경을 넘어 전해지고

 

 일본에서  '위로의 시집'  펴낸 이승신 시인

 

 

   

종로구 필운동 90 “손호연 이승신 모녀 시인의 집에서 새 시집에 대해 이야기하고 있는 이승신 시인

거기엔 마르크 샤갈 작품 등 전시의 예술공간 더 소호와 손호연문학관, 손호연 단가연구소가 있다 

                                                                                            

                                                                                                                       사진    최정동

                

 

             눈으로 보이지 않지만

           가슴으로 느껴지는

            다친 그대의 가슴

 

 

           그대는
           더 크고 따뜻한 가슴이 되리라
           슬픔의 크기만큼

 

 

         삶에 나라에
        어찌 꽃피는 봄날만이 있으랴
        그러나 봄이 없는 겨울은 없다

 

 

        다시 시작이다

        살아남은 우리가

        위대함을 만든다

 

 

 

일본에서 출판된 시인 이승신의 "그대의 마음 있어 꽃은 피고"에 실린

일부다.  

이 시집에는 2011년 3월 11일 일본 도호쿠東北 지역을 엄습한 동일본 대지진의 참상 속에 고통 받는 사람들에 대한 위로와 고통을 딛고 미래로 향해 나아가자는 희망의 시 192수가 담겨져 있다  

책이 나온 곳은 일본의 아스카신샤飛鳥新社 ‘100세 시인’ 시바타 도요를 발굴해 일본 사회에 큰 반향을 불러일으킨 유명 출판사다
 

재난 발생 1년이 넘었지만 동일본 대지진의 참상은 현재 진행형이다

공식 집계된 사망자만 현재 1만 5900여 명 행방불명자가 3200여 명이다.  일본 정부는 피해액이 최대 25조 엔 약 345조원에 이를 것으로 추산한다. 후쿠시마 제1원전의 방사능 누출 사고고향을 등진 이들만 수십만 명이다



 

이 시인은 “재난을 지켜본 분이면 누구든 충격과 함께 가슴속 깊이 연민의 마음을 느꼈을 것”이라며 “저 역시 보도를 접하며 마음을 졸이다 어느 순간 그 마음이 시가 되어 쏟아졌다”고 말했다

그렇게 써 내려간 시가 250편에 달했다.  그의 절절한 시는 한일 언론에  동시에 알려졌다

지난 해 3월 27일자 중앙 SUNDAY와 일본 아사히, 산께이 신문에 그 시들의 일부가 실렸다


일본인들의 반응은 뜨거웠다.  이 시인은 “동경대학 총장, 학자들과 문인 등 유명인에서부터 보통 사람들에 이르기까지 절절한 감동과 감사의 뜻을 담은 많은 편지들이 왔다”며 “인간에 대한 진실된 애정과 연민의 마음이 국경  넘어로 전해짐을 느낀다”고 말했다


고른 192수가 지난 9월 국내에서 "삶에 어찌 꽃피는 봄날만이 있으랴"  <서촌>라는 제목으로 출간이 됐다.  이 책이 나온 뒤 반향은 더 커졌다.  책에는 한글 원본과

함께 일본의 단가短歌 형식의 일어로 함께 실렸다

모리 요시로森喜郞 전 일본 수상은 얼마 전 국회에서 이시인과 함께 한 시간 넘게

책장을 넘기며 시를 읊었다.  모리  수상은 “외국 시인이 이렇게 시를 지었다니 감동할 뿐이다.  이 시들은 교과서에 실려야 하고 많은 일본인이 읽어야 한다”며 즉석

에서 100권의 시집을 주문하기도 했다

 

지난 해 10월 동경에서 열린 ‘한·일 축제 한마당’ 행사를 찾은 최광식 문화체육부

장관은 축사에서 이 시인의 시를 인용하며 “이런 정신이야말로 두 나라가 공유해야 하는 대목”이라고 강조해 공감을 이끌어냈다.  축사가 끝나자 그 자리에 참석한 하토야마 유키오鳩山由紀夫 전 총리, 야마구치 나쓰오山口那津男 공명당 대표 등 여야 지도자들이 우뢰와 같은 박수를 보내며 공감을 했다

 

무토 마사토시 武藤正敏 주한 일본대사도 올 해 3월 11일 대재난 1주기를 맞아 한국의 기부자들을 초대한 행사에서 역시 이시인의 시를 인용하며 감사의 뜻을 표했다.  이승신 시인의 시詩가 두 나라 외교 관계에 적쟎은 기여를 하고있는 셈이다

반향이 컸던 데에는 시를 일본의 전통시인 단가로 번역했기 때문인 점도 있다 

한시에 상대되는 일본 고유의 시를 통틀어 와카和歌라 하는데, 단가가 그 대표 격이다.  5 7 5 7 7 음절 씩 모두 31자로 이뤄진 단가는 17자로 된 하이쿠俳句와 함께 일본인들이 가장 아끼는 문학 장르다. 일본인들이 정신적 지주로 가슴에 두며 "마음의 고향"이라고 부르기도 하는 단가를 대할 때의 느낌에는 사랑, 그리움, 애상 등이 고스란히 한 줄 시에 담겨진다

 

당연히 일본의 필수 교육 과정에 들어있고 어려서부터 유명한 단가들을 배우고

외운다.  단가를 짓는 시인을 가인歌人으로 부르며 대우한다

이 시인이 단가라는 형식을 취한 데에는 또 다른 이유가 있다 

그는 한국인으로는 유일하게 단가로 일생 창작 활동을 했던 손호연 시인의 딸이다.  일제 강점기 동경유학을 하며 일본 단가의 시성이라는 사사키 노부쓰나 佐佐木信綱에게 사사한 손시인은 귀국한 후에도 60 년간 2000편 이상의 주옥 같은 단가를 남겼다

 

그의 시집은 일본 고단샤에서 '무궁화' 라는 제목으로 6권이 출간되었고 1997년,

일본 아오모리靑森에 그의 시비가  세워지기도 했다

 

그러나 손호연 시인의 시가 국내에서도 주목받게 된 것은 2005년 6월 한·일 정상회담에서다. 고이즈미 준이치로 당시 일본 수상이 회담과 외신 기자회견에서 손 시인의 단가읊고 그 평화의 정신을 이야기한 것이

 

              절실한 소원이 나에게 하나 있지 다툼 없는 나라와 나라가 되어라

 

   한 줄에 무게 있게 양국 우호를 바라는 심정을 담은 시다

    이 시인은 “어머니는 단가의 뿌리가 백제와 신라의 향가로 우리나라에서 전해준

것으로 보고 일생을 3백 년 된 한옥에서 우리의 정서를 시라는 형식에 담으셨다”

고 했다 

그는 1998년 일왕이 주재하고 NHK에 생중계되는 단가 낭송회인 신년어전가회

新年御前歌會에 외국인으로는 처음 대가의 자격으로 초청받아 한복을 차려 입고 참석기도 했다 

 

그러나 이 시인은 단가의 뿌리를 이야기하는 것보다 더 중요한 것은 그  시 속에 

보편적인 인류애를 담는 것이라고 한다

그는 “우리 나라가 면적이나 인구, 경제력, 군사력으로는 대국이  되기 어렵다"

“그러나 우리의 마음과 생각의 크기를 키우면 그게 결국 나라의 리더십이 되고 

우리 나라의 크기가 되는 것이라고 본다”고 말했다

그런 마음을 표현하는 방식으로 문학이 핵심이라는 게 이 시인의 생각이다

처음부터 일본과의 외교를 생각하며 시를 지은 것은 아니다

이 시인은 “어머니라면 이웃 나라의 재난에 가슴 아파하며 진심을 담은 단가 한 줄로 그들을 위로했을 것이라는 생각에  제가 시를 통해 표현해 본 것”이라며 “일본 사람의 뜨거운 반응을 보며 결국 진실된 마음은 국경을 넘어 전달되는 것이라는 다시한번 깨닫게 되었다”고 말했다


그렇게 일본에서 출간하게 된 이번 책은 일어로  번역된 방식이 전혀 다르다 

단가로 쓰게 되면 글자 수와 운율에 맞추게 되고 현대 일어에선 쓰지 않는 예스

러운 표현이 많아지게 된다.  그래서 이번에는  현대 일어로 만들었다

젊은 독자들에게도 널리 읽히게 하기 위해서다

두 권 다 지난한 번역 작업이었다 

“소셜 네트워크 서비스 SNS를 타고 지구는 이제 더 좁아졌고 어디에 있건 인류

모두 '하나의 가족'이라는 자각이 필요하다”며 “우리의 진실된 마음을 시詩라는

하나의 언어로 바꿀 때 거기에 애정과 혼이 스며들어 있다면 그것이 결국 만국공용어가 되는 것”이라고  '세계 유일의 모녀 시인'의 딸은 힘주어 말했다 

 

 

                                                                                                           

                                                                                                                 2013   4   8    이승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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