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승신의 컬쳐에세이 2013 5 31
가 지 치 기
계절이 오면 내가 사는 서울 곳곳에 가로수들을 가지치기 한다
그런데 그게 얼마나 무지막지하게 무자르 듯 툭 자르는지 살아 있는 생명에 대한 미안함도 이루 말할 수 없을 뿐 아니라 대단한 예술 감각이 있지 않더라도 보기에 흉하고 민망하다
오래 살다 온 미국도 그렇고 가까운 일본에를 가도 가로수로 우리와 비슷한 플라타나스나 버드나무를 쓰는데 나무를 배려해 가지치기를 한 이런 모습은 모양이나 가지 하나하나를 자르는 모습과 공들이는 정성이 아름다워 감탄을 한다
내가 발을 딛는 보도 블럭도 미세한 차이지만 세심하고 꼼꼼한 정성이 누구나 그 다름을 곧 느낄 수 있다 거리의 격과 가치가 달라짐은 물론이다
미국과 프랑스에서 글과 칼럼을 수 십년 써오신 피터 현 선생은 조국이 그리워 왔다가도 서울의 길이 싫어 간다고 예정보다 일찍 프랑스로 가버리신다
우리는 언제가 되어야 같은 나무 가지치기라도 좀 더 세심하게 생명을 아끼는 마음으로, 보기에 아름다운 모양으로 정성을 들이게 될까
도쿄 도심 심바시의 플라타나스 나목. 정성스레 가지치기를 하는 모습이 예술이다 - 2013 4 15
서울 집 근처 매해 이렇게 잘리는 청운동의 가여운 플라타나스 - 2013 4 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