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 오는 Chateau de L'Islette 2014 6 29
이슬렛성 Chateau de l'Islette
조각가로 세상에 가장 많이 알려진 로뎅 Auguste Rodin을 주로 미국에 살며 보았지만 내가 실제로 그에게 가슴에 와닿는 큰 감동을 받은 것은 러시아 쎙 뻬쩨르부르그의 에르미타쥬 미술관에서다
그렇게 끝도 없이 큰, 온갖 것을 다 모아놓은 미술관이나 박물관은 흥미없이 걷다가 어서 나오고만 싶은데 몇 층에서인가 아담한 조각대 위 하얀 거친 돌 상부, 그 속에서 솟아오르 듯 나오고 있는 포옹한 남녀 한쌍이 내 발을 멈추게 했다 그가 한 말이 생각나서이다
'조각이란 만들어지는 것이 아니라 돌 속에 이미 들어있는 걸 드러내는 것이다'
그렇다 그건 획실히 이미 그 안에 있는 조각을 작가가 필요 없는 돌을 부스러뜨려 긁어낸 것이다 와 그런 느낌을 분명히 주고 있다는 게 감동이었다
피터 현 선생이 머무는 르아르 밸리는 파리 전의 옛 고도답게 성 Chateau가 많았다 그 중 하나가 이슬렛 작은 마을의 로뎅이 애인 까미유 끌로델 Camille Claudel과 4년을 살며 사랑의 열정 속에 많은 작품을 함께 만든 곳이다
나는 아직 못 본 영화 '까미유'로 많이 알려져 있지만 이미 세상에 유명해진 로뎅이 천재라고 일컬어지는 그의 여성 조수, 까미유와 일을 했는데 소문에는 로뎅의 유명한 작품 거의가 그 천재 조수가 만들어 냈다는 것이다
진실은 알 수 없으나 비 속이었고 2대 째 살고 있는 현재의 젊은 성주가 로뎅의 그 로맨스 집을 아름답게 꾸며 최근 일반에 공개했다 불어 해설을 다 알아들은 것은 아니나 현재 오너의 사진들과 함께 가구 옛 인테리어와 현대식 인테리어 침실, 부엌 등 어느 성보다 현대 감각이어서 상쾌하다
드넓은 정원에 연못과 강이 흐르고 색색의 장미 꽃향기가 유난히 감미롭다 어디선가 로뎅과 까미유가 튀어나올 것도 같다 로뎅을 기다리며 쓴 까미유의 애달픈 편지와 그에게 끝없는 영감을 주었던 그녀가 만든, 정신이 번쩍들게 하는 소녀 대리석 얼굴도 놓여 있다 그들의 격정적 사랑의 스피릿이 넓은 성안 공기에서 지금도 느껴진다
그 사랑의 스토리와 감성에 접하고 나면 누구나 로뎅의 작품을 다른 눈으로 보게 될 것이다
그것이 파리에서 '뮤제 로뎅'을 찾은 이유다 이리저리 찾았는데 전날 프랑스 대사를 만난 우리 대사관 바로 옆이 아닌가
또 비가 왔고 파리 한복판, 너른 정원을 품은 뮤제가 다시 나를 맞는다 알맞은 건물 규모에 로뎅의 알짜 작품들이 있고 그가 일찌기 초기에 그린 유화 작품들이 선을 보이며 세계인들이 비 속에서 서울의 토속촌 삼계탕 집 만큼이나 긴 줄에 서 있다
마침내 그 안에 들어가게 되면 그들은 느낄 것이다
삶과 사랑을 예술로 승화하여 경건하기까지 한 그 작품들을 일생 구상하고 손으로 빚어 남기고 간 것이 감사하다는 걸 그걸 일찌기 알아보고 하드웨어를 이리 아름답고 품위있게 하여 예술가의 깊은 에스프리를 이어주며 세계에 내보이는 그 정부의 안목과 문화 전략의 디테일이 감동이라는 걸
촉촉한 벤치에 앉아 멀리 있는 분단된 내 조국의 공기와 문화를 새삼 생각해 본다
이 삶에 우리의 생명에 이미 새겨져 있는 조각은 무엇일까
숨쉬는 순간마다 어느 손 하나 있어 이기적인 알맹이 연약함 사악함 두려움
모든 쓸모없음의 알맹이들을 바스러 뜨려
최후에 드러날 눈부신 그 모습 에 이렇게 감동할 이 누구인가
로뎅과 까미유 끌로델, 그 사이 조각이 이슬렛 성에 있는 까미유 작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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