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4 2 24
Send in the Clowns
이제는 막이 내렸다 아직 생일이 안되어 만 23살 빙상에선 많은 나이라고 하나 겨우 23살에 그런 성숙함이 나올 수 있다는 게 믿겨지지 않는다 그의 연기가 우아하다 아름답다고 하지만 성숙함이란 훈련으로 연습으로 나오는 게 아니기 때문이다
언젠가 외국 기자가 아이스 링크도 제대로 없고, 스승도 제대로 없고, 같이 뛸 라이벌 선수도 없는 피겨의 불모지 나라에서 이런 선수가 나왔다는 걸 한국 국민은 영광으로 여겨야 한다 라고 하는 걸 듣고 고개를 끄덕인 적이 있다
고행과 인내해야 하는 수행이 얼마나 컸으면 그런 성숙의 깊이가 그 나이에 나오고 온 세계가 틀림없는 금메달이라고 했는데 이상한 편파 판정으로 상상도 못한 다른 빛깔의 메달을 목에 걸고도 그런 의연함을 보일 수 있는 걸까
마치 서로의 나라처럼 빙판의 라이벌이었던 일본의 국민 영웅 아사다 마오도 은퇴하는 날 기사에 2년 전 타계한 어머니의 묘소를 찾아 다짐을 했고 러시아 출국 날엔 모녀의 추억이 서려 있는 단골 요리집을 홀로 찾아 마음을 다 잡았다는 걸 보며 아 - 그도 누군가의 딸이었구나 하는 마음이 들었다
상상할 수 없는 인간의 그런 고뇌와 어려움을 견디어내고 연습의 연습, 도전의 도전을 거듭하며 다져진 성숙함일 것이다
나는 그 분야의 전문가가 아니지만 오래 전에 하나 깨우친 게 있다면 발레나 스케이팅처럼 몸 동작으로 하는 예술은 아주 자연스럽게 힘이 하나도 안든다는 것처럼 하는 것이 고수라는 것이다 멋지게 하고도 애쓰는 것처럼 보이면 그것은 하수인 것이다 그런 면에서 연아는 관중이 바라볼 때에 어렵다는 걸 전혀 눈치 못채게 물이 흐르듯 지극히 자연스러운 기술과 농익은 연기를 보임으로 최상의 우아하고 아름다운 모습으로 비쳐지는 것이다
그러나 그 모든 것에 더해 나는 이번 선곡에 마음을 다시 빼았겼다
"Send in the Clowns 어릿광대를 보내주오"
삶의 한 단면을 보이는 가사와 멜로디가 일품인 노래다
Isn't it rich? Are we a pair?
Don't bother... they are here
멋지지 않아요? 우린 콤비지요? 당신은 어디에
움직일 수 없는 사람 어릿광대를 보내줘요
내가 그간 찾았던 게 당신이었다는 걸 알았어요 어릿광대가 있어야 해요
아 됬어요 ... 여기 있네요 ~
놀라와요 ! 당신이 내게 느꼈던 걸 내가 당신에 대해 마침내 느끼게 될 줄을 어느 누가 알았겠어요? 그런데 그게 하필 당신이 가버린 지금일 줄이야
멋지지 않아요? 이상해요?
어서 보내줘요
20 여년 전 워싱톤에 있을 때 버지니아의 월프 트랩 Wolf Trap 야외 극장에서 Judy Collins가 노래한 Send in the Clowns 를 초여름에 바라보았다 브로드웨이 뮤지칼 "Little Night Music"에 나오는 노래로 떠나간 사랑을 그리워하며 슬픔에 잠긴 여배우가 무대에 오를 수가 없어 자기대신 무대에 서 줄 어릿광대를 보내달라고 하는 가사의 곡이다 세계에서 여러 가수가 불렀지만 그녀의 버전이 가장 멋졌다 슬픔을 진정한 아름다움으로 승화한 시와 곡 그리고 마치 자신의 삶인 듯 그의 깊은 표현이 많은 이들을 빨려들게 했다
그리고 8 년 전 뉴욕의 카알라일 호텔, 다이아나 공주가 묵었고 아직도 하는지 모르겠지만 우디 엘렌이 월요일 밤마다 클라리넷을 부는 것으로도 유명한 1층 레스토랑에서 그의 노래를 다시 들을 수 있었다 그는 여전히 주위의 공기를 압도했다 큰 눈과 금발 머리 그리고 꿈결같은 독특한 소리가 지금도 들려온다
그 후 어디서건 그 선율이 들려오면 가슴이 울려 왔다 몇 해 전 파리의 골목길을 혼자 걸을 때도 나는 발길을 멈추고 섰다
그 애련한 사랑의 시와 구름 위를 넘나드는 듯한 멜로디에 스케이팅 연기를 합한다는 건 상상할 수 없는 일이었다 그걸 연아가 들고 나왔고 그 애잔함의 깊이를 성숙하게 표현하여 스포츠와 연기와 음악이, 가슴에 들려오는 시로 하나가 된 예술의 탄생을 저마다의 기억으로 세계가 바라본 것이다
신의 경지라는 소리가 들리지만 그것은 '스스로 돕는 자를 돕는' 하나님이 함께 하신 것이라는 생각이 든다
행복했지만 내가 딸이 있다면 그 대단한 영광과 행복을 위해 그런 혹독한 훈련을 시키고 싶지는 않을 것 같다
그의 발과 발목 무릎 허리 척추 관절이 성한 데가 없다고 한다 1 8년을 시계 반대 방향으로 수도 없이 돌았기 때문이다 몸은 왼편으로 10도 기울어졌고 하이힐도 신을 수 없다고 한다
젊으니 그래도 회복될 수 있지 않을까 간절히 바라며 그 여린 어깨에 무겁게 지워졌던 짐을 이제 내려놓고 그 몸과 마음이 푹 쉬기를 바랄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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