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ulture Essay 이승신의 詩로 쓰는 컬쳐에세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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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집 가신 어머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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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14.02.07 08:52

 

 

이승신의 시로 쓰는 컬쳐에세이 Culture Essay
 
 
 


 
                             시집 가신 어머니
                                                                                                                                  11   22   2003

어머니의 가장 최근 시에

                           팔십된 아내도 괜찮은가요  그대를 만날 날은 다가오는데

예순에 그대 보내고 팔십에 시집가신 어머니
감사하고  감사하고  감사해요
그리고 미안해요

엄마 맘 태우고 맘 아프게 해드린 것 미안해요
시를 지으시고 이야기 해 주시려면 귀챦다고 잘 듣지 않은 것 미안해요
깊은 마음 속은 헤아려 드리지 못하고 밥과 블라우스 반지나 사드린 것 미안해요
엄마의 외로움과 힘겨움, 어느 날 아버지를 북으로 납치당한 것과 갑자기 남편을 잃은 원통함들 다 못 알아드려서 미안해요

사는 게 힘들고 어렵다고 불평 원망한 것 미안해요
어려운 일을 의연히 잘 참고 넘기기를 바라시는데 그렇게 잘하지 못해서 미안해요

             가다가 멈추고 뒤돌아 보는 인생  다투지 않아도 될 사소한 일을 다투었네

이 시를 번역해 가면서 그렇지  깨우치고도 그러고도 수없이 다투어 온 것 미안해요
 
                  절실한 소원이 나에겐 하나 있지  다툼 없는 나라와 나라가 되어라


아직도 한국과 일본은 전 세계는 다투고 있어요

         막상 갑자기 닥치면  남길 말도 떠오르지 않아  형제야 자매야 사이좋게 지내어라

엄마의 소원들 다 못들어 드려서 미안해요
책 서문에 같이 나눌 시 동무 하나 없이 외롭게 생을 다 하는 건 아닌가 하시던 어머니
이제사 그 책을 읽고 한국의 유명 시인이 전화오고 엄마 오래 사신 유택에 와서 문학 코너 둘러보고 장호원 생극리 극락의 마을 산위에 여러 시인들과 꽃다발 들고 와 인사하겠대요
특별한 현판도 부쳐드리고 남산에 있는 ‘한국 문학의 집’에서 ‘손호연 문학의 밤'도 가지고 손호연과 손호연의 시를 알리겠대요

뭐든 원하는 것을 말하래요
혼자 고독하게 한국에서 평생 시를 써오신 어머니
하나님의 그 시간표가 엄마 가신 다음 날이어서 미안해요

얼마 전 세브란스 신장 투석실에서 피를 가시는게 가엾어 재미있게 해드리려고
엄마 -‘설국’을 쓴 가와바다 야스나리’는 일본에서 아무도 안 알아 주다가 불란서에서 번역되어 나오니까 후에 노벨 문학상까지 받았대요  엄마가 노벨상을 받는다면 노벨문학상일까 노벨평화상일까? - 난 정말로 웃길려고 한 말인데 엄마는 반듯이 앉아 한참을 골똘히 생각하시더니
“ 평화상이지 ”

아 -  그 순간 난 깨달았지요
엄마가 그간 해온 건 시가 아니었구나  마음의 표현을 있는 그대로 했더니
그게 시가 된 거로구나

엄마의 엄청난 사랑과 평화의 마음  하나님이 주신 그 인류보편적인 사랑과 평화의 메시지가 온 세상에 잘 전해지도록 도와주세요

어머니 아버지 땅 깊-이 빈 손으로 묻히는 거 보았어요
엄마 -
물어볼 것도 많은데 이젠 이 땅에서 고아가 되었네요

어떻게 얻은 인생인데 ..
이젠 정말로 의미있고 가치있는 일을 하고 엄마가 기뻐할 일만 하게 해 주세요

                     그대여  나의 사랑의 깊이를 떠보시려  잠시 두 눈을 감으셨나요




엄마의 애끓는 사랑의 결실로 아버지 가신 날 합장하신 어머니

엄마가 안보여서 잠시 많이 울었지만 하나님 만나고 아버지 20주기 날에 예쁜 연분홍 찔레꽃 빛 웨딩드레스 입고 엄마가 시집가서 기뻐요

                     작별 인사도 없이 그대와 헤어졌노라  그 흔한 작별 인사도 없이

엄마가 그 말로도 다 할 수 없는 투병에도 나 때문에 빨리 눈 못감으신 거 다 알아요
엄마 - 이젠 뭐든 잘 할 수 있으니까 제 걱정은 하지 마세요

엄마 사랑해요  미안해요 그리고 감사 감사해요



                                                             엄마의 큰 딸 李承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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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목록

이복희님의 댓글

  • LV 1 이복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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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마음이 정결하고
    아름답게 사신 손호연 시인님은 진정 평화의 사도 이셨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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