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ulture Essay 이승신의 詩로 쓰는 컬쳐에세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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엔도쿠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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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17.05.10 08:34

 

 


 

  이승신의 詩로 쓰는 컬쳐에세이 

 

 

 네네의 엔도쿠잉 圓德院

 

교토의 매력과 역사 전통의 냄새가 잘 배인 길 하나 이름이 네네노미치 'ねねの道' 다.

기온祗園에 가까운 히가시야마東山에 있는 비교적 짧은 길인데 오래 된 돌로 깔려있는 사랑스런 길로 그 길은 언제나 세계에서 온 사람들로 붐빈다.

 

꽃철에는 그 길을 따라 사쿠라가 피어나 아름답고 거기에서 우리나라로 치면 불국사 쯤 되는, 관광객이라면 누구나 찾게 되는 청수사淸水寺로 오르는 니넹자카 산넹자카로 이어지며 길 양쪽에 찻집이나 이런저런 어여쁜 가게들이 늘어서 있지만 무엇보다 세계인이 네네노미치로 몰리는 이유는 거기에 큰 지역을 차지하는 도요토미 히데요시 豊臣壽吉의 집인 고다이지高帶寺가 자리하고 있기 때문이다.

 

고다이지는 정확히 말하면 도요토미 히데요시豊臣壽吉가 죽고 그의 부인이 남편을 위해 기도하는 집과 정원으로 지은 집이다. 사람들은 도요토미 히데요시의 집이라 하면 거기에 그가 산 줄 알지만 그 곳에 산 적은 없다. 일본 역사를 조금이라도 접한 세계인이라면 도요토미 히데요시

豊臣壽吉의 명성을 알 것이고 집과 언덕의 오르내림을 잘 활용한 아름다운 정원이 교토의 역사 깊은 명소여서 방문을 하게 된다.

 

그 집을 지은 부인 이름이 '네네ねね'이고 그의 이름을 따서 지은 길 이름이 네네의 길 '네네노미치ねねの' 일 것이다. 지난 해부터는 그 길에 붙쳐진 큰 포스터에 커리커쳐로 도요토미 히데요시 부부가 칼러풀하게 그려지고 '세계 최초의 여성 건축가 네네ねね' 라고 쓰여져 있다. 16세기 초, 지금은 2만여 평으로 줄었으나 당시 10만여 평 규모의 큰 집과 정원을 조성한 여성이니 틀린 말은 아닐 것이다.

 

그 길을 마주하여 고다이지高帶寺 바로 앞에 그 규모와는 비교가 안되게 작고 검소한 엔도쿠잉 圓德院이 있다. 도요토미 히데요시豊臣壽吉의 사후, 그를 위한 기도의 집을 짓고 그 앞에 자신이 짓고 살았던 집의 이름이다. 고다이지에 들어가는 입장료는 6백엔, 네네ねね의 집인 엔도쿠잉과 미술관까지 함께 하면 9백엔으로 할인이 되는데 볼 곳 많고 바쁜 관광일정에 엔도쿠잉이 빠질 수도 있지만 나는 할인티켓을 들고 양쪽을 꼭 다 본다.

 

그것은 엔도쿠잉의 첫 방문 때문이다.

1592년, 우리를 침략한 도요토미 히데요시이나 네네ねね의 남편을 위한 기도와 정성이 갸륵하고 그때가 11월 말이었던가. 고다이지의 너른 정원을 언덕받이까지 오르며 구석구석 그 디테일에 감탄을 한 후, 들어보지는 못했으나 손에 쥔 티켓이 있어 바로 앞집 엔도쿠잉을 들어갔었다.

 

들자마자 이제는 제법 많은 정원을 보았다고 입구의 아담한 가레산수이 정원을 슬쩍 보고는, 좁은 복도를 지나며 오래 된 다다미 방들을 속성으로 지나쳤다. 그리고는 얼마 가지 않아 마지막 방의 확트인 다다미 방과 거기에 이어진 툇마루에 다다르게 된다. 아 그때 마주한 안 정원의 붉은 단풍잎이 밤 조명에 비추인 광경이란, 실로 신비로움이었다. 숨이 멎는 듯 했다.

 

그 담장너머가 바로 수 많은 세계인이 가득 메우고 걷는 네네ねね의 길인데 담장 안 겨우 몇 그루의 나무와 바위의 작은 정원은 태고적 고요함을 깊이 불러일으키고 있었다. 툇마루와 다다미 경계의 그 자리에 한참을 그렇게 앉았었다. 담을 훌쩍 넘은 앞집 고다이지의 키큰 나무 잎이 남빛 밤하늘을 배경으로 슬쩍 보인다.

 

고다이지, 그 최상의 정원을 보고 티켓 구석에 적혀 있던 엑스트라 집 하나를 덤으로 본다는 생각에 기대를 하지 않아서인지 모르겠으나 그 후 고다이지에서 나오면 놀라던 그 순간이 떠올라 발길이 앞집 엔도쿠잉을 향하게 된다. 눈으로 보지 않은 걸 상상한다는 것은 어려운 일인가, 다른 철에 함께 한 분에게 그 놀라운 광경을 설명하면 잘 못알아들어 11월 말에 스스로 보기를 권하게 된다.

 

단가 시인의 초상화와 단가 한 수를 새긴 36개 액자가 걸려 있는 작은 방도 아주 인상적이다.

언젠가 천왕의 궁이 불이 나 천왕이 몇 해 머물었다는 쇼렝잉 靑蓮院과 시인의 정원인 시센도 詩仙堂에도 36분의 시인 초상과 단가 시 한 수가 새겨진 액자들을 보았으나 남겨진 어떠한 유적과 유물보다 인간 마음의 핵심을 표현한 시를 새긴 것이 후에 가장 귀한 유물이 되는 것을 본다.

 

병풍처럼 둘러선 부드러운 능선의 히가시야마東山 산을 배경으로 한 밝은 곳에 고다이지와 엔도쿠잉을 지어 17년을 기도하며 살다 간 '네네'의 흔적을 보면 그가 격이 있는 시인이요 예술가요 건축가 임을 알 수 있다.

 

거기에 천년의 도읍, 교토京都의 가장 매력적인 길 이름으로 남아 그 돌길을 밟는 세계인이면 누구나 네네ねね가 걷던 길을 걸으며 그의 이름을 새기고 4백년 전 사랑한 한 남자를 위해 탁월한 건축과 아름다운 정원을 지어 기도했던 그 여인을 자연스레 떠올리게 될 것이다.

 

 

 

 

 

 

도요토미 히데요시의 처 '네네' 의 터,  엔도쿠잉

 

네네의 길  - 교토 히가시야마 2017  4  6

 

'네네노미치' 길이름을 새긴 돌판

 

  '네네노미치' 네네의 길, 우편이 엔도쿠잉 입구  - 교토 히가시야마東山  2015  5  30

 

안 정원의 봄 야경  -  교토 엔도쿠잉   2015  4

 

 입구  가레산수이 정원의 봄 야경  - 교토 엔도쿠잉   2017  4  6 


 엔도쿠잉 입구의 늦가을 가레산수이 정원  - 교토  2016  12


36인 단가시인의 단가와 초상화 액자가 걸린 방  - 교토 엔도쿠잉  20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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