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ulture Essay 이승신의 詩로 쓰는 컬쳐에세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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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꾸시샤 落枾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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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17.01.06 16:48


 

 
                                                                                                                 2016  12  18 

 

 

라꾸시샤 落枾舍

 

라쿠시샤落枾舍 는 하이쿠俳句 시인 무카이 교라이 向井去來 1651-1704 의 집이다.

그는 마쯔오 바쇼芭蕉 1644 -1694 의 수제자이다. 바쇼芭蕉는 하이쿠의 전설적인 명인으로 '서일본의 하이쿠俳句 일인자는 교라이去來 이다' 라고 쓴 적도 있다. 그가 칭송한 제자 교라이의 집, 라쿠시샤 (The cottage of the fallen persimmons) 는 아라시야마嵐山에 있다.

 

아라시야마는 교토에서 전철과 전차로 한 30분 걸리는 곳에 있는데 아라시야마

산 앞으로 가쯔라桂 강이 흐르고 그 강에 도게쯔쿄 渡月橋 라는 긴 다리가 걸쳐져 있다. 도게쯔쿄'달이 건너는 다리' 라는 뜻으로 해진 저녁, 산과 강 위로 떠오른 달을 보면 마치 그 달이 살살살 강을 건너는 듯 해, 미소가 지어지는 그럴 듯한 작명이다.

 

산과 강을 낀 대단한 관광지인 아라시야마에서 텐류지天龍寺 라는 유명한 사찰에 접한 우람한 대나무 숲, 치쿠린竹林을 지나면 노노미야 野宮신사가 나온다. 그 곳을 지나 우편으로 가면 뜰에 옛 천왕들의 단가 시비들이 서 있고 바로 그 앞에 가로지른 열차 선로를 건너면 색다르게도 고즈넉한 평원이 나온다.

 

아라시야마 전 마을에 상점이 많고 음식점도 많고 관광객이 엄청 많다가 갑자기 인적이 드물어지고 평안한 시골 풍경이 나오는 그 곳이 참 마음에 든다. 사가라는 마을이다. 거기에 두어개 사찰로 오르는  길이 나오고 다시 우측으로 꺾어지면 왼편에 사가천왕의 딸인 소헌昭憲 황태후의 시비가 있고 바로 그 옆에 라쿠시샤가 있다.

 

사전지식 전혀없이 걷다가 낮은 대문에 고개를 숙이고 발을 들여놓는데 머리 위로 붙쳐진 집 이름이 특이하다. 그대로 보면 '떨어진 감의 집' 이라고 해석해야 할까.

 

아담한 초가집이 사랑스럽고 고즈넉한 게 옛 시인의 글방답다.

이 집에 하이쿠의 성인으로 불리우는 마쯔오 바쇼가 멀리서 와 머물고 그의 제자들이 모여 하이쿠를 지었다는 곳이다. 

 

단정히 다다미가 깔리고 하이쿠와 글이 쓰여진 병풍이 있고 방랑에 썼을 법한 삿갓이 보인다. 열려진 미닫이 뒷문으로 정원이 살짝 보이고 거기에서 딴 꽃으로 단장한 꽃병이 보인다. 다다미 몇 장의 한평 두평의 어여쁜 방들이다.

 

시인의 작은 집 옆으로 예쁜 정원이 펼쳐진다. 철쭉에 모란, 등나무 그늘이 있고 크고 작은 잘 가꾼 나무들이 있다. 지난 해 들렸을 때는 여름이었고 이번에는 늦가을, 아 거기 감나무에 주홍빛 감이 하늘 높이 주렁주렁 달려 있는게 보인다.

 

받아든 팜플렛을 보니 사연은 이랬다. 

뜰에 40여 그루의 감나무를 기르던 시인 교라이는 어느 가을 날 그 많은 감들을 팔기로 계약을 했다. 그러나 바로 그날 밤 태풍이 몰아치며 새벽에 그 감들이 모두 다

땅에 떨어져 버렸다. 그 아침 그것을 바라본 시인 교라이는 거기에서 커다란 깨우침을 얻게 된다. 그것이 '감 떨어진 집' 라쿠시샤 이름의 내력이다.

 

섬세한 그 시인은 낙망의 그 아침 과연 무엇을 깨우쳤을까.

상질의 많은 감을 팔아 큰 돈을 마련하여 초가지붕도 수리하고 월동을 나며 다음 해 식솔들을 먹이고 삶과 일을 꾸려 가려던 계획이 하필 그날 밤 감이 다 떨어져버려 수포로 돌아갔으니 그 심정이 어땠을까.

 

생각지도 못한 낭패를 당하며 낙망과 절망으로 앞길이 막막하고 처참했을 것이다. 

계획을  철석같이 세운다 해도 삶의 한치 앞이란 알 수 없는 일이라는 걸 뼈져리게 깨우친 것일까.

 

라쿠시샤를 두번째 들린 그 날도 비는 내리고 있었다. 우비가 없어 비를 맞으며 그 강렬한 주홍빛 감들을 올려다 보았다. 그리고 그 시인이 매달린 많은 감들을 바라봤을 때의 희망과 그 새벽 몽창 다 떨어져버렸을 때의 비참한 심정을 생각해 본다.

 

시인 교라이가 감이 떨어진 순간 깨우침을 얻었다는 글을 본 바로 그 순간, 내게도 깨우침이 왔다. 무엇이든 하늘의 손에 달렸다는 깨우침과 순종 겸손을 생각하며 무너진 의지를 다시 곧추 세웠던 힘겨운 시간, 그는 전혀 생각지 못한 일이었을 지도 모른다. 300년 후 이 사가 작은 마을에 감이 떨어진 그 스토리에 세계의 많은 사람이 감동하여 찾아오고 17음절로 된 '세계에서 가장 짧은 시' 하이쿠를 사랑하는 사람들의 '순례의 집'이 될 것이라는 미래를.

 

참으로 아름답고 눈물겨운 역전의 스토리이다.

어려움에도 그래서 인생은 살맛이 난다.

 

하이쿠의 시성 마쯔오 바쇼는 이 수제자의 집에  1689,1691,1694년 세 번을 머물렀고  그 곳에서 유명한 '사가닛끼' 日記를 쓰기도 했다.

 

우연히 들린 사가의 라쿠시샤, 어느 한 밤 모든 감이 떨어져 내린 시인의 아름다운 정원과 그 감격의 반전 스토리에 내가 힘을 얻었듯, 사람들이 이 곳에서 힘을 얻어 미래를 굳게 믿고 나아갈 수 있기를 바란다.

 

시성 마쯔오 바쇼도 무카이 교라이도 갔지만 그들의 감성과 스피릿은 이렇게 한 줄의 시가 되어 살아있다.

 

 

 

                  옷자락이 달빛에 물드네 가을의 해변

 

 

                 가을 행락길의 옷은 길가에서 딴 꽃으로 가득

 

                                                      무카이 교라이의 하이쿠

 

 

 

                  빨갛게 물들일 가을 바람에 밤송이는 파랗고

 

 

                 비맞으며 보러가네  비에 젖은 싸리꽃

 

                                                       마쯔오 바쇼의 하이쿠

 

 

 

 


 라꾸시샤의 입구 리셉숀  -  교토  아라시야마   2016  3

 

라꾸시샤 글방  -  교토 아라시야마   2015  12


 

                             라꾸시샤의 사랑스러운 정원  -  아라시야마   2016  12   3

 

                          정원에 주렁주렁 달린 감  -  아라시야마  라꾸시샤   2016   12

 


  라쿠시샤 현판이 쓰여져 있는 글방  - 교토 아라시야마  2016  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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