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ulture Essay 이승신의 詩로 쓰는 컬쳐에세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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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왕산 숲길을 오르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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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20.07.02 12:30

 

 

 


 인왕숲길                                                                                 2020  6  30

 

  

이승신의 로 쓰는 컬쳐에세이

 

 인왕산 숲길을 오르며  

 

 

 

신록이 점점 짙어지고 있어 같은 6 월이라도 풍경이 달라지고 있다.

 

허리로 마침내 수술을 하고는 주치의가 걷기를 권하여 오랜만에 살살 걷기 시작한다. 집 뒤로 '아카시아 길'을 걸어 황학정 활터를 조금 지나면 인왕산 오르는 숲길이 나온다. 흙길이었는데 나무계단이 새로 놓여졌다. 한걸음 한걸음 그걸 오른다.

못 오는 동안 나무 계단, 산자락 길, 숲길들이 여기저기 이어져 있다.

전에 알던 것과는 좀 다른 풍경이다. 

 

계단을 오르면 얕으막한 언덕이 된다.

철봉이 있고 헬스 기구가 있는 곳에 벤치들이 놓여 있다. 조선조 말기부터 해온 우리의 무예인 택견 수련터 흔적도 있다. 아직 산이라고 할 수는 없는 인왕산 아주 초입이지만 깊은 산속처럼 소나무로 숲을 이루고 있다. 확실히 나무가 전보다 훨 많아지고 짙푸른 숲이 되었다.

 

어려서 보던 대도시 한 복판의 이 산은 나무보다는 우람한 바위 산이었다. 눈을 들면 가슴을 시원하게 하는 널찍한 치마바위였다. 치마바위의 전설도 떠올렸었다. 그러던게 미국서 돌아와 보니 바위 틈새로도 소나무 홀씨가 자라나 나무가 바위를 덮고 있었다. 대단한 번식력이여 볼 때마다 놀란다. 시간은 모든 걸, 산조차 변하게 했다.

 

아래로는 고향마을과 청와대 지붕이 새파랗게 보인다.

4년에 한 번 대선날이면 매동초등에서 투표한 후, 이어지는 이 언덕으로 와 그걸 내려다 보며 여러 후보 중 과연 오늘 그 누가 리더로 뽑히어 저기에 살림을 풀며 통치를 하게 될까 하며 바라보곤 했다. 그 순간, 진심으로 나라가 잘 됐으면 하는 심정이었다. 국회의원 선거는 물론 대선 후보도 낯익은 분들이고 매 번 희망을 걸었었다.

 

소나무 굵은 기둥사이 보이는 푸른 청와대를 내려다 보며 귀국 후 이십 몇 년 선거치른 그 생각을 하다 벤치에 앉는다.  집에서 겨우 12분 걸어왔는데 숨을 몰아쉬며 위를 올려다 보니 키큰 소나무들이 레이스처럼 하늘을 가리고 있다.

 

숲이 짙어져서인가, 오랜 고통을 거치고 바라보아서인가, 흐린 날씨에 촉촉한 안개에 젖은, 고요한 초록빛이 살아 움직이어 그 신비로움이 가슴에 벅찬 감동으로 몰려온다.  그 광경에 전엔 신비로워 하거나 감동한 적이 없다. 늘상 보니 거기에 있나 보다 했었다.

 

코로나 펜데믹으로 지난 몇 달 난리들이다. 비대면으로 일상의 삶이 갑갑하고 폭발 직전이라고 한다, 참다 폭발하여 제주도가 넘친다고도 한다.

돌아보니 나의 비대면의 길이는 그것의 여러 배였다.

 

좋은 점이 없는 건 아니다.

자신을 돌아보고 이론으로만 알던 성찰을 하게 되고 인간이 얼마나 무력한가도 깊이 알게 되었다. 선한 인간도 얼마나 이기적이었는가를 알게 되고, 움직이지 못하는 이 나무들과 지구상의 모든 살아있는 것들, 이 순간 내 발걸음에 기어가는 한낱 개미와도 인류가 생존하는 한은 함께 살아가야 한다는 걸 뼈저리게 느끼게 된다.

 

나를 둘러싼 소나무와 아카시아, 떡갈나무가 잎으로 살랑살랑 나에게 손짓을 한다. 그간 그를 잊은 적도 있는데 그는 나를 알고 있었다. 그 위로에 다시 감격해 한다.

 

오래 살던 미국과 일본 그리고 소르본느에 20대 한 여름 있었던 유럽에, 귀국 후 서울서 다시 방문하게 되면 살 때 다 모르던 그 세련됨과 풍요로움, 자연스러움에 감격하곤 했다.

 

그러나 일상이 회복되고 내가 회복되고 그간 한국이어서 받지 않은 나라들이 해제되고 그리고 다시 가게 되어, 이 자연과의 섬세한 차이가 눈에 혹 들어온다 해도, 어느 6월의 한 날 늦은 오후, 고향의 이 숲길을 오랜만에 첨 밟았을 때의 내 영혼과 몸을 휘감던 이 감사와 감격, 위안의 그 향연을 잊지는 않을 것이다.

 




                                                                       아카시아 길


                                         황학정 활터 


                              활을 쏘아 맞추는 과녁 뒤로 서울 시내가  

 


                      인왕 숲에서 내려다 보이는 푸른 청와대


                          숲 속 이조시대 무예인 택견 수련터 자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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