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 한 해를보내며
다시 한 해를 보냅니다.
눈깜짝할 새다, 화살같이 빠르다 라는 진부한 말은 않겠습니다.
신문에 올 해 인상적인 10가지 뽑은 걸 보니 다 그럴 듯 했습니다.
남북 북미 정상회담, BTS 돌풍 등~ 일년은 빠른데 미투 등은 벌써 옛일만 같네요.
아 이상화와 고다이라 포옹의 우정과 하뉴 유즈루의 넘어지고도 이기는 투혼이 있었고, 의사 이국종, 그리고 '미스터 션샤인'이 있었습니다.
제가 TV 방송 인터뷰 등 다큐멘터리를 많이 만들어서인지 Fiction은 잘 안보는데 제 여권이름이 Sunshine이기도 하지만 그 드라마 시청률이 올라가면서 몇 번을 보았습니다.
근대 역사를 배경으로 여주인공이 총부리를 드는 모습이 간간이 보이며 일본 막부시대 후쿠시마 야에즈 성에서 총부리를 들고 항거하던 NHK 대하드라마 "야에" (교토 동지사대학을 세운 니이지마 조와 그 후 결혼하게 된 여성으로 '일본의 쟌 다크'로 불리움) 에서 영감을 얻은 건 아닌가 하는 생각도 했습니다.
'단지 나의 낭만은 이 총구안에 있소.' '러브가 무엇이오, 하고 싶어 그러오. 벼슬보다 좋은거라 하더이다' 그 옛스런 말투의 고전적 로맨스가 우리의 마음을 끌었습니다.
프레디 머큐리의 퀸은 하도 글로 많이 보아 기대를 해서인가 기대에 미치지 못했습니다.
그보다 오히려 존 매케인의 삶과 스피치, 아들의 헌사를 통한 조지 부시대통령의 삶, 그리고 며칠 전 사표를 내고야 알게 된 제임스 매티스의 전력과 정신력이 감동으로 다가옵니다. 오바마가 여직 표면에 나섰다면 그의 스피치에도 여전히 감동을 했겠지요.
"My Life is my Message' 간디가 말했듯, 그 삶 전체로 그들이 주는 메세지를 받습니다.
최근 미국의 몇 도시를 돌아보며 그 곳의 지성인들이 현 대통령이 미국의 가치를 떨어뜨린다고 비난하나 경제가 좋아지고 활기차진 것을 보았고, 다시 본 일본은 잃어버린 20년을 기어코 넘어 세밀한 전략으로 모든 부문에 힘이 솟구쳐 부럽기까지 했습니다.
돌아오니 당연히 비교가 되며 새 리더십이 잘 하기만을 바라고 저의 조국이 역전하여 치고 올라가기를 기대하며 바라봅니다만 걱정이 됩니다. 여러 평들이 있으나 국론이 분열되지않고 국민을 위한 정책, 미래를 향한 국정전략이기를 바라는 마음 간절합니다.
광화문에 사는 사람으로 촛불 시위하는 동안 밤 10시까지 전경차량들이 막아놓아 집에 잘 들어갈 수 없었고, 대선 후에도 광화문에는 노조 시민 사회단체들의 시위로 차가 막히어 영업자들은 한탄이요 거기를 뚫어야 약속에 가는 저는 불편하기 짝이 없습니다.
가장 가까이 있는 일본과의 관계는 또 어떤가요.
최근 교토에서 저의 신간을 받는 총장, 스승들이 '우리는 어떠함에도 이선생과 한국 지인과 오래도록 우정을 간직할 것이다' 라고 말을 합니다. 어떠함에도 란 정부의 관계가 어떠하든 이라는 말이겠지요. 그것이 위안부 합의의 현실적 파괴를 뜻하는 건지 강제징용 판결인지, 레이더 사건을 의미하는 건지는 몰라도, 아무튼 나라와의 냉냉한 관계를 뜻하는 듯해 뜨끔했습니다.
올 해는 개인적으로도 굴곡이 있었습니다.
그런 와중에 쉬운 일이 아니었지만 기다리는 분들이 있어 애써 글을 써 세계로 3언어로 보냈습니다. '선물을 받는 것 같다' '위로가 된다'는 격려가 오는 중 '글을 읽으면 피천득선생의 향기가 납니다'를 보며 두 번을 함께 식사한 피선생님 생각이 났습니다.
자그마한 체격의 검박한 선생은 제가 본 누구보다 영혼의 맑음이 느껴졌고 얼굴 주위에 아우라가 보였습니다. '인연'등 따뜻한 글로 99세가 되도록 우리의 마음을 만져준 분입니다.
제게 힘을 실어주려는 과분한 말이지만, 피천득선생처럼 글을 잘 쓴다가 아니라 그 향기가 난다는 말이 좋았고, 그런 향기가 나 보라는 말로 들려 감사했습니다.
우리 모두는 365일 애썼습니다.
한 해가 저뭅니다.
이제 또 다시 알찬 한 해를 받을 마음의 준비를 해야겠군요.
밝고 아름다운, 마음 평안한 새해이기를 기원합니다.
이승신 드림
서울
베트남 전 영웅 존 매케인의 삶