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욕 야경 2018 10 23
이승신의 詩로 쓰는 컬쳐에세이
아버지의 목소리가 들리네
뉴욕에 서니 그의 이름이 떠오른다. 김광삼 환갑 무렵 뉴욕에 오신 아버지 어머니와 함께 아버지 친구분의 아들부부를 만났다.
'빛 광光자 석 삼三자~ 그 빛 세개 중 하나는 마누라예요~' 기세등등한 그 부인의 말에 재미있다고 모두 웃었지만 계속 그런 식이어, 우리는 속으로 아버지 평양사범 동기의 조용한 아들편으로 마음이 기울어졌다. 점심을 다 함께 먹고 그는 우리를 뉴저지에 곧 개업할 자신의 평범한 소아과 클리닉을 보여주었다. 또 저녁을 먹었고 그리고는 근처 어디에 우리 모두를 묵게까지 했다.
부모님의 짧은 미국일정에 시간 낭비만 같고 무슨 대단한 의미가 보이는 것도 아니어서 볼 데 많고 갈 데 많은 화려한 뉴욕에 이리 이틀이나 시간을 버리다니 워싱톤에서 4시간이나 기차타고 온 나의 시간도 그러하나 한국서 오신 연로한 부모님 시간이 아깝고, 멀리 떨어졌던 가족과 함께 하는 시간이 자꾸만 줄어들어 아깝게만 느껴졌다. 더 할 얘기도 없었고 어떤 경우에나 말씀 잘 하시는 아버지마저도 대화가 끊어지곤 했다. 길고 지리한 시간이었다.
다음 날 낮이 되자 Columbia 대학원 다니는 동생 거처가 있는 학교 옆 Broadway에 우리를 내려주고는 아버지 손을 잡고 작별인사를 하던 빛 光자 석 三자 광삼씨가 갑자기 울음을 터트렸다. 뚝뚝 떨어지는 눈물을 주먹으로 훔치며 처음 보는 자신의 아버지 친구인 내 아버지의 손을 잡고 놓으려 하질 않았다. 작별조차 자꾸 시간을 끌어 초조해진 나는 - 아버지 그만 가요 - 하는 눈짓을 했다. 그 순간 얼마 전 서울에서 자기 아버지가 돌아가신 것에 대한 회한과 사무침에 우리를 보내지 못하고 그렇게 시간을 질질 끌었다는 걸 알아차린 아버지는 "네가 이 사람 마음을 너무도 모르는구나 " 나의 서두르는 마음과 철없음을 대놓고 답답해 하였다. 아버지의 동정의 마음이 그를 향해 쏟아졌다. 그에게 깊은 연민의 마음을 드러내며 아버지가 이 딸내미의 철없음을 한없이 가엾어 하시던 데가 여기 어디쯤인데~ 어디였더라~ 40년 후 10월 말 손이 시린데, 학교 옆 Broadway 거리에서 두리번거린다. 그런 아버지의 마음과 광삼씨의 마음은 바로 그 몇 해 후 아버지가 서울에서 갑자기 가시는 순간, 볼티모어Baltimore에서 가슴이 찢어질 듯 가슴깊이 깨닫게 된다. 세월이 흐를수록 두고두고 떠오르는 장면이다. 서른 한살 차이나는 아버지와 나의 생각의 gap은 그렇게 컸었다.
나에게 만일 좋은 점이 있다면 그것은 내가 아버지를 만났기 때문이다 나에게 부족한 것이 있다면 그건 너무 일찍 그 아버질 잃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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