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8 6 8
이승신의 詩로 쓰는 컬쳐에세이
재 회
아 실로 얼마만의 재회인가.
동기 친구들의 대부분이 50년 만이었다.
5월 30일은 이화의 개교기념일이다. 일찌기 미국의 선교사 스크랜톤 여사가 1886년에 세운 여학교로 원래는 중 고와 대학이 함께 했으나 커져 대학은 신촌으로 나가게 되었다.
서울 시내 한복판에 2만평이 넘는 캠퍼스에 눈에 익은 교사校舍들은 물론 3천명 수용의 우람한 돌 노천극장과 등나무 터널 길, 친구와 손잡고 걸었던 여기저기 아름다운 오솔길을 사이에 두고 이제는 중학교가 없어지고 고교와 외고가 되었으나 오래 전 다니던 중학교 건물과 고등학교 건물이 그대로 있어 반갑기만 하다.
많은 남녀 고교가 강남으로 넘어갔으나 아름다운 캠퍼스와 그 추억을 버릴 수가 없어 동창들의 반대로 이전을 안하고 정동 그 자리에 고대로 있어준 것이 감사하다.
12살 어린 나이, 무엇이든 스폰지 흡수하듯 머리에 쏙쏙 들어갈 제에 우리는 이화를 매일 다녔고 매일매일 앞뒤옆 친구와 가족보다 훨씬 더 긴 시간을 마주했었다.
참 좋은 교육 환경이었고 훌륭한 스승들이었고 선한 친구들이었다.
지금의 서울 필운동 집에서 여러 과목의 책과 도시락이 든 가방이 무거워 한쪽 어깨를 기울이며 사직공원을 지나 신문로 큰 집들 주택가를 걸어내려가는 길은 얼마나 멀었던가. 미국의 20년 후 다시 그 길을 같은 집에서 내려가 보니 너무나도 짧은 길이었다.
그렇게 어디서나 마음에 품은 6년간의 이화는 늘 나를 따라 다녔다.
최근 다닌 교토 동지사 대학이 마침 크리스챤 대학이고 140년 넘어 지은 예배당 채플에 모이는 학생수가 적어 나는 기회 있을 때마다 이화의 성경 수업과 채플 참여도를 이야기했다.
그렇게 졸업으로 밀려난 그 곳을 50년 만에 찾아가 재학생들과 함께 유관순 기념관의 기념식에서 조회시간에 부르던 교가와 늘 부르던 찬송가를 곧은 자세로 불렀다.
어쩌면 ~ 매일 뜻도 모르며 버릇처럼 불렀던 그 가사 하나하나는 지나온 내 삶에 꼭 필요하던 말이요 글귀였다.
많은 스승이 귀가 닳게 말씀해 주시던 것이었겠으나 온 몸으로 세상을 맞고서야 그리고나서야 가슴에 들어오니 깨우침은 왜 이리도 더딘 것인지.
만감이 서렸고 반세기 전 젊은 스승들의 얼굴과 어린 친구들의 얼굴이 떠올랐고 매일 아침 학교를 보내주시던 부모님 얼굴이 떠올랐다. '이화를 빛낸 상'을 얼떨결에 무대에서 받으며 파노라마처럼 당시의 아름다운 순간들이 내 앞을 스쳐갔고 이화에 많은 사랑의 빚을 졌다는 생각을 했다.
세계에서 온 2백명이 넘는 동기들과의 재회였고 그리던 이화와의 감격의 재회의 순간이었다.
이화賞 대표스피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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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아침 개교기념식에서 오랜만에 부른 이화 교가의 가사가 우리 삶에 얼마나 필요한 말들이고 십대에 채플 시간에 늘 부르던 찬송가의 가사가 얼마나 가슴에 닿아 오던지 왜 그 사실을 이제야 깨닫는 것인가 하는 마음이 듭니다.
꼭 10년 전 이화 졸업 40주년을 맞는 모임에서 '아 벌써 60, 환갑이라니 ' 하는 소리가 들려왔습니다. 그때 인사말을 한 장명수 이화여대 재단이사장 선배님이 '환갑이 많은 것처럼 얘기들 하는데 8년 선배인 제가 보기에는 한창 젊은 때입니다. 청춘입니다 '
10년 후 오늘에사 그 뜻을 알겠습니다.
제가 이화를 온 처음 동기는 이화 안에 서울예고를 세운 삼촌 임원식 선생의 이끌림 때문이었습니다. 너는 '여기에 와야 한다' 고 했습니다.
저희가 12살때 15살때 이화를 만난 것은 얼마나 큰 축복이요 감사요 영광인지요.
이화에서는 공부를 1등 하라는 말을 들은 적이 없습니다. 文學 미술 음악 스포츠 과학 어느 분야에서든 잘 하고 두각을 나타내면 노천극장 3000명의 박수와 격려를 우리는 받았습니다.
'하면 된다' '나는 할 수 있다' 그런 자신감과 자긍심 자부심을 가지고 우리는 세상에 나아갈 수 있었습니다.
또한 감사한 것은 신앙의 교육입니다. 당시에 의미도 다 모르면서 외운 주기도문 사도신경 주님의 말씀 하나하나가 이화를 떠난 후 삶의 고비에 큰 힘이 되었고 의지가 되었습니다.
오늘 이렇게 '이화를 빛낸 상'을 받은 것은 지나온 人生을 승리한 우리의 모든 친구가 함께 받은 것이라고 생각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