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토의 가을은 에이칸도永観堂, 천년 분의 상찬이 이런 색을 길러내다" 교토에 가을이 오면 이런 다양한 형태의 포스터들이 나붙는다. 이런 천상의 색깔은 적어도 천년의 칭찬을 들어야 나오는거라니 교토가 시작된 천 삼백년의 역사를 뜻하는 것이겠으나 '로마는 하루에 이루어진게 아니다' 처럼 자연의 그 가을색도 한 철로 되는 건 아니며 긴 세월의 칭송을 흠씬 들었기에 그런 색이 된다는 자랑이다. 과연 자랑할 만하다. 입구에 다가만 가도, 담장너머로 보이는 영롱한 색이나 대문 사이로 보이는 상록빛 높은 산을 배경으로 한 나무들이 찬란하고도 눈부신 붉은 빛으로 변해 있어 매번 아~ 소리가 절로 나온다. 853년에 창건된 에이칸도의 원래 이름은 젠린지禪林寺, 언젠가 에이칸永観이라는 주지가 있을 때 영관당 에이칸도永観堂로 되었다는데 일년 중 단풍이 아름답기로 일본에서 유명하다. 또한 깊숙이 들어가면 본존에 77센치 아담한 크기의 '뒤돌아보는 아미타여래'로도 유명하다. 수 많은 국보급 불화 보물들을 소장하고 있어 들여다 보는 방마다 문짝에 그려져 있는 오래 된 그림이나 족자 액자가 다 국보다. 그런 중에 히가시야마東山 가파른 산등성이를 따라 지어진 긴 목조 회랑으로 가장 윗쪽에 있는 법당을 향해 죽 걸어가는 길을 나는 좋아한다. 교토는 겨울이 저들은 춥다고 하나, 영하로 내려가는 서울에 비하면 따스하게만 느껴지는데, 그래서 개인 집도 난방을 잘 안해 춥고, 사찰도 유리 문이 바깥과 통하도록 활짝 열려 있어 12월 초 한참 걷다보면 신을 벗은 발이 시리지만, 찬 마루 바닥을 걷다가 중간중간 정원이 나와 화려하면서도 단아한 단풍을 바라보고 연못이 나오면 비단 잉어를 내려다보며, 죽 걸어가는 구부러진 길다란 회랑, 와룡행랑臥龍廊을 즐긴다. 그러면 저 멀리 긴 회랑 끝에 마침내 그 유명한 '미카에리, 돌아보는 아미타여래상'이 나오고, 촘촘이 서서 경건히 바라보고 있는 사람들이 보인다. 뒤를 돌아다 본다는 "미카에리 아미타불みかえり阿弥陀"은 가마쿠라鎌倉 시대 (1185 - 1333) 초기의 작품으로 얼굴을 비스듬히 돌리고 있어 '뒤돌아보는 아미타불'로 불린다. 전설에 의하면 어려서부터 재능이 탁월한 에이칸 스님이 하루에 만번의 염불을 하다 6만번까지 하게 되었다. 어느 날 지극한 신심神心의 에이칸이 법당을 돌고 있는데 그 앞 수미단 위의 아미타 부처가 내려와 함께 돌고 있는 것이 아닌가. 깜짝 놀란 에이칸이 멈춰서서 멍하니 바라보니 아미타가 왼쪽으로 고개를 돌리며 다정히 '에이칸아, 늦었구나' 한 것이 지금까지 천년을 왼쪽으로 바라보는 모습이 되었다. 고통받는 중생을 연민의 정 가득한 눈매로 가없이 바라보고 있는 바로 그 모습이다. 그 후 9 백년을 수행과 유치원 등 교육과 사회사업을 활발히 해오고 있는 웅장한 사찰이다. 교토의 정원과 사찰을 돌아보는 광경은 정적이고 고요하고 참으로 동양적이다. 그러나 거기에 스토리가 다르고 철따라의 모습과 색깔, 느낌이 달라 새롭다. 교토에 가을 물이 들면 도시의 무드가 바뀐다. 미국에 살면서 가을 풍경이 좋다는 곳들을 보았고 카나다 유럽의 가을을 많이 보았다. 거기에 살 때는 그것이 제일이라고 생각했었다. 그런데 같은 때 연이어 서양 동양의 두 나라를 보게 되니 그대로 둔 자연스러움은 있으나 세련됨과 섬세함에 디테일에 차이가 난다. 유럽의 성당 속 미술과 조각이 우리를 압도하듯, 일본의 사찰 건축과 정원도 가을이나 봄에는 보는 이를 압도한다. 그러나 그것이 일년에 한 번만 돌아오는 순수자연이기에 진력나지 않는 아름다움인 것이 참 다행이다. 가을에 셋이 열매를 던지니 잉어는 어디에, 연못에 부는 아침바람에 손은 차고 秋を三人椎の実なげし鯉やいづこ池の朝かぜ手と手つめたき 요사노 아키코 에이칸도를 방문하여 지었다는 유명한 여성가인歌人 요사노 아키코与謝野 晶子의 단가시 한 수가 비碑되어 거기에 서 있는데 삼각관계의 애절한 마음이 엿보여 이 가을 보는 이의 마음을 애잔하게 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