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HK TV 와 CNN을 보게 된다. 우리 뉴스를 보면 뉴스가 new 가 아니고 같은 것만 계속 나오는 느낌이어 외국 방송으로 돌리게 되는 것이다. 한국의 혼란한 뉴스가, 그러나 세계방송에도 세세히 나오고 있다. 요즘 일본은 봄에 새 천왕 시대의 연호로 한바탕 요동한데 이어 연이은 즉위 행사들과 다가올 두 번째 동경 올림픽으로 출전선수들을 매일매일 자세히 소개하고 있고, 만국박람회도 오사카가 다시 뽑히는 등, 무언가 흥하는 기분이 도는 뉴스 일색이다. 즉위식에 참석한 레이와令和 연호를 고안한 나카니시 스스무中西進 선생이 인터뷰에서 '천왕이 단단히 각오를 하는 엄중한 모습과 황후의 원숙한 모습이 인상적이었다. 내내 비가 오다 천왕이 선언할 때에 해가 비치니 일본에 밝은 미래가 있을 것이다' 라고 했다. 그런 무드로 새 천왕의 지난 날을 보여주는 다큐를 보이는데, 물을 연구하는 황태자가 유엔에서 '물과 재난'을 테마로 연설을 했다. 천왕 가족 중 UN 스피치로는 처음이라는데 원고를 읽었고 영국에서 유학했다는 그의 영어발음은 보통 일본인이 하는 일본식 발음이었다. 내 눈을 끄는 건 새로 황후가 된 마사코雅子였다. 외교관 아버지를 따라 해외에 살았고 하버드대를 나왔으며 초년 외교관 시절의 처녀적 모습이 매력이다. 자유로이 커리어 하기를 원하여 7년을 거절하는 그에게 반한 황태자가 '왕족 수준의 외교를 할 수 있지 않겠는가?' 하여 1993년 맺어졌는데 여러 해 우울증에다 아들이 없어 시달리기도 했다. 미치코智子 황후도 어머니 황후에게 40년 시달렸다는데 궁에만 살게 되면 그러하니 그 안의 삶이 견디기 쉬운 건 아닌 듯하다. 그 다큐에는 기다리던 아가를 나은 후 지은 마사코雅子의 단가 한 줄이 나온다. 헤이세이平成 12년인 2002년 우다카이하지메歌会始め에서 황태자비로 읊은 시다. 生(あ)れいでしみどり児いのちかがやきて 君と迎ふる春すがすがし 갓 태어난 아기의 생명은 빛나고 그대와 맞이하는 봄은 싱그러워 The life of the newborn child shines beautifully the spring I greet with my husband is so fresh 단가短歌는 백제가 멸하고 왕족과 귀족들이 일본으로 가서 그 시를 지었고 간무 천왕의 어머니가 백제 왕족이라고 상왕上皇이 밝혔지만, 소문에는 일본 천왕 가족이 쓰는 한국어도 있다는데, 백제에서 온 단가를 짓는 것은 천왕과 왕족에게 대대로 내려오는 중요한 전통이다. 나카니시 스스무 선생이 서울의 인터뷰에서 '천왕을 한마디로 하자면 단가를 짓는 사람이다' 라고 한 적도 있다. 몇 해 전 만나 본 카나다인 국제Pen클럽 회장에 의하면 전 세계 왕족 중 책 읽고 글을 쓰는 왕족은 일본 뿐이라고 했다. 매해 1월, 궁의 우타카이하지메歌会始めの儀 에서 지난 1년 간 천왕과 황후, 황태자, 황태자비 등 왕족이 지은 단가시가 읊어지는 행사가 있는데 1998년, 그것을 들어주는 '배청인' 대가의 자격으로 어머니가 초청되었고 나도 동행해 궁에 들어간 적이 있다. 그 해 천왕과 왕족, 일반 국민이 지은 단가의 테마는 '길道みち'이었다. 아키히토 상황明仁上皇 부부의 결혼 50주년 기념단가집을 언젠가 긴자銀座에서 산 적이 있는데, 기대이상 훌륭한 시라고 생각했다. 특히 미치코智子 황후의 영어 번역시와 산문은 우수하여 교과서에도 들어있다. 마사코 황후도 왕족이 되고는 쓰고 있는데 미치코 황후 수준은 아직 아닌 듯하다. 나루히토德仁 천왕부부와 딸 아이코愛子가 즐겨 찾는 황실 별장御用邸은 토치키현 나스那須에 있는데 선대 왕때부터 자주 가고 있으며 천왕과 그를 닮은 딸 아이코는 산 오르기를 좋아하여 그 정상에 오른 모습이 다큐에 보인다. 아들이 천왕을 잇게 되는 법이라지만, 70 몇 프로 국민이 여왕이 오르는 것을 찬성한다고 한다. 어린 조카가 잇기로 되어있으나, 가쿠슈잉學習園을 나와 동경대東京大를 다니는 영리한 아이코愛子를 마음에 두는 듯도 하다. 이 시각 천왕 부부의 카퍼레이드, 슈쿠가옹레츠노기祝賀御列の儀가 동경 천왕궁에서 아카사카 궁까지 30분간 펼쳐지고 있는데, 전날 축하공연에서는 감사인사를 하던 천왕 곁의 황후 마사코가 흐르는 눈물을 손으로 닦았었다. 연도의 국민이 폭발적 환호를 보내고 있다. 계속되는 천왕즉위 행사에 국민의 마음이 하나로 모아진다. 새 천왕부부는 50대, 아직 젊다. 그들을 보며, 멀지 않은 날, 한국에 호감 많은 상왕이 오고 싶었어도 못 이룬 꿈을, 가깝고도 먼 현해탄을 건너 와서 양민족의 마음이 가까워지는 계기가 되기를, 그리하여 양국의 갈등이 사라지기를 빌어 본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