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신문과 미디어에까지 동경東京의 '긴자 6 Ginza Six' 오픈 소식은 요란했다.
동경에 갈 제마다 머무는 곳 가까이에 있는데, 전에는 마츠자카야松坂屋 백화점이었다.
긴자銀座에 오래 있었던 백화점 마츠자카야松坂屋가 쉬크한 이름, 'Ginza 6' 로 마침내 다시 태어난 것이다. 여러 해가 걸렸다. 긴자는 동경에서도 가장 번화한 거리로 스무 살에 그 거리를 걸을 때만해도 밟는 발자국마다 천문학적 금값이라는 소리를 들었는데, 거기에서도 이 곳은 노른자위 중 노른자로 그 크기로 말하자면 긴자로선 도저히 믿을 수 없을 만큼, 그 거리의 핵심인 '긴자銀座 4 정목' 대로변에 길고도 길게 서 있다.
전혀 다른 모습이 되었지만 그 앞에 서니 옛 생각이 물큰 난다.
아버지와 함께 한 추억이다.
차가 못 다니는 주말. 사람들이 인산인해다. 외국인들도 섞여 있을 것이다. 내 사진을 찍어준 이도 베트남에서 온 소녀였으니.
넓직하고 모던한 서구식 입구를 들어서니 시원하게 6층까지 펑 뚫렸는데 천정에 철제 펌킨호박 조형으로 세계적으로 유명한 일본여성 조형작가 구사마 야요이草間彌生의 펌킨을 응용한 자이안트 벌룬이 주렁주렁 매달려 있다.
1 2 3 4 5층, 세계 어디를 가나 다 있는 불가리 발렌티노 이브 셍 로랑 등등 어지러워 펑 뚫린 애트리움Atrium 내부 건축만을 바라보며 에스컬레이터로 곧장 6층을 오르니 와아 놀라운 광경이 벌어진다. 기대 못한 츠타야 서점蔦屋書店이다.
츠타야는 한국 미디어에도 소개되었으나 내가 처음 본 것은 몇 해 전 교토에서였다. 교토에서도 신선한 그 모습이 놀라웠으나 처음 생긴게 동경이고, 긴자 6 츠타야蔦屋의 새로운 모습에는 '책을 테마로 해 이리 멋질 수도 있는가' 하며 놀라게 된다.
어느 나라든, 일본처럼 독서율 세계 1위라 할지라도 이 디지털 시대에 종이 책을 판다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다. 그런데 세계적으로 비싼 이 땅에 책방으로 한 발상이 충격이다. 6층에 올라서니 사람들이 그득하다. 복합 서점 가운데로 고급스런 스타벅스 찻집이 자연스레 스며 있고, 책 전시도 책 크기도 종류도 전시 스타일도 실로 다양다색이다.
긴자 6가 생긴 이후, 동경을 가게 되면 나는 많은 시간을 거기서 보낸다. 다른 어느 곳보다 재미있고 흥미로워서다.
여행 중 짐 하나 느는 건 골치거리다. 더구나 나처럼 모녀 책을 늘 들고가는 사람에게는. '요번에 츠타야를 가면 얌체처럼 실컷 읽고 구경만 하고 사지는 말아야지' 결심에 결심을 하건만, 나올 제는 여러 권을 들고 나오며 어처구니 없어 한다. 안 살 수가 없게 만들어서다.
그렇게 몇 도시에 8개를 기발한 아이디어로 차린 츠타야蔦屋 서점도 대단하나, 어마한 크기의 전 층을 책방에 내준 백화점도 대단하다. 모인 사람들의 숫자와 반응도 대단하다.
옥상을 오르니 숲과 잔잔한 물이 바닥에 흐르고 아이들이 맨발로 노니는 것이 복잡한 도시임을 잊게 한다.
그걸 바라보며 그리운 기억을 떠올린다.
40년 전 아버지와 걷다가 길게 늘어선 마츠자카야를 들어 갔었지. 마침 런던의 윔블던 테니스 대회가 어디선가 TV로 나오고 있었다. 서울서는 그런 세계적 스포츠 게임을 볼 수 없었을 때, 한동안 흥미롭게 보시던 아버지였다. 국제회의에 자주 가시던 아버지는 영어를 조금해서인가 나를 늘 데리고 가셨다. 애국심과 리더십을 익힌 때였다.
언제까지나 함께 하는 줄 알았고 그 자리에 꼭 계실 것만 같은 아버지는 신기루처럼 잠시 몸을 가리셨고, 나만 남아 그 시절의 새 건물을 이렇게 바라보고 섰다.
아버지가 마음으로 바라시던대로 나는 되어가고 있는가, 함께 했던 자리에 서면 그 생각이 나를 잡아준다.
일본 현대미술 작가 구사마 야요이草間彌生의 거대호박벌룬 - 동경 긴자 6
구사마 야요이草間彌生 호박 벌룬과 뚫린 Atrium건축 - 긴자 6, 2017 8 27
긴자 6, 6층 전체를 자리한 츠타야 복합 서점
먹으며 마시며 책을 보아도 되는 츠타야 탁상
긴자 6 옥상의 숲과 물 놀이터 - 동경 긴자 2017 8 27
40년 전 아버지와 함께 했던 마츠자야카 백화점, 지금은 긴자 6 - 2017 8 2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