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군마현 쿠사츠草津에를 드디어 왔다. 지난 해 사고로 대학병원에 입원했을 적에 누군가 가져다 준 조선일보 주말섹숀 전면에 일본의 시커먼 온천물이 났었다. 처음 하는 낯선 곳의 입원이 넘 갑갑 힘들어 얼른 나가서 그런 온천에 그 기간만큼 있어 보는게 소원이었다. 그러던 어느 날, 20여 년 전 미국에서 귀국했을 때에 잘 정착하도록 내게 기도해 주고 사랑을 베풀어준, 못 본지 오래 된 선배 언니가 문병을 왔다. 온천이야기를 하니 하용조 목사님이 끝에 머문 곳이 쿠사츠였고, 가신 후 부인이 '쿠사츠의 봄' 이라는 책을 냈는데 곁에서 지켜 보았던 분의 수기가 감동이었다. 그 언니의 인도로 나도 온누리 교회를 미국서 오자마자 10여 년 다녔지만 하목사님의 건강을 위해 많은 교인이 기도했고 겨울에 따뜻한 하와이를 가신 건 아는데 쿠사츠에서 꽤 지냈다는 얘기는 처음 듣는다. 섬나라 일본은 어딜 가나 온천이 쏟아지는데 그 중에서도 치유를 목적으로 한 온천이 따로 있다는 걸 안지는 얼마 되지 않는다. 내 어머니 시비가 서 있는 아오모리 일본 최북단에 그런 온천이 몇 개 있고 그리고 쿠사츠가 그 중 하나라는 말을 들었었다. 동경에서 기차 두 번과 버스를 타고 가는 길이 3시간이 걸리니 왕복 꽤 먼 길이었다. 당일로는 못하겠어서 일본 친구인 Ami 모녀와 함께 하루를 료칸에 묵었다. 3월 말, 봄일 줄 알고 간 그 곳은 동경보다 북쪽이어 눈이 쌓였고 해는 빛나는데 산에서 불어오는 바람에 눈이 휘날리고 있었다. 스키를 타는 곳이었다. 인구는 3천명인데 온천을 찾는 인구가 한 해 3백만명이라니 천배가 넘는 숫자다. 마을 중심에 유황밭 유바다케湯畑가 널찍이 깔려 있고 1일 용출량이 일본 최고로 2만 3천 드럼통이나 되는 온천수가 폭포되어 흘러넘치는데 그 모양이 장관이다. 족욕들을 하고 있었고 여기저기 온천하는 곳과 온천 공연을 하는 곳에 긴 줄이 서 있있다. 에도시대 무사들이 다치면 이 곳을 찾았고, 1876년 독일에서 와 동경의대에서 26년간 병리과 내과 부인과를 연구했던 베르츠 Dr. Erwin Von Balz 박사가 쿠사츠 온천의 우수함을 세계에 알리면서 유명해졌다. 피부 질환과 외상, 눈의 결막염 등 여러 효능이 있어 '사랑병'만 빼곤 다 좋아진다는게 그 곳의 말이다. 일본사람들의 좋았던 온천 1위, 가고 싶은 온천 1위로 뽑힌다. 일본 3대 명천名泉은 게로, 아리마, 쿠사츠이다. 쿠사츠는 고지 1200 미터로, 거기 야채는 그 산에서 나는 거다. 짧은 시간 미처 보지 못했으나 시라네산白根山과 스케일 큰 고원에 다양한 하이킹 코스들이 있다고 한다. 인간의 삶이 생산과 근로만으로 채워지는 것이 아니어서 점점 더 레저와 관광이 번창해 가는게 세계적 추세인데, 료칸과 상점 등, 에도시대江戸時代 흔적이 남아있어 옛 문화의 정서도 느껴볼 수 있고 상질의 온천물마저 쏟아지니 이 작은 마을이 이름이 크게 날만도 하다. 하목사님의 장모님이 나의 어머니와 오래 전 동경유학을 함께 하신 사이여 초기에는 어머니가 조금만 편챦아도 기도하러 달려 오시곤 했었다. 오래도록 넘 고생하신 목사님이 끝에 이 곳에서 휴양을 했다는 생각에 떠오르는 그 분의 순박한 모습과, 하나님은 왜 좋은 사람을 먼저 데려가시는 걸까 하는 생각을 투명한 저 하늘을 바라보며 하게 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