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래 전 뒷 마당에 심은 벚나무가 세 배로 자라 수 많은 꽃을 피우더니
며칠 되지도 않았는데 어마하게 휘날려 내리고 있습니다.
창이라도 잠시 열면 꽃 폭풍으로 휘날려 듭니다.
이 혼란한 세계적 정세 환경 속에
9년 전 썼던 시 ' 삶에 나라에 어찌 꽃피는 봄날 만이 있으랴 ' 가 떠오릅니다.
2월 3월 full 두 달을 넘기니 모두들 지쳐 꽃구경하러 쏟아져 나왔다고 합니다.
그걸
제가 일년 넘어 못 나가며 어찌 참아냈는지 지금도 견디고 있다는게 신기하기만 합니다.
'앞으로 십년을 더 살아도 꽃구경 열 번 밖에 더 하지 못하겠네'
그 시를 쓰고 두 번 밖에 못 보고 가신 어머니 생각도 납니다.
가신 후 그 시를 보고서야 한 단계 성숙해진 건지 모릅니다.
한일 양국 신문 front page에 실렸던 저의 시 '삶에 나라에~' 의 후렴은
이렇게 끝이 납니다.
' 그러나 봄이 없는 겨울은 없다'
아마도 오늘을 위하여 쓴 것은 아닐까요.
매 봄 보았던 교토 봄꽃도 눈에 선합니다.
그 곳 스승의 장문 편지에는
외국인이 넘 밀쳐 와 그간 못 보던 꽃을, 지역 사람들이 오랜만에 느긋이 누린다고 했습니다.
그걸 그리며 지난 해 코로나 오기 좀 전 써본 글입니다.
저는 아직 못 가는데, 받지도 않을 뿐더러 아무도 못 가니 삶은 공평하다^ 는 생각이 듭니다.
서울보다 먼저 피어나는 교토의, 역사를 배경으로 한 '봄꽃예술'은 져 가겠지만
천왕궁 고쇼御所의 꽃은 늦으막이 지금 쯤이나 피어나 저를 기다리고 있을지도 모를
일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