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승신의 시가 있는 컬쳐 에세이
아버지
10만 명이 모였다는 그 싸이 공연을 가게 되었다 새로 온 직원이 분위기를 좀 보겠다며 길을 묻기에 산책을 할 겸 지름길을 안내하다 다 가서 그는 급한 전화를 받고 돌아갔고 나는 예정에 없이 그 인산인해 속에 끼어있게 되었다 2002년 월드컵이 예상 외의 선전으로 연장이 될 때에 결과를 다 보고서야 서서히 동네를 걸어 내려가 흩어지는 사람들을 보았고 촛불 시위 등의 모임을 지나치며 보곤 했지만 그 엄청난 숫자에 끼인 것은 처음이다
위 사진의 왼편 덕수궁 쪽 한가운데에 선 까만 영상 빔의 제일 앞이었다 무대가 어딘지도 모르는 채 두어 시간이 지나 밤 10시가 넘자 드디어 쿵쾅거리기 시작을 했는데 커다란 영상 바로 앞에 선 나에겐 화면이 잘 보이지도 들리지도 않았다 그래도 그 순간이 흥겨워 춤들을 추었고 노래를 했고 나도 어깨를 들썩이었다
시대의 흐름인 빠른 곡들이 흘렀고 오늘 모인 숫자가 기네스 북에 오른다는 소리가 귀에 들려 왔고 그리고 세계를 매료시킨 ‘강남 스타일’에 모두는 신바람을 냈다 그 소란스런 와중에도 대부분이 입을 벌려 노래를 따라 불렀고 그 가사들을 듣고 싶었는데 분간을 할 수 없어 나와 붙어 선 옆의 젊은 남녀에게 제목을 물었다 가끔 하늘에 폭죽이 터졌다
미국의 인터뷰에서 한 그의 말을 떠올렸고 내가 미국에서 살던 때에 세계를 열광시켰던 마이클 잭슨의 뒷걸음짓 moonwalk 생각이 났다 한 개인의 끼와 신명남이 이리 주위에 온 세계에 퍼진다는 게 신기했다 음향이 터질 듯 했고 빠져 나갈 수도 없었다 왜 온통 이런 레파토리 뿐일까 라는 생각을 하는데 왠일인가 차분하고 서정적이며 감성적인 곡 하나가 흐른다
귀에 들어 오지 않은 그 가사를 궁금해 하며 나는 또 다시 흩어지는 군중 사이를 서서히 빠져 나와 집에 돌아와서야 싸이의 '아버지'를 들었다
~ 아버지 이제야 깨달아요 어찌 그리 사셨나요 더 이상 쓸쓸해 하지 말아요 이제 나와 같이 걸어요
여보 어느 새 세월이 이리 흘렀소 첫째는 사회로 둘째 놈은 대학으로 온 가족이 함께 하고 싶지만 아버지이기에 말하기 어렵구먼 세월의 무상함에 눈물은 고이고 아이들은 바빠 보이고 아이고 ~ 산책이나 가야겠소 여보
아버지 이제야 깨달아요 어찌 그리 사셨나요 더 이상 쓸쓸해 하지 말아요 이제 나와 같이 가요 오오 ~ 당신을 따라 갈래요 ~
모두들 들떴지만 나는 그 밤 그 노래가 있어서 좋았다
너무 일찍 갈 사람에게 정을 들이는 게 아니었다 아아 아버지 이승신 거기에 아들의 음악을 반대했던 싸이의 아버지가 있었다 그리운 나의 아버지는 지금 쯤 어디에서 나를 지켜 보고 계실까
싸이의 '아버지' 가사는 살짝 손을 좀 보았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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