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60엔 내고 그 료칸의 3층엘 오르면 온천이 있다. 작은 공간의 온천이다. 몸 하나가 들어가면 꽉 찬다. 관에 들어앉은 듯한 기분이 들기도 하나 물 온도가 꼭 맞고 포근해 기분이 아주 좋은 물이다. 그 물을 나와 다시 속문을 열면, 같은 사이즈의 반 가리막 노천 온천이 있고 바람이 어디선가 산들 들어오는게 그것 역시 사람을 기분좋게 해 준다. 대강 걸치고 한 층을 더 오르면 4층 옥상, 하늘이 훤히 보이는 작은 노천이 있어 그것도 누릴 수 있다. 아주 사적인 나만을 위한 공간같아 아라시야마에 가면 이용을 하게 되는데, 오후 4시까지만 외부인을 받아 다른 곳을 둘러보다 시간을 놓치기 십상이다.
그럴 적엔 하나이카다에서 한 몇 분 걸어가면 늦게까지 오픈하는 후후風風 라는 대중 온천이 있다. 사적인 느낌으로 포근히 감싸주는 기분은 아니지만 모던한 감각으로 널찍하고 그것도 할 만하다.
이 짝은 온천 공간을 보면 오래 전 일본에서 나온 이어령 선생의 '축소지향의 일본인' 책이 떠오른다. 일본은 다른 나라에 비해 물건도 오밀조밀 작게 만들고 작은 공간을 활용하는 것도 감탄할 정도로 꼼꼼하고 세밀한 면을 독특한 안목으로 부각하여 일본에서 한동안 큰 화제를 물러 일으켰다.
그러나 자세히 들여다 보면 세계적 수준으로 큰 것도 일본에는 꽤 있다. 커다란 경기장, 높은 건물들, 세계적 스케일의 사찰들, 세계에서 제일 큰 절, 제일 큰 절 대문 등 어마하게 큰 것도 생각하면 많이 있다. 그러나 많은 나라들이 세계적이고 놀랍도록 크게 높게 하는 것 위주로 지향한다면, 일본은 그만큼 지극히 작은데서도 독특한 아름다움을 찾고 디테일하게 만들어내기에 그러한 면이 세계인 눈에 띄는 것일 게다.
교토는 온천으로 드높은 이미지라 할 수는 없고 볼 곳이 많아, 방문객이 며칠 있는 동안 온천을 찾게 되지는 않을 수도 있다. 나도 교토에 공부하러 와서 반년이 지나서야 교토에는 온천이란 게 없느냐 고 주위에 물었으니까.
그러다 아라시야마에 발로 걸어 히가에리로 할 수 있는 쾌적한 료칸온천을 발견한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