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6 2 19
구라마 온셍
한국사람들이 일본 여행에서 가장 누리는 것이 온천(온셍)이다. 나도 그렇다.
그런데 놀러 온 것이 아니고 공부하러 온 이유도 있지만 교토에 일본의 그 흔한 온천이 있다는 소리를 들어보지 못했다.
먼 곳에 좋은 온천 있다는 소린 들었어도 갈 시간이 안되고 그렇게 봄 여름이 지나고 가을 학기가 되어서야 주위에 묻기 시작했다. 여긴 온천이 없느냐고. 교토 시내에는 없고 전차를 타면 명천은 아니나 구라마와 아라시야마嵐山에 온천이 있다고 했다.
아라시야마는 가기가 복잡하고 구라마는 집 근처 가모가와鴨川 짧은 다리를 건너면 데마치야나기出町柳 역이 나오고 거기서 전차를 타면 20분 거리의 종점이다. 나는 서울에서 급해 지하철을 타게 되면 꼭 딴 생각을 하여 두어 정거장을 지나치기 때문에 우왕좌왕 시간이 더 걸려 잘 타질 않는다. 일본서 전차도 마찬가지다. 그러나 종점은 문제가 없겠다.
처음엔 구라마를 간다는게 사람들이 우루루 내리어 종점인가 보다 하고 따라내린 곳이 작은 폭포들이 쏟아져 내리는 긴 계곡을 끼고 있는 고급스런 시골이었다. 그 다음 주, 종점에 내리니 전혀 다른 곳이어 물어보니 지난 주 내가 간 곳은 종점 구라마가 아닌 그 전 정거장, 기부네貴船였다. 결혼 인연을 맺어준다는 진쟈가 있고 온천도 있고 놀라우리만치 로맨틱한 분위기여서 커플이 데이트하기로 유명한 곳이다.
두 군데 다 편안한 곳이나 수수한 구라마를 더 갔다. 값도 싸고 뭣보다 종점이어 역을 놓칠 염려가 없었다. 특히 시험 때는 꼭 갔다. 공부를 하기 위해서였다. 6조 내 방이 좁아 택한 곳이 구라마로, 역에 내리면 달리 볼 것은 없으나 산속 울창한 스기나무 숲 공기가 가슴을 파고 든다. 온천 봉고차가 역전에 대기했다 태워다 주는 것도 편한 일이다.
작은 역전 앞 왼편으로 전설의 무사가 수련했다는 구라마 산과 그 앞에 구라마 마을의 상징인 커다란 붉은 코의 텡구 얼굴상이 보이고 다시 구라마 진쟈神社를 지나면 곧 구라마 여관 온천이 나온다. 여관 방이 3개 뿐이나 노천 온천이 마침 히가에리日帰り (여관에 묵지 않아도 할 수 있는 온천) 여서 손님이 많다. 보통, 여관에 있는 온천은 여관 손님만 하게 되어있고 값도 아주 비싸다. 한국에서 오는 분들이 잘 모르고 그저 여관 하나 잡아 주세요 라고 하나 일본은 여관이 호텔보다 훨씬 고급이고 비싸다. 좋은 개인 서비스가 있기 때문이다.
인터넷 홍보가 잘 되어있는지 구미에서 오는 손님이 꽤 있다. 조용한 온천에 한국말로 크게 떠드는 한국에서 온 사람들도 보인다.
돌계단을 올라가 노천 온천 (로텐부로)을 잠시 하고 다시 내려와 여관의 얌전한 식당에서 소바나 두부로 요기를 하고는 다음 날의 시험 공부를 한다. 한 겨울의 일석이조다.
교토 시내보다 북쪽이어 교토에 안오는 눈이 날리면 그 눈을 맞으며 따스한 온천을 하는 맛이 있다. 주중 수업을 마치고 구라마 온셍 가는 날을 어렵기만한 가을 학기 내내 손꼽아 기다렸다.
늦게나마 힐링하는 휴식처를 찾았기 때문이다.
데마치야나기 역에서 종점 구라마로 20분 타고 내리는 전차 - 교토 구라마 계곡 아래 시냇물이 흐르고 - 교토 구라마 2016 1
노천온천(로텐부로)으로 오르는 돌계단, 뒤로는 구라마 산 - 구라마 2016 1
구라마 노천온천 앞산에는 봄 벚꽃이 피고 뒤산으론 가을단풍이 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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