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4 2 3
통 인 시 장
내가 오래 살아 온 경복궁 가까이 필운동 근처에는 오래 전부터 재래 시장이 둘 있다
육중한 정부 청사 뒤 당주동 정겨운 골목과 광화문 일대를 없애버리고 '경희궁의 아침' 같은 수 많은 고층 아파트 건물이 몇 해 전 그 일대에 들어서며 골목길 한옥 밥집들이 사라져서인지 그 쪽에서 길 건너면 나오는 금천교 시장 하나하나 가게가 밥집으로 바뀌더니 먹자 골목 막걸리 골목이 되어버려 커다란 인간 풍선에 흐느적 양팔이 손짓까지 하는 걸 보면 너무 슬퍼 울어버리고만 싶다
경복궁 지하철역을 나오면 바로이고 필운동 배화여고에서 내려가면 나오는 아담한 그 시장은 채소 과일 생선 국수 공장까지 옹기종기 모인 예쁘고도 사랑스런 시장이었다
내 고향 서울에 사라진 게 한 두개가 아니지만 금천교 그 정겨운 역사도 사라진 것이다
그러나 그보다 규모가 좀 큰 통인 시장은 비교적 그대로이고 어머니와 생선을 샀던 추억이 잘 보존되어있어 감사하게 생각한다
그 곳에서 직접 만드는 떡집도 있고 젊은이들이 좋아하는 떡볶이집, TV 에 등장하는 2대 째 유명한 김밥집과 여러 잡화 등 이것저것 볼거리도 좀 있어 일본인 중국인의 관광객들과 서양인도 보인다
그러나 기업형 대규모 수퍼에 익숙해진 소비자들을 이런 전통 시장으로 오게 하는 것은 쉽지 않은 일이다 활성화시켜 보려고 상품권을 발행하고 한 쿠폰으로 여러 집을 다니며 점심을 드는 등의 아이디어를 써보지만 이번 구정에도 대목치곤 조용해 보여 수 많은 서민들인 상인 입장을 생각하면 안됬고 이러다 돈 좀 되는 막걸리집으로 되어버리거나 아예 사라져 버리는 건 아닐까 하는 불안한 마음이 있다
지난 번 시청에서 박원순 시장과 모여 이 마을의 나아갈 방향과 고민을 이야기했는데 북촌 대표가 하는 말 중에 서촌의 부러운 것 하나가 통인 시장이 있는 것이라고 했다
구미와 세계를 가게 되면 의례 재래 시장을 둘러보게 된다
그들의 살아가는 일상을 보면 그 문화와 삶을 쉽게 접하게 되고 지구 반대편이어도 같은 인류로서의 동질감을 느끼며 재수가 좋으면 맘에 드는 매력있는 것을 싸게 구입할 수도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세계 어디의 재래 시장도 그들 생활에 더 이상 밀착된 건 아니어서 거의가 관광형이 되어 버렸다
일본의 고도, 교토 시내에는 니시끼 라는 큰 재래 시장이 있다
통인 시장의 여러배로 일본의 어디나 그렇듯 잘 정리 되어있고 질서가 있고 친절하고 포장의 디자인이 깔끔히 잘 되어있어 거기 수십 년 된 상점이 동경의 긴자 한복판에 지점이 있을 정도다
너무 단정해 재래 시장 같지 않은 곳에서 고향의 통인 시장을 떠올렸다
하나 더 달라면 주는 인정이 있고 과일을 사면 옆의 땅콩을 한웅큼 쥐어주었다
단골이어 내가 원하는 걸 잘 알고 있고 디자인 개념이 없고 시커먼 얇은 비닐 주머니에 싸주지만 서로의 안녕을 묻고 대도시 한복판에서 인간의 맛과 정감과 우리의 지나온 시간을 느끼게 한다
그래서 이 끝에서 효자동이 되는 저 끝까지를 걸어 갔다 되돌아 오기도 한다
시대와 함께 어느 분야든 변화하고 발전해 가야겠지만 인간성의 기본인 정과 서로를 걱정해 주는 마음과 나눔 등 변하지 않는 것도 있었으면 좋겠다
내가 통인 시장을 자주 가는 이유다
통인 시장
두 생선 가게 중
어느 것이 엄마와 생선을 산 데일까
그 평범한 행복을 그렇게 흘려보내고
물을 엄마 안뵈이는 지금
나는 그것이 알고 싶다
훗 날
궁금해 할 지도 모를 것들을
아들에게 알려 주려도
더 큰 일로 그 마음이 차있다
그 때 내가 그랬듯
종로구 통인동의 통인시장 - 2014 1 30
일본 교토 시내에 있는 니시키 전통 시장 - 2013 12 2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