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3 10 31
가야금 명인
오동나무와 명주실로 만든 가야금을 가야금 명인이 켜면 누구나의 가슴을 울린다
황병기 명인이 감동을 주는 건 결국 60년 매일의 연습이라고 했다
한달을 쉬면 손의 근육이 풀어져 그 소리가 안나온다는 것이다
그러니 우리가 듣는 건 켜켜히 쌓여진 그 연습의 결인 셈이다
내가 그 소리와 만나고 싶어진 것은 여러 해 전 뉴욕의 메트로폴리탄 뮤지엄을 돌아 보는데 한국에서 온 황병기의 연주가 있다는 포스터를 문득 보고 그 세계적인 공간에서의 두루마기와 가야금의 묘한 조화를 떠올렸기 때문이었는데 시간이 안맞아 못 보았으나 그 후 서울에서 그의 공연이 있으면 그 생각이 나 가게 된다
가야금 하는 분이야 많지만 두루마기를 길게 입고 자신이 만든 곡을 해설하는 그의 폼이 묘한 분위기를 만들어 내어 인상이 깊다
모임에서만 뵈다가 지난 초여름 선생과 복요리를 먹으며 많은 재미있는 이야기를 들었다
경기고 서울 법대 엘리트 코스에 취미도 아니고 그것에만 매달리는 아들을 어느 부모가 좋아했으랴 반대를 무릅쓰고 했다고 다 성공하는 건 아니지민 선생은 성공을 했고 동서고금을 아우르는 독특한 예술의 장을 창안했다
뉴욕에서 특이한 무용을 하던 무명의 홍신자를 서울 명동의 옛 시공관에 비용을 대고 초빙해 장안의 화제로 만들만큼 재능를 보는 예리한 안목과 마음이 있고 백남준 재단이사장이며 젊은 음악인과 힙합과도 함께 시도해 보는 것을 마다하지 않는 예술가이다
늘 학구적인 그는 논어 핵심 100개를 상의 안주머니에 끼고 다니며 공부하시더니 드디어 논어 해설집 ' 황병기의 논어 백가락' 을 이번에 냈다
첫 대목 '벗이 있어 멀리서 찾아 오면 즐겁지 아니한가' 와
'배우고 때때로 익히면 기쁘지 아니한가' 는 언제 들어도 시공을 초월한다
그의 삶 속에서 발견하고 깨우친 그 만의 논어 해석이 궁금하다
그러나 내가 그에게 정작 감동을 받은 것은 다섯살 연상의 여인을 고교 때에 만나 살아온 지 오래인 걸로 알려져 있는데 소설가 한말숙 선생이 올 해 만도 두 번을 입원하고 현재 밖에 나가지도 못한다고 안타깝고 슬프다는 심정을 토로할 때였다
그의 애틋하고 심히 걱정하는 속 마음을 보면서 오래 한 부부의 남이 알 수 없는 정을 떠올렸다
한선생은 어머니 가시기 전 해, 내가 몇 해 걸려 만든 어머니의 첫 한국어 시집을 펴내며 당시 손호연을 아는 국내 문인이 없어 마침 프랑스에 계신 피터 현 선생이 한선생에게 청해 손호연 출간기념회에 인사말을 하게 되어 손호연 시인을 드물게 본 분이기도 하다
한 줄 시 단가의 명인인 손호연의 시 네 수를 이 시대 가야금 명인이 골라 '호연사제'라는 곡을 더운 여름 작곡해 시인의 10 주기인 11월 22일 '손호연 시인의 집'에서 초연이 벌어진다
서늘한 가을까지 천천히 만드시지 왜 이 찌는 여름에 하셨느냐고 투정을 하니 나이 든 사람은 언제 갈 지 몰라 생각날 때 속히 해야 한다는 명쾌한 한마디를 던지신다
절절하다고 말하는 시와 곡이 대금과 창으로 펼쳐질 그 초연이 못내 궁금하다
구비구비 펼쳐진
고난과 역경의 물을 건너 왔네
없는 길을
헤치고 헤쳐
이만치 와 뒤돌아 보는
험난의 길
그 때는 몰랐었네
그
켜켜히 쌓여질
명인의 길
황병기 선생 손호연 시인의 집에서 - 2013 6월 4일
2011 년 연말 파티에서 자신이 작곡한 곡들을 해설한 황병기 선생과 한말숙 선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