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3 7 13
해 운 대
해운대는 늘 그립다
어려서 신정마다 아버지 품에 안겨 수영 비행장에 내려 동래 온천과 해운대를 갔었다
너덧 살 아주 어렸는데도 기억에 있다
사진 찍기를 좋아하신 젊은 엄마가 카메라를 아래로 내려다 보면서 여름 바다로 점점 뒷걸음질 해 들어가며 우리의 사진을 찍으면 어린 남동생이 엄마 고만 가, 빠져 죽어 ~ 발을 구르며 소리지르던 광경이 그 물만 보면 어제이듯 떠오른다
아는 분의 아버지 장례가 부산이어 KTX로 간 김에 해운대를 향했다
오랜만인데 신의 옷자락 같이 펼쳐지는 파도는 같은데 소문대로 85층 고층 빌딩들이 바닷가에 늘어서 있어 분위기는 많이 다르다
미국에서 늘 고국을 그리워 하다 와보면 그리던 고향이 아니었듯 여기도 그리던 해운대는 아니다 더구나 올 제마다 택시를 타고 동래 온천을 한번 데려다 달라고 하면 전의 동래가 아니니 가지말라고 하여 여직 가보질 못했다
시대에 맞추어 변화하는 것은 당연하나 좀 정감 있게 발전하면 얼마나 좋을까 하는 아쉬움이 부산을 보면 들지만 다 잘 사는데 내가 뒤진 생각인지도 모른다
내 나름대로 어려서의 기억을 따라 걷는다
아주 어려서 엄마와 동생과 기차를 타면 느린 완행 열차 문간에 다리를 내리 걸치고 앉아 낭떠러지로 눈부신 바다를 바라보며 달리던 기억이 생생하다
곧 없어진다는 그 기차를 타보진 못했으나 그 기차길을 걸어 본다
많은 세월이 지났는데도 어려서 바라 본 가슴에 새겨진 푸른 바다와 이 순간이 곧바로 연결되는 게 신기하다
주위를 돌아 본다
공간은 그대로인데 시간은 그걸 꿰뚫고 쏜살 같이 어디로 갔을까
정든 그들은 다 어디로 가서 지금 나를 꿰뜷어 보고 있을까
사랑의 얼굴은 달라도
사랑의 이름은 같아
두 손 꼭 잡은 푸른 연인의 모습
해운대 바다는 아직도 그렇게 있는데
젊은 엄마 물에 발 담그고
카메라 내려다 보며
첫 딸을 찍던 그 모습
내가 받은 유산
오래 전 아주 느린 완행 열차에서 짓푸른 해운대 바다를 내려다 보았던 그 철로길
파도는 그대로인데 사람과 환경은 낯설어 - 해운대 2013 7 20
오륙도 돌아가는 연락선마다 ~ 해운대 오륙도 서영수 선생 촬영 2013 7 2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