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ulture Essay 이승신의 詩로 쓰는 컬쳐에세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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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경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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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13.08.25 14:17

 

 

 

 


                                                                                                                     2012    6   7

 

명동 소묘

 

 

 

전혀 계획하지 않은 일이 벌어지는 날이 있다

아니 거의 매일이 그렇다고 해도 과언은 아니다

 

가령 엊그제 같은 날 점심 약속이 있었다 

 

몇 번 스케줄이 바뀌다 최종이 월요일로 알고 갔는데 가니 예약이 되어 있

지 않았고 핸드폰은 밧데리가 다하여 입력된 번호를 찾을 수가 없었다

남은 자리가 없어 나오려는데 점심 상대와 서로 다른 월요일로 알고 엇갈려

난처해 하는 분이 또 있었다

구삼열씨다

 

그는 진정한 문화인으로 몇 해 전 내가 기획해서 일본도 몇 번을 가서 찍은

시인 손호연 어머니의 일생을 다룬 TV 다큐멘터리 “일본의 심금을 울린

무궁화” 에 감동하여 그가 대표로 있던 TV 방송사에서 방영을 했을 뿐 아

니라 최근의 내 시집을 칭찬해 주는 연락도 잊지 않았다

 

그가 잡은 자리에서 점심을 들며 마침 그 전날 여수 엑스포 일본의 날에

일본측이 참석하지 않은 일 등을 이야기하며 최근의 한일 관계를 우려했다

"한일 관계를 걱정하는 사람들의 모임” 이라도 만들어야겠다는 생각도 했다

 

그러다 화제가 바뀌어 ‘이선생도 그렇지만 정경화가 5년을 손을 다쳐 못하

던 연주를 명동 성당에서 하는데 전에 그토록 많이 들었는데도 그동안 산

신령이라도 만났는지 신에 홀린 것만 같아, 그간 거짓말 했지?’ 라고

했다고 한다. 그는 정명화씨의 부군으로 정경화씨는 그의 처제다

 

산신령이라는 말에 귀가 번쩍 뜨여 표가 있느냐고 물었다

그렇게 낮의 스케줄도 바뀌고 저녁의 스케줄도 전혀 상상 못 한 것으로

바뀌어 버린 것이다

 

6월 저녁의 명동 성당은 경건했다

털어 놓을 수 없는 기도 제목이 있는 이가 갈 자리였다

성모 마리아와 예수상이 있었고 12 제자의 벽화 그림의 눈동자가 나를

바라다 보았다

 

그리고 제단 앞에 모습을 보이는 정경화

아주 짧게 자른 머리에 수수하기 짝이 없는 하얀 샤츠와 검은 바지에

납작한 검은 신발 그리고 그 손에 바이올린이 있었다

 

무반주곡의 바흐가 깊게 울렸다

그런 깊이와 성숙함이 나오려면 얼마나 많은 훈련을 했을까 보다는

어떻게 그 깊은 과정의 영성으로 들어가게 되었을까 라는 생각을 했다

 

그의 어머니를 닮은 얼굴에 잊었던 장면이 영화 필름처럼 스쳐간다

 

뉴욕의 시라큐스에 있을 때 의사인 막내 아들을 보러 그 어머니가 거기에

오셨고 그 어머니를 내가 차에 모시고 그 곳에 흔한 아름다운 녹빛 호수를

갔었지. 그 목소리가 어제이듯 귓가에 있다

1살인 내 아들을 차에서 안고 계셨으니 30년 전의 일이다

 

살짝 눈을 떠 그 결연함과 열정적인 연주 모습도 보았지만 대부분은 눈을

감고 한 천재적인 작곡가의 곡과 그 기가막힌 해석을 들으며 과거로 현재

의 기도 제목으로 그리고 자연스레 미래로 향하는 평안한 마음이 되었다

벽에 새겨진 사도들 성인들도 숨죽이며 귀를 기울였다

 

지상에 그런 소리가 나오기까지 여러 해 들어 온 명성 말고

우리가 모르는 아픔은 어떠했을까

뜨거운 불에 제련되어 마침내 솟아 나오는 금빛을 나는 보고 들었다

 

거기다 성당에 가득 찬 한 분 한 분의 가볍지 않은 삶까지 아우른다면

더한 무게와 거룩함이 그 저녁 어디에 있었을까

 

계획하지 않은 시간표가 돌아보면 언제나 아름다웠다

 

 

 

 한치 앞을 볼 수 없는 미래

 그래서

 더 기대되는 남아 있는 삶

 

 

 

 시인에게 말했지

 다시 태어나면 시인이고 싶다고

 이마를 맛댄 우리는

 서로가 어머니의 작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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