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합뉴스 2013 3 7
한국 시인, 일본시로 대지진의 상처를 보듬다
일어로 된 단가시로 일본인 마음달랜 이승신 시인 (도쿄=연합뉴스) 조준형 특파원
2대 째 일본의 정형시 단가短歌를 쓰는 이승신 시인이 7일 도쿄 외신기자클럽(FCCJ)에서 출판 기념회를 개최, 인사말을 하고 있다. 한국인 단가 작가로서 일본인들에게 큰 사랑을 받았던 어머니 손호연 1923~2003 시인의 장녀인 그는2011년 동일본 대지진의 참상을 접하며 단가를 쓰기 시작했다.
2013 3 7 <<국제 뉴스부 기사>> jhcho@yna.co.kr
이승신 日지진 피해 위로 단가집 출판기념회
"다시 시작이다, 살아남은 우리가 위대함을 만든다"
2대 째 일본의 정형시 단가短歌를 쓰고 있는 이승신 시인이 7일 도쿄 외신기자클럽FCCJ에서 열린 출판 기념회에서 인사말 중 자작 단가 '다시'를 읊자 객석에서 큰 박수가 터져 나왔다. 곧 2주기 (3월11일)를 맞는 동일본 대지진의 상처를 위로하는 메시지이다
현재 한일 관계는 차갑지만 현장에 있던 한국인과 일본인 250여 명은 시를 끈으로 이 날 밤 분명히 서로의 마음을 이었다
한국인 단가 작가로 일본인들에게 큰 사랑을 받아 온 어머니 손호연1923~2003 시인의 장녀인 그는 2011년 동일본 대지진의 참상을 바라보며 단가 250 수를 단숨에 지었다
"이웃한 우리나라 사람들이 그때 긴 줄을 서 기부하는 걸 보면서 사랑하는 사람을 잃은 그들의 마음도 만져주어야 한다고 생각했다"고 단가를 지은 동기를 소개했다. 어머니의 시심이 살아 있다면 힘 있는 한 줄의 단가로 위로를 할텐데~ 안타까워 했고 어머니를 기억하는 일본들이 "이 선생이 단가를 써보라"고 권유를 했다
그는 작년과 재작년 동일본 대지진을 소재로 한 단가 시집 2권을 잇달아 펴냈고이 날은 동일본 대지진 2주기에 즈음해 두 시집 '그대의 마음 있어 꽃은 피고'와 '삶에 어찌 꽃피는 봄날만이 있으랴'를 일본인들에게 선보이는 자리였다
반응은 뜨거웠다. 한승주 외교부 장관과 신각수 주일 한국대사를 비롯한 한국인도 있었지만 일본인들이 훨씬 더 많았다. 손호연 시인을 기억하는 일본인들은 그의 딸이 단가로 일본인들을 위로해 주는 데에 커다란 감동을 받았다.
행사가 끝난 후 사인을 받고 사진을 찍으려는 행렬이 한참을 이어졌다 일왕의 단가 스승인 나카니시 스스무(中西 進) 전 교토예술대 총장과 피해지 미야기현의 이시노세키 국립공대의 탄노 고이치 학장, 6자 회담 일본 대표인 스기야마 신스케(杉山晋輔) 외무성 아시아 대양주 국장, 무토 마사토시(武藤正敏)와 데루다 테루스케 전 일본 대사 등도 인사말을 했다
이 시인은 행사 후 연합뉴스 기자와 만난 자리에서 "우리가 1400 년 전에 전해준 단가는 일본인들의 마음의 고향인데 한국 사람이 마음 속 가장 깊은 곳을 건드려 주어 크게 감동하는 것 같다"며 "지금 한일 관계가 좋지 않으나 그럴수록 우리가 더 넓고 깊은 마음으로 이웃 나라에 다가가는 것이 선진국으로 나아가는 길이라고 생각한다"라고 말했다
조준형 특파원 jhcho@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