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앙일보 2009 12 4
이승신 詩集『숨을 멈추고』
국내 유일의 일본 단가短歌 시인이었던 손호연 시인의 딸인 이승신 (자신의 컬렉숀인 샤갈의 오리지날 작품 'Bible Story' 앞에 선 시인의 사진, THE SOHO) 시인이 두 번째 시집 『숨을 멈추고』(SOUL)를 냈다
지난 여름 시베리아 바이칼호 여행에서 얻은 짧은 시 126편이 담겨 있다 시집에 눈길이 간 건 우선 ‘성탄제’의 김종길 시인이 쓴 다음과 같은 추천사 구절 때문이었다“바이칼호를 찾은 시인은 적지 않을 것이다. 그러나 이 시인만큼 그 장관으로부터 깊은 감동을 받고 거기서 자신의 근원을 발견한 운명적인 만남을 시를 통해 노래한 시인은 아마 없을 것이다 ”시편들은 하나같이 그런 상찬에 값할 만한 것들이다
끝간 데 없는 벌판과 수평선, 숨막히는 황혼 등 웅혼한 대자연 앞에서 느끼게 되는 삶의 근원과 어쩔 수 없는 인생무상, 찰나여서 서글프고 아름다운 인간의 사랑과 인연을 군더더기 하나 없이 바짝 졸아붙은 언어로 노래한다 하얀 뼈로 남은 시베리아 자작나무 가지라도 보는 것 같다 “저것은 누구의 손으로 쓰는 시인가 이 편 하늘의 웅장한 노을을 바라보다 잠시 숨을 멈추고 ”표제 시 ‘숨을 멈추고’ 에서도 그런 냄새가 물씬 난다단가는 31음절로 이루어진 우리 백제가 전해준 일본 전통 시 형식이다
손호연 시인은 일본 천왕이 지은 단가를 직접 낭송하는 궁중 신년 모임에 초청될 정도로 단가 실력을 일본 사람들로부터 인정받았다. 이 시인의 짧은 시와 단가 사이의 관련이 궁금해지는 건 당연하다 하지만 이 시인은 “어머니는 내가 다 모르는 언어로 쓰셨기 때문에 문학에 있어 어머니의 영향이 많지는 않았다”고 말했다 이번 시편들이 “무한한 영감과 삶의 에너지를 주는 여정에서 봉숭아 씨 터지듯 자연스럽게 쏟아진 것들” “시베리아든 여기든 어디에서든 나오고야 말 것들”이라는 것이다
이 시인은 시인으로서 홀로 서는 중이다 이 시인은 미술 전시회· 음악 연주회 문학 행사가 열리는 서울 종로구 필운동의 예술공간 ‘THE SOHO’의 대표이기도 하다
신준봉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