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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령도

  • 조회 5250
  • 2013.09.16 10: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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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13   9   15

                                                                           
백 령 도

 

1997년 탈북해 여성 1호 박사가 된 이애란을 처음 본 것은 지난 해 칼날 같이 추운 겨울 날 길바닥의 천막 속이었다   동네를 조금 걸어 내려가면 효자동 큰 길이 되고 청와대 가는 길에 옥인 교회가 있다

그 교회 앞 천막 속에서 그는 중국에서 탈북자들을 북으로 보내는 것에 반대해 18일 째 단식을 하고 있었다   나는 거의 매일 저녁 그 앞을 산책하는데 너무나 측은해 어느 날 그 안으로 들어가 손을 잡고 기도를 했다 

하루는 역시 북에서 온 그의 어머니가 이제는 몸을 생각해 단식을 멈추라고 간곡히 말해도 그 말을 듣지 않는 딸이 안타까워 나를 붙들고 눈물로 하소연을 하기도 했었

 

그런 그가 6천 박스의 약과를 만들어 명절에도 고향에 가지 못하고 나라를 지키는 백령도의 해병대장병들에게 갖다주는데 같이 가자고 해 기부를 좀 한 다섯 친구가 모였다   동인천으로 가서 다시 인천부두에 가 배를 타는데 새벽부터 움직였는데도 비가 와 교통이 막혀 아침 8시 배를 나만 놓쳐 한참을 기다리다 1시 반 배를 탔다

 

거의 5시간이나 배는 걸렸고 파도가 심해 멀미로 괴로왔다

저녁 6시 반, 집 떠난 지 12시간 만에 도착해 이미 전달식은 다 했지만 장병들의 안내로 숙소에 짐을 풀었고 이불을 펴고 밤새 이애란의 북한 이야기 탈북해 우리 나라에 와 정착하는데 고생한 이야기 약과를 무조건 많이 만들어 여기저기 기부를 청하고 SNS 로 알리는데 카톡이 기중 효과가 있어 2500만원이 모였다는 이야기들을 들었

 

통일이 되면 김일성 김정일의 별장 34개를 관광지로 만들어 거기서 북한 음식을 남한 사람들이 맛볼 수 있도록 지금부터 가르치고 다음 명절에는 약과를 더 많이 만들겠다고 했다

세계의 스타박스에 그 약과를 내 보내는게 꿈이라고도 했다

 

장병들에게 힘을 주고 좋은 일 하고 싶은 사람들에게는 기회를 주고 개성식 약과를 다른 탈북자들과 밤새 만들어 그 많은 걸 소비하는 아이디어와 그 의지를 보며 '스스로 돕는 사람'이라는 생각을 했다


다음 날 아침 권용석 윤주현 두 장병의 안내를 받아 북한의 천안함 북침으로 희생된 우리의 꽃다운 용사 46명의 위령탑과 영원히 불타오르는 불꽃을 참배했다

정말로 숙연해졌다

 

한 두시간의 배타기인 줄 알고 왔다가 다섯 시간의 배멀미로 고생해  따라온 것을 속으로 후회했었다   바로 앞 2.5키로 바다 속 그 찬 물에서 나라를 위해 민족을 위해 희생한 영령 앞에서 깊이 뉘우치며 그 영들에게 고개를 숙였다

 

통일이 오는 그 날까지 명절도 없이 서해 최북단, 황해도가 코 앞에 보이는  백령도를 지키는 해병대 장병들이 든든하고 새삼 감사하다

콩알만한 자갈이 깔린 콩알 해변과 신비로운 두무진, 그 길따라 길게 피어난 해당화가 아름다운 평화로운 섬 백령도를 우리 민족이라면 누구나 피부로 느껴볼 일이다 

 

 

          미안하다 용사여 

             

             그러나 

         그대의 고귀한 뜻 

             천년 만년  

          민족의 가슴에 한없이 빛나리 

 

             영원히 꺼지지 않는 불꽃과 함께



                                                 해병대 권용석 원사 촬영

                                          백령도의 절경  두무진   -   2013  9  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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