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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은희

  • 조회 5326
  • 2013.08.25 16: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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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54년 주한미군 위문공연으로 한국에 온 마릴린 몬로를 맞는 당대 한국 최고 여배우

                              

                                                                                           2013  6  22 

 

 

운 명

 

 

최은희를 생각하면 '운명'이라는 단어가 떠오른다

신상옥을 운명처럼 만나 우리의 영화 시대를 만들었고 이 분단의 시대, 홍콩에서 북으로 납치되었는데 그 때는 남의 남자였던 신상옥 감독이 그 후 납북되어 북에서 5년 투옥 후 최은희를 만나 거기서 다시 함께 영화를 만들게 되는 그 사랑과 운명

 

 

'영화 같은 삶, 최은희를 돌아보다' 최은희 특별전

'a Life like a Film Choi Eun Hee Retrospective' 가 지금 한국 영상자료원에서 열리고 있다. 한국 영화사에 한 획을 그은 배우 최은희가 1947년 '새로운 맹서'로 데뷰했으니 영화인이 된 지 꼭 66년 만이다

 

 

신상옥이라는 거물과 떼어놓고 말할 수 없는 최은희가 출연한 수많은 영화 중 직접 고른 영화 25편을 통해 그의 영화 세계와 영화보다 더 영화 같은 그의 삶을 돌아보고 이해하는 장을 만든 것이다

 

 

김수용 임권택 같은 유명 감독들, 신영균 남궁원 같은 한 시대를 풍미한 상대 배우가 모였고 그의 목소리를 더빙했던 고은정, 갓 영화 감독이 된 김동호와 팬들이 모였다. 상기된 최은희는 비록 휠체어에 앉았지만 80대 중반치고는 젊고 건강해 보였다

 

 

50년 대 60년 대 톱 스타로, 우리나라 3번째 여성 영화 감독으로, 안양 예술학교 교장으로 한창 한국 영화계를 위해 힘을 쏟던 1978년 북한에 납치되었고 연이어 납북된 신상옥과 함께 거기서 김정일의 전폭적 지지로 작품들을 만들다 1986년에는 비엔나에서 미국으로 망명하게 된다

 

 

내가 그를 처음 본 것은 어려서 '사랑방 손님과 어머니'를 본 후인 1966년

한창 최고의 학생 잡지로 줄을 서서 기다리던 '학원' 잡지가 내 여학교에 표지 모델을 부탁했고 교감선생님에게 뽑혀 다음 날 잡지사에 갔을 때 같은 방에서 당시 역시 잘 나가던 여성 잡지 주부생활의 표지 모델로 화려한 화장을 하고 있던 최은희를 보았다

그가 민짜 얼굴의 어린 나와 인사를 했었는지는 기억에 없다

 

 

그 후 제대로 서로 만나게 된 것은 1994년 9월

미국에서 귀국 후 제일기획의 제작고문으로 있을 때 히트할 만한 TV 다큐멘타리 시리즈를 기획 제작해야 하는데 납북 후 극적으로 탈출해 한국으로 오지 않고 미국에 망명해 살고 있는 신상옥 최은희 생각이 났다

그들은 암살 위협을 받고 미국 CIA 의 보호하에 있었는데 나의 직격인터뷰를 신변 보호를 이유로 일언지하에 거절했다

 

 

끈질기게 설득해 드디어 PD와 AD를 대동하여 할리우드로 갔다

1주일을 같이 먹고 영화사에 가고 성당을 다니며 그들의 일상을 찍었고 마지막 날의 인터뷰는 그들의 아파트 한복판에서 하기를 원했는데 일거수 일투족이 녹음되는 위험한 상황이어 안된다는 걸 또 설득해 드디어 그들의 응접실에서 할 수가 있었다

 

 

신상옥은 멋지고 지적이고 내용이 있었다

지금의 시절과 달리 어려운 우리네 지난 영화 제작에 온갖 뒤치닥거리를 했을 최은희는 그 거대한 인물의 그늘에 가리워 둘을 향한 나의 6시간이 넘는 거침 없는 질문에 대부분 신상옥이 답을 했고 최은희는 조용한 내조자로 비춰졌다

신상옥이 그 때 배우인 최은희를 표현한 한마디도 '현모양처'였다

인터뷰 후 여배우가 부엌에서 만들어낸 요리도 맛이 있었다

 

 

한국의 영화시대를 맨손으로 만들어내며 그가 신감독과 겪었을 많은 고생과 한국 영화를 위해 바쳤을 희생을 상상하며 그럼으로 한복이 어울리는 한국적인 여인상의 이미지가 구축되었을 것이라는 생각을 했다

 

 

그 후 두 사람은 고국에 돌아왔고 가끔 보았으며 몇 해 전 신감독 장례에선 초쵀한 최은희를 보기가 참 안됬었다

 

 

그리고는 특별전에서 보는데 우리 만의 할리우드 추억도 있지만 참으로 반가워 했고 그 와중에도 누가 사진 한 커트를 찍어 주는데 내가 약간 뒤에 있자 그러면 자기 얼굴이 크게 나온다고 귓속말을 해, 웃으며 내 몸을 앞으로 끌었다

 

 

젊었을 때 아름다운 모습이 다 기록되어 있어 배우 하길 정말 잘 했다고 거듭 말하는 걸 보면 배우로 천시 받았던 시절이 있었겠다는 생각이 든다. 물질만능 인기만능의 이 시대에 배우 좋은 거 모르는 사람이 어디 있나

 

 

그에게 두 잡지 표지 모델을 우리가 동시에 찍었었다는 말은 이번에도 꺼내지 못했다

 

 

 

 

 

 남의 삶을 살아보는 배우

 분단의 시대

 남과 북의 삶까지 살아 본 여배우

 의 운명적 사랑

 

 

 물어도 물어도 알아낼 길 없는

 그만의 삶

 그만의 사랑

 

 

 

 아  

 그만의 그리움 그리움

 

 

 

 

 

 

 

 
 

 
탈북 후 할리우드 신상옥 최은희 아파트 응접실에서의  '이승신 인터뷰'  -  1994  9

  


파란만장의 대한민국 대표적 여배우, 왼편은 배우 남궁원 - 2013 6 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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