숭 례 문
5년 너머 전 2005년 2월 이스라엘과 터키를 갔었는데 이스탄불 길을 지나다 타임지 표지에 남대문이 화재로 무너진 것을 보고는 가슴이 무너지는 듯 했었다
나라의 국보이기도 하고 하루에도 몇 번씩 지나는 길에 늘 보던 정든 유적이 그렇게 순간에 사라졌다는 것에 아연했다 사라진 것은 그저 보물이 아니라 우리의 긴 역사요 귀한 문화였다
거기다 일생 "무궁화"라는 제목의 시집으로 한 줄의 詩를 지어 온 어머니의 무궁화 詩 시리즈에 나오는 "숭례문"이 떠올랐기 때문이다
아치를 장식한 남대문의 무궁화 독립된 날 맞추어 단정히 피었네 アーチ飾る南大門の花無窮花この時をしも 愼まし く咲く
돌문을 단장한 숭례문의 무궁화 숨죽이며 이 날을 기다려 왔네 アーチ飾る南大門の花無窮花この時をしも 愼まし く待く
비바람 겪어 내고 활짝 핀 무궁화 겨례의 얼 서리네 雨風に耐えに耐えつつ 咲きさかる花花にかよう韓民の性 모진 비바람 속 참고 또 참으며 피고 또 핀 겨레의 심성과 상통하는 꽃 雨風に耐えに耐えつつ 咲きつづく民の心にかよう無窮花かも
막아논 수리 현장이 볼 제마다 답답하고 외국인 친구라도 오면 가려진 것을 한참 설명해야 했던 게 갑갑했었다 드디어 오랜 공사 끝에 열어 가슴이 시원하고 국보의 본체인 경복궁을 마다하고 숭례문이 국보 1 호가 된 이야기도 알게 되었다
늘 다른 나라의 어마어마한 스케일의 유적을 보며 우리 조상은 무얼했는가 생각 안해 본 적 없지만 다시는 그런 화재가 없고 이렇게 우리에게 있는 것이라도 잘 아껴야 한다는 마음이 우리 국민이라면 누구라도 들었을 것이다
그러나 1945년 해방 무렵 나라를 사랑하는 마음으로 숭례문에 마음을 여미고 그 곳에 피어 있는 나라 꽃 무궁화의 혼을 예찬하며 그 꽃이 예속된 우리 민족의 고통스런 마음을 꿰뚫어 다 들여다 본 것을 섬세하게 표현한 손호연 시인의 시를 생각하며 내가 보아 온 키 크고 잘 생긴 무궁화 나무들이 다 사라지고 새로 심지 않은 것이 서운하다
우리 국민과 시인이 함께 울고 웃었던 그 무궁화, 예속된 날에도 그 후에도 이 시들은 숭례문과 무궁화를 테마로 한 우리나라 최초의 시이기도 하다
겨레가 말없이 순종해 온 오욕의 날을 눈여겨보던 나라꽃 무궁화 この民が無口のままに従いし汚辱の日をば見極めし無窮花
국경과 언어의 장벽까지 뛰어넘어 나는 피우려네 무궁화 꽃을 国境を言葉の壁を乗り越えて吾が咲かせみる無窮花の花を
손호연 詩
불에 탄 숭례문에는 잘 생긴 큰 무궁화 나무들이 앞 뒤에 꽃을 피워 시인의 눈길을 끌었다
숭례문을 다시 반가이 대하다. 어려서부터 보던 무궁화 꽃 없이 ~ 2013 5 17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