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괴산 산막이 길을 걸으며

  • 조회 1018
  • 2023.08.12 21: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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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승신의 로 쓰는 컬쳐에세이

 


 

 괴산 산막이 길을 걸으며 

                                                                             

                                                                      2023 7 13

 

을 가는 날은 비가 쏟아졌다.

괴이한 괴상한 그리고 최근 듣는 괴담까지, 산뜻한 의미가 떠오르지 않는데 왜 그렇게 이름을 지었을까 했는데, 그게 느티나무 괴槐 라는 걸 알게 되었고 과연 마을 어귀 등 큼직한 느티나무가 어디에고 듬직하게 서있는 걸 보게 된다. 느티나무는 다른 나무와 달리 벌레가 끼지 않는다고 했다.

괴산에는 '괴산 타임즈' 신문이 는데 거기에 내 글이 실린 지 몇 해가 되는 그런
인연이 있다. 여러 해 전 한운사 선생이 가시고 기념관이 그가 태어난 자리에 서는 날, 식순 만 참석하고 바로 돌아갔에 괴산은 이번이 처음인 셈이다.

호수 곁 '산막이 마을'이 좋다며 거기에 숙소를 잡아주었는데 큰 길에서 차로 20여 분 오르는 구불구불 마을 길이 낭만적이고 사랑스럽다. 언덕 위 하얀 집에 짐을 풀고 서너 걸음 내려가니 내가 좋아하는 수제 두부 집이 늘어서 있다. 

거기서부터는 나만 처음이지 잘 알려져 전국에서 찾는다는 '산막이 옛길'이 시작된다.
폭우가 내리지만 대도시를 빠져나와 자연 속에 있다는 게 참 좋아 그걸 걷는다. 
손바닥 만한 양산이어 옷도 폰도 젖지만 소나무 숲길 바로 곁이 댐으로 생긴 큼직한 괴산호여서 에메랄드 빛 물길 따라 걷는 게 딴 나라 온 것처럼 새롭고 신선하다. 

강한 비로 사람들이 보이지 않지만 소문난 그 길은 호수에 배도 뜨고 물길을 우편으로 끼고 걷는 나무를 깐 데크로 길게 이어지는데 다른 지역에서도 그걸 벤치 마킹 하러 온다고 한다.
그런데 갈라지는 길을 잘못 들어 물을 그 반대인 왼 편으로 끼고 걷던 길이 나는 더 좋았다. 잘 못 들은 감이 있어 비 속에 불안해 하며 한참을 걸으니 끝에 높은 구름다리가 보인다. 봄도 가을에도 좋을 풍광이다 싶은데 친절한 신문사 사장은 겨울 눈이 오면 최고라고 강조를 한다.   

16세기 이곳에 유배 왔던 노수신盧守愼 후예들인지 식당 주인도 더러 보는 사람들도 다 노 씨 천지다. 그를 기념하는 수월정水月亭도 있고 비석도 서있고 그런 깊은 역사가 있는 마을이기도 하다.

최근 신문에 괴산의 계곡이 전국 1위라는 기사를 보고 괴산 타임즈에서 한 번 오시라는 말을 몇 해 들어도 못 가다가 시간을 빼서 갔었다. 바다를 면하지 않은 충북 괴산 산 속에는 화양구곡 쌍곡계곡 선유동계곡 갈론계곡 등이 있다는데 폭우로 보지 못 했지만 어디를 보아도 푸른 산봉우리가 눈을 시원하게 하고, 소나무 숲을 끼고 물길 따라 걷고 배도 타본 넉넉한 인상의 산막이 마을이다. 

거기에 문화 예술이 빠지면 서운인데 우리나라 방송 드라마 원조요 빨간 마후라 등 수 많은 영화 집필 제작으로 한 획을 그은 한운사 선생 기념관이 있고 화가 운보 김기창 선생의 생가 미술관도 있으니 대단한 문화 도시다.

뜨거운 여름, 몇 해 못 가던 해외를 간다고 공항이 법석이라고 한다.
나는 국내를 택했고 거칠어 가는 정서를 부드러이 아름답게 가다듬을 수 있었던 평안한 시간이었다.

                여기가 같은 나라인가 싶은
                진초록 물감이 뚝뚝 떨어지는 빗속의 산막이 옛길 

                                              


댐을 막아 생긴 괴산 호수




물길 따라 걷는 소나무 숲 산막이 옛






16세기에 이리 유배 왔던 노수신 적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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