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길 걷다 보면 작은 샛길들이 나있어 살짝 들어갈 수가 있는데 그 중 하나를 나는 즐긴다.
집 바로 뒤이니 서울 시내 복판이라고 할 수 있는데 아래 낭떠러지 골짜기의 숲이 깊고 넓어 대도시 한 복판이라곤 믿을 수가 없다.
4월이면 산 벚꽃들이 살풋이 피었다 지고 5월이면 새하얀 아카시아 꽃들이 피어나 그 진한 향기가 코를 찌른다. 수 많은 키 큰 나무들의 범위가 커 원시림 만 같은 그 숲이 아름다워 누구를 보여줄 때면 비엔나 숲보다 낫지 않으냐고 내 것인 양 자랑도 한다. 불만인 세금을 내는 보람이 조금은 있는 순간이다.
겨울에는 나목들이지만 봄의 새싹들 봄꽃들을 지나, 5월 말 6월 이시기는 한 여름 오기 전의 가장 건강하고 싱그럽고 보드러운 신록의 원시림이다.
낮은 나무통에 앉아 서로 얼긴 나무들에 가려진 조각 하늘을 바라보며 자연이 주는 메세지를 들어본다. 구상을 하고 메모를 하고 노래도 하고 깊은 심호흡에 힘찬 에너지도 얻는다.
이 숲은 아래로 낭떠러지가 넓고 깊어 원시림만 같다
부처님 오신 이번 연휴에 58만 명이 보복 해외여행을 갔다고 한다.
그 자락길에는 원시림 숲 이외에도 조금 더 걸어가면 서울 시내가 내려다 보이는 이름 없는 무대인 무무대 등 볼 만한 곳들이 있다. 내가 누리는 연휴의 서울 걷기다.
코로나 시절엔 사람들이 꽤 보였는데 요즈음은 해외로 나가서인지 자락길과 숲에 덜 보이고 있다.
그러거나 말거나 그 길과 숲에는 이름 모를 들꽃과 풀들 나무들에 새들이 날아들고 청포도 알이 자라나고 있다. 도심 속 원시림의 향연이 펼쳐지고 있는 것이다.
예쁘장한 숲 고양이가 다가와 내 곁에 공손히 앉는다.
하얀 돌바위 산이었었지 어려서 오르던 때에는, 산조차 변해버린 세월
그 도심 원시림에서 올려다 보면 조각 하늘이
청와대 바로 뒤 어여쁜 삼각 북악산
수줍은 무궁화
불타는 능소화
익어가는 청포도
숲 길서 보이는 시내, 왼 편으로 남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