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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구부의 동해東海

  • 조회 1667
  • 2021.03.25 11: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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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 조선일보                                                                                     2021  3  19

 

 

이승신의 로 쓰는 컬쳐에세이

 

야구부의 동해東海 


아침 조간의 이 청년들 사진을 보자 정신이 번쩍 났다.

내용을 보니 더 정신이 났다.


일본의 교토국제고교는 한국계라고 했다.


교토의 동지사 대학 다니는 동안은 생각보다 택해야 할 과목들이 벅차서, 가고 싶던 명소도 못 가고 거의 교실들과 도서관, 집을 왔다갔다 했기에 대학도 아니고 중고교에 관심을 두거나 가 본 적은 없다.

동경과 오사카의 한국 학교는 알고 있지만 교토에 한국계 학교가 있는 줄도 몰랐다.


1947년 교토 조선중학으로 시작한 그 학교는 학생수가 70명으로 줄어들자 아이디어를 내어 1999년에 야구를 특화해서 학교를 살리려 했고 첫 5회를 거듭 졌었다. 그러던 것이 2021년 올 해는 8회나 계속 이겨 일본 야구의 꿈의 무대인 '고시엔甲子園' 본선에 진출한 것이 신문 TV로 큰 화제가 되고 있다.




'교토국제고교에 봄 티켓' 마이니치每日 신문기사

 


운영난으로 사실상 '한일 연합학교'로 전환했고 매해 한국과 일본 문부성의 지원을 받는데 일본의 지원을 5억원 더 받고 있고 현재는 일본 국적의 학생이 더 많다. 남학생은 야구가 하고 싶어서, 여학생은 K 팝이 좋아서 오는 게 대부분이라고 한다.


국제고교답게 한국어 일본어 영어를 중심으로 가르치는데 한국관련 교육이 가장 크고 수학여행도 한국으로, 개별 체험 연수도 해마다 4, 5회 한국으로 보내며, 조선에서 갔던 조선 통신사의 역사를 가르치고 미래지향적으로 양국 학생을 가르친다니 그 이야기에 마음이 훈훈해진다. 

어려서 배우는 것은 스폰지 같이 입력되기 마련인데 비록 일본 국적으로 바뀌었지만 학교의 뿌리와 선조의 역사를 기본으로 배운다니 흐믓하지 않을 수 없다.


그런데 내 마음을 더 짜릿하게 하는 게 있다. 

학교에서 늘 부르는 교가를 이번 고시엔甲子園 본선 무대에서도 부른다고 한다. 출전학교 교가를 경기 중 방송으로 내보내는데 그것이 한국어 교가라는 것이다.


'동해 바다 건너서 야마토大和 땅은 거룩한 우리 조상 옛적 꿈자리~' 로 시작된다.

4 절에 '힘차게 일어나라 대한의 자손' 이라는 구절도 있다.

야구부 단원들과 응원단이 이 노래를 부르게 된다.


일본 사회 일각에서는 이 학교 교가에 '동해東海' 들어간 것을 문제 삼기도 하여

그걸 '동쪽의 바다' 라 번역한 일어 교가 자막을 NHK 등에 제공했다고 한다.

그러나 이 학교 야구 선수들은 '그런 거에 신경쓰지 않고 '한국어 교가'를 당당하게 부르겠다'고 한다.


바로 곁의 이웃 나라가 왜 같은 바다를 놓고 그렇게까지 신경쓰는 처지가 되었을까.

그런 걸 따지자면 한 두 가지가 아니다.

'뒤돌아보지 말고 미래지향적으로만 나아가자'는 말도 맞지만 억압받은 쪽에서는 그런게 슬며시 올라오는 것도 이해는 된다.


어머니 가신 기일마다 문학으로 낭송과 스피치, 그 작품을 미술로 그리고 음악으로 작곡하여 초연 공연과 무용 등 멀티 문화 행사를 세계적으로 여러 해 해왔다. 그때마다 계실 때 하였다면 얼마나 좋았을까~ 후회가 되지만 현실이 그러하다.


그렇게 몇 해 전 한국 일본 프랑스를 가서 수준급 화가들에게 번역된 4 언어의 시를 보이며 이 중에 마음에 와닿는 시가 있으면 그걸 그림으로 도기나 조각으로 표현해 달라고 하여 시를 작곡한 초연 음악회와 함께 전시회를 시인의 집에서 한 적이 있다.


그때 동경 긴자에서 만난 일본 화가가 고른 시가 '동해東海'였다.

그 시의 영감으로 유화 4 작품을 그린 것이다. 많은 시를 보여 주었는데 그게 제일 가슴에 와 닿았다고 했다.

 

좀 의아했다.

시들을 몇 언어로 번역하면서 짧게 압축하여 한 줄에 넣은 그 마음에 공감했지만 '동해' 시는 가슴에 징~ 하는 어머니 다른 시들에 비해 내게 평범해 보였기 때문이다.

 

가시고 한참 후에야 깨달았다, 같은 바다를 다르게 불러야 하는 그 심정을. 

성숙해지며 이해도가 넓어졌을 수도 있지만, 왜 그 일본 화가는 많은 시 중에 그걸 골랐을까, 그것도 4 작품이나 그릴 정도로 감격했을까~ 를 가끔 생각했었다.


그에게는 일생을 일본해로 안 바다였는데, 그 바다 넘어 한국 시인의 시로 서로 다른 이름으로 부르게 된 걸 처음 알았고 그 애타함에 공감했을 것이다.


그걸 계기로 일제 시대의 한국을 살았고 해방된 한국을 살아 간 어머니와 그 시대 분들의 심정, 왜 같은 바다가 달리 불려야 하는 기구한 운명이 되었을까 하는 의문과 애타함의 깊이가 이해되었고, 시인을 만난 적 없으나 가슴으로 느낀 예술가가 해석한 푸른 바다의 그림을 떠올렸다. 마음과 마음을 잇는 평화다.


다음에 교토에 가게 되면 국제고교를 꼭 가보고 싶다. 기회가 되면 바다를 사이에 둔 그런 마음을, 장한 그 청소년들에게도 전해주고 싶다.



                             다 같은 바다

                 나라에 따라 이름이 다르네

                 여기선 동해 저기서는 일본해라 부르고

  

 

                          に寄り海の名前も異なりて東海を此処では日本海と呼ぶ

 


                      For countries are different

                 The same sea has different names

                 Called East Sea here, Japan Sea there

 

                        손 호 연

    

 


 

 

 


동해東海

 


                                                    동해

 

 

 

동해 

 


동해 무지개 

 

 

 

이한국 교가가 드디어 일본 야구장 울려 퍼졌다

   https://youtu.be/m-l41lnc6d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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