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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가의 집, 더 소도 The Sodoh

  • 조회 1653
  • 2020.06.24 21: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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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e SODOH 교토                                                                  2016  5  22

 

 

이승신의 로 쓰는 컬쳐에세이

 

 화가의 집, 더 소도 The Sodoh

 

 

교토의 '더 소도The Sodoh'를 생각하면 미소가 지어진다. 그 안에는 지난 20 여년 내가 서울에서 해오던게 고스란히 들어있기 때문이다.

 

일본의 유명화가 다케우치 세이호우竹內炳鳳 (1864-1962) 의 저택으로 대문 우측에 세워진 나무 팻말에 그리 쓰여져 있으나, 지금은 더 소도The Sodoh 이탈리안 레스토랑으로 이름이 높다.

 

2천평 가까운 터에 입구부터가 예사롭지 않다. 경찰복을 입은 남자와 예약을 체크하는 신사복의 남자가 서 있어, 예약하지 않은 이는 들어갈 수 없음을 내비친다. 내가 교토에 머물었을 때, 나를 방문한 분들에게 그 정원을 보이려 무사통과한 것은, 십 년너머 그들이 내 얼굴을 알고 있었기 때문이다.

 

고풍스런 넓은 문을 들어서면 발에 밟히는 돌부터 보기드문 널찍한 크기다. 오래 된 그 넓은 돌을 조심스레 밟고, 하늘 가린 단풍나무를 고개들어 올려다 보며 나즈막이 오르면, 자동문이 열리고 거기에 고급스런 레스토랑이 나온다. 홀이 아담해 보이나 그런 홀이 여러 개 있어 전체는 큰 집이다. 19세기 20세기에 걸쳐 백년 가까이 살고 그림을 그렸던 화가의 족자그림이 보이고 이층에는 그의 초상화가 있다.

 

오픈 키친으로 많은 요리사가 부지런히 움직이는게 보이고 정원엔 두 개의 멋진 횟불이 타오르며 내부가 품위있음에도 식사는 놀랍게도 값이 낮다. 낮에 코스요리가 1800엔  2500엔 정도이고 저녁엔 오른다.

 

'모녀시인'이 살아 온 서울의 필운동 고택이 길로 많이 잘려 나가자, 새로 짓고 IMF 시대가 온 때여서 임대가 1년 너머 나가질 않아, 1층에 '복합예술공간 더 소호The Soho'를 지어, 그 안에 문학관 미술관과 함께, 파리에서 쉐프를 데려와 개인으로는 국내 최초로 세운 프렌치 레스토랑의 값보다 낮은 것이다. 그런데 프랑스의 유명 레스토랑을 여러 번 방문한 내 안목으로도, 더 소도The Sodoh는 스타일이나 맛, 감각이 초일류 솜씨다.

 

예약을 했어도 조금 기다리는 동안, 둘러보는 정원도 일품이다. 교토를 겨우 이틀이나 사흘, 반나절 찾는 사람도 있지만, 우리로 치면 불국사 쯤 되는 언덕 위 기요미즈테라淸水寺 사찰을 먼저 찾게 되는데, 그 오르는 초입에 더 소도가 있다.

 

'화가의 정원'을 걸으면 작고 큰 폭포가 보이고, 메인 건물 바로 뒤로 교토의 심볼, 호칸지法観寺의 오층탑五重塔이 마치 그 집의 탑인양 솟아 오른다. 일찍이 한반도에서 간 도래인渡來人으로 알려진 쇼토쿠 태자聖德太子가 평화의 상징으로 지었는데, 그 앞서 쳐다보기보다 더 소도 정원에서 바라보는 것이 더 아름답다.

 

어머니가 오래 전, '남의 경치를 바라볼 수 있다면 좋은 건데 그걸 차경借景이라 한다'고 했을 때 귀담아 듣지 않았는데, 오층탑을 보면 그 어휘 '샷케이借景'가 떠오른다. 인터뷰를 한 일본 기자들이 손호연처럼 아름다운 일어로 말하는 사람을 보지 못했다고 나에게 말하지만, 어머니의 일생, 샷케이しゃっけい는 내가 들은 거의 유일한 일어 단어다. 필운동 옛 고택의 식탁에 앉으면 그 창너머 낮은 뒷담으로 보이는 너른 뒷집 뜰을 바라보며 하신 말이다.

 

탑을 바라보다 왼켠의 아담한 별채로 들어서면 매력적인 홀이 펼쳐진다. 80 명쯤 들어갈 홀 탁자에는 영어 성경이 펼쳐져 있고 웨딩 링을 놓는 쿠숀과 예쁜 오르간이 보인다. 각기 다른 문양의 오래 된 나무벤치도 정겹다.

 

바라보이는 전면 유리로는 밖에서 흐르는 폭포로 가득하다. 기대하지 못한 사랑스런 꿈같은 그 광경에, 여직 내가 그걸 보여준 사람은 일제히 다 와~ 하며 여기서 결혼하고 싶다~ 고 한다. 여러 해 전 그걸 처음 봤을 때 나도 그렇게  말했었다. 그런 홀이 몇이 되어 웨딩과 음악회로 토 일 주말에는 레스토랑을 열지 않는다.

 

옛 맛이 나는 히가시야마東山 동네, 거기의 핵심인 네네노미치ねねの道, 그 길지 않은 길 우편 끝 니넹자카二年坂가 시작되는 곳에 있는 더 소도는 여러 이야기와 이벤트가, 서울의 '모녀시인의 집'이 헐려 새로 짓고는 2 년여 임대가 나가지 않아, 지난 20 년 펼쳐 온 문학행사와 미술전시회, 고품격 음악회, 난타 공연, 뮤지컬, 무용, 강연, 이승신 독창회, 그것을 합친 멀티 아트, 멀티 컬쳐가 요리 예술과 함께 펼쳐진 곳으로, 화가 대신 시인이 살아온 곳 외에, 비슷함이 많고 이름까지도 비슷하여 놀랍다. 1998년 세워진 더 소호The Soho에 비해 교토의 더 소도는 5년 후, 2003년에 세워진 차이에, 관광대국의 교토엔 방문객이 훨씬 많다는 차이는 있다.

 

교토에 공부가서 초기엔 서울서 하듯 택시를 탔는데 주위 학생들을 보니 100엔을 알뜰히 아끼어 점차 닮아가기 시작했으나, 버스로 대학에서 15분 거리의 더 소도에 클라스 메이트들을 초대하곤 했다. 일본 학생들도 전혀 몰라, 외국에서 간 내가 그 스토리를 아는만큼 전해 준다. 서양 터치가 있는 고품격 그 동양환경을 즐거워 했다.

 

바로 옆 나라여, 미국에서 보다 덜 homesick 할 줄 알았는데 역시 이국인데다 공부도 힘겨워, 특별한 날이라도 오면 안타던 택시를 잡아타고 가, 홀로 위안을 받기도 했었다.

당시의 심정을 꿈인듯 떠올리며, 졸업 후에도 교토를 가면 꼭 들리는 곳이다.

 

 

 

 

 

                          가든에 보이는 성덕태자가 지은 교토의 상징 '호칸지 5층탑'

     렌지 빛으로 물드는 하늘을 가린 단풍나무 -더 소도  2018 12

   

                                     웨딩 홀 창으로는 폭포가  -  교토  The Sodoh

 

 오픈 키친  - 교토  The Sodo  2017 4  3

                 사시미 전채, 버섯구이 파스타와 스테이크  - The Sodoh 

 창밖으로 보이는 횃불 가든  - The Sodoh 2017 5 15

 홀 전면 창으로 보이는 폭포수  -  The Sodoh 2016  12

 생일상 - The Sodoh 2015  5  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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