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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기젠요시후사

  • 조회 1272
  • 2020.06.15 22: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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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기젠요시후사' 입구                                                                                            2018  12  3

 

이승신의 로 쓰는 컬쳐에세이

 

카기젠요시후사 鍵善良房

 

 

교토 기온祇園의 중심 대로, 야사카진자八坂神社에서부터 2키로 뻗은 길 양옆에 웬만한 상점이나 명소를 모르는 곳이 없을 정도로, 첫 발걸음인 1970년으로부터 시작해 최근 몇 해는 참 많이도 그 길을 걸었다.

 

그런데 이게 왠 일인가.

상점이 다 고만고만 연결되어 있고 유리창 밖 디스플레이도 엇비슷한데다 문도 닫쳐있어 채 못 알아차린 것이었겠으나, 이제는 교토 기온 대로에 내가 모르는 공간은 없다 라고 생각한 어느 날, 늘 무심코 지나친 상점 앞면을 다 가린 자주빛 노렝을 젖히고 한 집을 들어가자 나는 다시 또 놀랐다.

 

이 작은 도시 교토에 이제 더는 놀라지 않을 곳이 언젠가는 있을까, 하는 생각이 불쑥 들었다.

 

안에는 눈을 즐겁게 해주는 일본 화과자和菓子들이 진열되어 있고, 사방으로 오래 된 가구와 과자상자들과 골동품들이 높은 천정까지 쌓여져 있었다. 한눈에 보아도 고급스런 격이 있다.가기젠요시후사鍵善良房 라 했다. 역사를 보니 에도江戸 시대 중반에 열은 일본 전통 과자전문점으로 옛부터 궁중에 들어가는 화과자和菓子라고 한다. 줄 선 사람들 하나하나를 차분하고 친절하게 응대하는 세련된 유니폼을 입은 직원들이 보이고 더 속으로 깊숙이 들어가니 상상못한 찻집이 넓직하게 보이는데 그것도 줄이 서 있었다.

 

3백년 넘는 역사로 알만한 사람은 다 아는 듯 한데, 인터넷 서치나 가이드 북을 보지 않는 나만이 모르고 있는 듯 했다. 들여다 본 입구의 과자 하나하나가 세련됨의 극치인데 그 공간과 속 찻집 스페이스도 품위있고 역사의 냄새가 묻어나며 손님이 압도될 정도로 아름답다.

 

대기 장소 옆 벽에 걸린 3백 년 전 같은 장소의 옛 상점 흑백사진을 바라보며 기다렸다.

이윽고 차례가 와 두어 평 정도 작은 정원이 유리로 내다보이는 자리로 안내된다. 들어본 적이 없어 메뉴를 펼치나, 사람들이 앞에 그린 빛 높은 통을 열고 국수처럼 젓가락으로 건져 먹고 있어 구즈키리葛根라고 하는 그걸 나도 주문했다.

 

드디어 내 앞에도 웅장한 이층으로 된 통이 도착했고 흑색 꿀인 구로미츠黒蜜 소스와 작은 화과자 한개, 차 한잔이 놓인다. 고급스런 그릇이 보기만 해도 풍성하고 대접받는 기분이 든다. 통을 열고 얼음 물에 투명한 긴 국수 같은 걸 젓가락으로 들어 구로미츠 소스에 찍어 맛을 본다. 찬 기운에 소스에 찍은 진한 꿀맛만 나지 다른 맛은 없다.

 

구즈키리葛根는 갈근으로 한약에 갈근탕으로 알려져 있는 그 갈근 뿌리이다.

갈근 가루를 갈아 반죽해 잘라 만들었다는데 맛이 전혀 느껴지지 않으나 몸을 따뜻하게 하고 혈액을 맑게 하며 감기에 잘 든다고 한다. 무엇보다 분위기가 여유있고 근사하여 나는 사흘 내리 줄을 서 세번이나 자리에 앉았다.

 

구즈키리 이외에도 다양한 디저트 메뉴로  미숫가루에 찍어 먹는 떡, 와라비모치わらび餅, 말차抹茶와 화과자가 세트로 나오는 오우스 나마가시츠키, 단팥죽과 비슷한 기비모치 젠자이ぜんざい는 물론 다양한 화과자와 양갱, 경단 등이 있다.

 

걸린 그림도 동서양이 조화롭고 일본의 찻집치곤 공간이 꽤 큰 편으로 일본 오래 된 전통에 시원한 서구식이 가미된 분위기에 창으로 내다보이는 작은 정원도 일본답게 사랑스럽게 꾸며져 있어 평안한 마음을 준다. 쉼이란 '배우면서 쉬는게' 제일이다.

 

교토의 이름있는 옛 문인들이 자주 들렸던 역사 깊은 곳이라는 말에 그들이 찻잔을 앞에 하고 이 곳에서 얻었을 영감은 무엇이었을까, 적어 본 글은 무엇이었을까를 상상해 보는 것도 특별한 재미다.

 

나도 수첩을 펼쳐 들었다.

 

 

 

 

   

 

 

3 백년 전 '가기젠요시후사鍵善良房 本店'의 모습

 

카기젠요시후사 찻집 대기 장소

 

300년 역사의 화과자와 떡, 양갱


 

 

 

 

 

 

갈근 뿌리로 만든 투명한 '구즈키리'가 담긴 이층 통

 

 


                             갈근葛根 뿌리  -  가기젠요시후사 교토 2019 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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