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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대

  • 조회 5433
  • 2013.08.25 14: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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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승신의  시가  있는  컬쳐  에세이          

 


                                                                                                             2012   6   27 

 

초 대

 


수필 산문 번역집 등 몇 장르의 책들을 여러 해 써왔지만 일어로 된 손호연 시인 어머니의 시집을 한국어로 세 번 째 번역하여 내는 날 나의 첫 시집이 나왔다. 어머니의 한 줄의 단가를 한글로 번역해 낸 것도 전례없는 일이나 모녀 시집이 같은 날 동시에 나온 것도 세계에 드믄 일일 것이다

 

그것이 2008년.

어머니 5주기 기념식에서 두 권의 모녀 시집을 여러 분들에게 나누어 드렸다

어머니 생전에 도저히 꿈도 못 꾸셨을 일이다

 

그리고는 큰 감동을 받는 때에 시가 쏟아졌고 매 해 그렇게 시집이 나왔다

신문에는 묻지도 않고 늘 어머니의 재능을 받았다고 했다  

 

한 번은 어머니의 영향으로 쓰게 되었느냐는 질문을 받아서 어머니가 박경리

선생처럼 한글로 썼다면 그럴 수도 있겠지만 내가 다 모르는 언어로 썼기에

읽을 수가 없어서 시를 짓는 영향이 있다고 말할 수는 없으나 그 분위기는

아마 있을 지도 모른다 라고 했더니 다음 날 신문에 뚝 잘라 시인 어머니의

영향은 없다 라고 했다

 

그렇게 매 해 나온 책이 저서로는 스무번 째, 시집으로는 올 해로 다섯 번 째

일본 유명 출판사인 아스카신샤에서 나온 ‘그대의 마음 있어 꽃은 피고’ 이다

몇 가지 일로 늘 시간이 부족해 짧은 단시로 압축해 쓰면 시간이 좀 단축되지

않으려나 하는 마음도 있었다.  

 

어머니가 생전에 일본 신문에 난 기사들 중에 제일 마음에 들어 하던 기사 제목

이 ‘손호연의 한 줄의 시에는 장편 소설이 들어 있다’였다. 그만큼 31음절 짧은

시에 긴 장편 소설과 같은 이야기와 인생을 압축해 넣어야 하는 것이 쉬운 일은

아니다

 

거기다 나의 모국어인 한국어로 내려앉은 시편들을 한국과 일본 양국에서 각기

다른 형태의 일어로 만드는 작업도 지난한 것이었다

 

그러자 일본에서 많은 반응이 있었고 우리나라에서도 몇몇 분들이 감격해 했다

그 중의 한 분이 한승주 전 외교장관인데 이 2 권의 책으로 출간 모임을 가지자

고 적극 권유를 하셨다  

 

어려워진 한일 관계에 민간 차원에서라도 서로 마음을 이어가야 한다는 뛰어난

외교 안목이겠으나 나는 어머니와 아버지 그리고 다른 훌륭한 분들을 위해서는

한국과 일본 미국 프랑스 등에서 여러 행사를 개최해 왔지만 나를 위한 모임만

은 한 적이 없어 사양을 했다

 

그러다 곰곰 생각을 하니 나의 진실된 마음에 눈물을 짓던 친구, 수첩에 88수의

시를 적어 외우고 다니는 일본 독자와 나의 2 책을 탁자에 나란히 놓고 나를

맞으며 진지하게 비교해 평을 하던 동경대학 총장 그리고 동일본 의 영령들에

게 직접 가서 이 시집을 바치겠다고 하는 분들을 보며 내가 오히려 더 큰

감동을 받은 것이 떠올랐다.

 

이런 계기로 이웃 나라와의 관계를 걱정하는 분들이 모여 서로의 마음을 이을

수가 있다면, 그런 깊이 있는 의미의 모임이라면 간절히 평화를 염원하는

마음을 일생 시로 지어온 어머니도 기뻐하시지 않을까 하는 생각에, 없는

용기를 내기로 마음을 돌려 본다

 

 

 

 죽음은 오히려 시작

 엄마의 그 마음

 내 안에 이어가는

  

 

 엄마가 안보이자

 나는 시를 쓰기 시작했다

 마음과 소통하는 길, 한 줄의 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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