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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픔

  • 조회 1660
  • 2020.03.19 11: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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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20  3  14

 

이승신의 로 쓰는 컬쳐에세이


아 픔

  

여러 달 허리로 고생하다 더 참지 못하고는 드디어 수술을 받았습니다.

그간 참아 온 것도 인간의 한계를 넘어섰으나, 위치가 몸의 중심이어서 당분간 움직이면 안되니 여전히 힘이 듭니다.


마침 나라 안은 코로나 바이러스의 최절정기여, TV로 퍼치는 그 소식과 정부비판이 현재 어느 옆으로도 누우면 안되는 나에겐 귀에 들어오지도 않을 뿐더러 온 종일 그것이니 스트레스를 더 합니다.


코로나로 나라 안팎이 난리이니 평시보다 병원도 한산합니다. 입원과 치료를 미루었겠지요. 서글펐지만 2주 입원 기간 저도 가족과 지인 일체를 받지 않았습니다.


그러나 간병인이 트는 TV를 막을 수는 없습니다. 좋은 소식이 나와도 못 볼 형편인데 어디를 돌려도 나오는 코로나 확진자 숫자를 비롯하여 마스크 줄서기, 나라가 내리막길이라는 소리, 종일 그에 대한 심층토론이어 이중 삼중의 고통입니다.


그러자 어린 손녀 Farrah에게서 카톡으로 사진 한장이 옵니다. 

직접 그림을 그린 카드 편지와 초코파이 100개를 대구 병원으로 우체국에 가서 부쳤다고 합니다.

거기에는 '우리나라를 살려주시어 감사합니다. 

I pray that God.s blessings be with you always! Farrah Chung' 이라고 쓰여져 있습니다.

 

늘 예쁜 짓을 하는 그 아이는 이번에도 초기에 대구 병원에서 수고하시는 의료진에게 손 글씨로 예쁜 마음을 표한 것입니다.

 

힘겨워서 힘든 뉴스를 피하고만 싶은데 그 순수한 마음을 보니 부끄러워졌습니다. 그래서 대구 뉴스를 보기로 했습니다.

 

대구를 몇 번 간 적은 있으나 개인적인 인연이 있는 건 아닙니다.

대구~ 하면 중 고교 대학까지 함께 한 친구 정주가 떠오릅니다. 그는 이화여중 2학년에 시골^^ 대구에서 전학을 왔는데 중 1의 2학기부터 전교 1등 상을 받아 온 내 자리를 3학년이 되자 빼앗아 갔습니다. 

 

나는 그때 순둥이여 경쟁심도 없었지만 샘이 나지도 않았습니다. 그는 당시 지방에서 와서인가 분위기는 달랐으나, 노력파에 성실함 진득함 무엇보다 어머니에게서 받은 신앙심이 뛰어났습니다. 우리는 미숀 스쿨이어 뜻도 모르며 성경구절을 외우고 교내 예배를 보았으나 그는 타고났던 것입니다.

 

많은 사랑과 도움을 주셨던 김종길 시인의 고향 이야기도 생각납니다.

대구에 계신 분들은 물론, 고향을 떠난 분들도 얼마나 마음이 아플까요.

 

많은 의료진이 대구로 몰려 들었고 자원봉사도 전국에서 온다고 합니다. 감염될까봐 어떻게든 피하는 이 시기에, 자신이 의사가 된 것은 바로 이런 때를 위한 것이라며 확진자 주위로 찾아가다니 그 헌신이 놀랍고 눈물겹습니다.

 

뒤척이지도 못하지만 대구 뉴스를 살피게 됩니다. 그 중 눈에 띄는 것이 미국 ABC 뉴스 인터뷰입니다. '특별관리지역으로 지정된 대구는 공황상태도 아니고 폭동도 없으며 절제심 강한 침착함과 고요함이 있다' 고 리포터가 전합니다.

 

크리스챤 대학인 계명대학교 동산병원 원장의 인터뷰가 눈에 확 들어 옵니다. 24시간 쉼없이 생명을 구하는 작업을 하는 그가 이렇게 말합니다. 

'우리는 병원이 대구 시민들을 구하기 위한 '노아의 방주'라고 생각한다. 대단히 심각한 병은 아니다. 우린 이겨낼 수 있다'

 

미국의 유수 TV 채널인 ABC를 통해 전파될 동산병원 대표의 그 메세지는 나를 감동시켰듯 세계를 감동시킬 것입니다. 

 

국가에 위기가 갑자기 닥치면 나라와 그 국민의 격이 만천하에 들어나게 됩니다.

만 9년 전 3월, 일본에 큰 쓰나미가 났을 때에 온 세계가 일본인들을 보며 '인류의 진보'라고 감탄한 것이 떠오릅니다. 그 순간, 우리에게 그런 일이 있다면 아수라장 되지 않고 우리도 그렇게 할 수 있을까 생각을 해보았습니다. 전기 가스가 끊어지고 식재료 등 물품이 한 달 넘어 없는데 여러 시간 줄을 서 식품을 받아서는 뒷 사람에게 넘겨 주는 것이었습니다.  부자 나라라고 격이 따라 오르는 건 아닙니다.

 

지금 대구 사람들이 조용히 절제심을 발휘하고 있다고 세계적인 방송이 언급하니 정말 감사하고 자랑스럽기만 합니다. 

 

실제로 그 병 자체보다는 공포를 불러 일으키는 제반 사정이 더 문제라는 말이 있습니다. 근원인 중국과 지리적으로 가까워 코리아에 많은 확진자들이 생겼고 지구의 수 많은 나라가 한국인이어서 입국을 막는다는 수모를 받고 있지만, 환자가 고립되어 있는 곳은 '노아의 방주'요 그들의 지극정성으로 언젠간 수구러들 것이라는 믿음이 생깁니다. 맛난 사과로만 알고 있던 대구를 다시 보게 됩니다.

 

그 곳 위기에 그런 단단한 믿음을 보면서 김정주 연세대 교수, 세계 절제회를 부지런히 하며 갑부의 도리도 다하는 대구 친구를 자연스레 떠올렸습니다.

 

오래오래 견디다 이제 받은 수술을 잘 회복하는 숙제가 남았습니다.

명의의 손길이 닿은 그 아픔도 수구러 들 것이라는 믿음, 이겨내고야 말 것이라는 믿음, 이제부터야말로 인생의 참 본론을 살아야겠다는 마음을 그래서 가지게 됩니다.

 

 

 

 

 마스크 대란

 대구의 의료진


 예쁜 마음을그려 부친 8살 Farrah 정  -  2020 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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