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어, 우나기 요리를 한국에서 먹으려면 교외로 나갔었다. 교토에서 도시샤 대同志社大学 공부를 할 때에 학교 근처 이외 외식을 할 시간이 제대로 없었는데, 여름이 시작되자 교수들이 일본에서는 여름에 힘을 내려고 우나기를 든다고 했다. 더워서 쳐지고 공부로 힘이 내려가기도 하여 시내 우나기 하는 집을 몇 번 찾았었다. 우나기는 가시가 많고 다루기 쉽지않아 집에서는 못하고 밖에서나 먹는 것이라고 했다. 이번에 교토에서 기막힌 우나기 집을 발견했다. 손님 자리가 몇 평 되지 않았다. 기온祇園의 수 많은 골목 중 어느 한 골목을 들어가면, 시라가와白川 가느다란 냇물이 흐르고 봄이면 그 물 위로 수양벚꽃이 늘어져 내리는 곳을 걷게 된다. 아아 감탄을 하지 않을 수 없는데 물 좌편으로는 유리로 레스토랑들에 앉아 먹는 이들이 보이고 그 우편으로는 에도시대江戸時代 풍의 짙은 색 나무로 지은 옛 집들이 죽 늘어 서 있다. 간판이 안보이나 밥집 찻집, 저녁에는 술집도 있을 것이라 짐작했었다. 그 중 하나가 입구에 하얀 천으로 친 포렴布簾のれん에 장어가 먹으로 그려져 있는데 그 감각이 예사롭지 않아 그 노렝のれん을 걷치고 들어 갔다. 좁디좁은 내부 골목을 좀 더 들어가니 우나기 집 문이 나와 그 오래 된 나무 문을 조심스레 열었다. 비좁은 내부에는 테이블 하나와 부엌에 붙은 카운터 테이블 뿐이었다. 우리를 카운터 테이블 제일 가장자리로 앉혔다. 가운데 번듯한 자리에 앉히질 않고 왜? 라고 묻고 싶었으나 곧 알게 되었다. 바로 그 앞에서 장어를 다듬는 과정을 바라볼 수 있는 좋은 자리라는 걸. 그렇게 젊은 요리사가 재빠른 솜씨로 장어 한마리를 칼로 손질했고 그 기다란 생명을 익숙한 솜씨로 만지고 굽고 졸여, 정성스레 만든 밥 위에 얹는 과정 전체가 하나의 공연이었다. 시각적으로 흥미로운데 맛은 어떨까. 우나기와 밥이 살살 부드럽게 넘어가는게 여직 양국에서 먹어 본 우나기 중 제일이다. 손님이 우리 밖에 없어 이러다 닫는 게 아닌가 속으로 걱정이 좀 되었는데 연지가 얼마 되지 않은데다 몇 도시에 호텔이 있고 교토만 해도 양식과 교토 요리 등 몇 군데가 있는 꽤 큰 회사라 하니, 그럼 왜 이 짝은 걸? 아마 주인이 취미로 하는가 보다 하는 생각이 들었다. 바깥 노렝布簾のれん과 함께 내부 벽에도 긴 나무판에 먹으로 장어 모양이 한 붓에 그려져 있고 종이에도 꿈틀하는 장어 한마리가 그려진게 보통 감각이 아니어 누구 솜씨냐 고 물으니 사장이 그린 것이라고 했다. 우나기만 다루는 곳이지만, 자신의 정체성을 붓 한 획으로 그린 폼이 멋지고 무엇보다 우나기 다루는 모습과 요리 만드는 지극히 조용한 과정이 하나의 체험이다. 한국에선 주방에서 다 만들어 나오지만드는 걸 보인 적이 없었다. 아니나 다를까 이 집 장사가 안되면 어쩌나 걱정해 주던 그 집을 다음 날 전처럼 예약없이 들어가니 교토서 학교 다닐 때 먹던 값의 몇 배인데도 자리가 없었다. 그렇게 한 번을 맛보았으나 교토를 다시 찾게 되면 나를 위해 그 과정을 마치 그림 그리듯 연주하듯, 고도의 예술을 연출한, 그리고 우나기를 다듬던 쉐프가 이미 안에서 인사를 몇 번 했건만 어느 새 재빨리 밖에 서서 공손히 다시 인사하는 쿄오망今日萬 그 집을 다시 찾아야겠다. 여러모로 그들의 장인정신과 투철한 서비스 마음에는 두 손을 들고만 싶다. 손짓 하나 친절함 하나에 진심이 깃든다면 굳은 마음 하나 움직이는 힘이 되리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