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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뉴브

  • 조회 1568
  • 2019.08.18 17: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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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다리는 마음~ '                                                                                                           2019  8  14 

 

 

 이승신의 로 쓰는 컬쳐에세이

 

 '기다리는 마음'

 

 

우리가 세계적인 정세로 어리어리하는 동안 다뉴브 강의 유람선 사건은 일단락이 된 듯 하다, 조용한 것을 보니. 유족 이외에 누가 이제 그걸 기억하랴.

 

지금은 두어 달 꼼짝 못 하고 있는 형편이나, 집 오는 길, 광화문 입구의 세월호 기리는 가건물을 스치게 되면 다뉴브 사건이 떠올랐었다. 날벼락같은 배침몰 사건으로 어느 죽음의 깊이가 과연 더 한 걸까.

슬픈 건 그런 시련이면 국민이 무언가 큰 것을 배우고 심기일전했어야 하는데 우리가 배운 Lesson은 없다.

 

생각하면 헝가리 사람들이 다뉴브 강가에 모여 아리랑을 부르던 장면은 감동이었다.

그리고 헝가리 부다페스트 페스티벌 오케스트라 BFO의 예술의 전당 음악회에서 단원들이 희생된 한국인을 추모하기 위해 악기대신 악보를 들고 일어서 노래를 불렀다.

 

'월출봉에 달 뜨거든 날 불러주오  기다려도 기이다려도 님 오지 않고 빨래 소리 물레 소리에 귀를 기울이네~ '  우리의 가곡인 '기다리는 마음' 이다.

사랑하는 이를 기다리는 간절한 마음을 전하는 그 노래를 슬픔에 젖은 목소리와 표정으로 다 하자, 관객과 함께 한동안 모두가 침묵에 들었었다.

말만 들어도 감격스러운데 그 자리에 있었다면 얼마나 처절한 감동이 가슴에 밀려왔을까. 커튼 콜을 여섯 번이나 했다고 한다. 거장 지휘자 이반 피셔가 35년 이끌어 온 세계적 오케스트라여서 그러했겠으나 그 사고와 무관하지 않을 것이다.

 

그 자리엔 없었지만, 여러 해 전 부다페스트에서 이반 피셔가 지휘하는 부다페스트 오케스트라의 콘서트를 나도 느긋이 들은 적이 있다. 그 곳의 다뉴브 배를 한 밤에 타본 적도 있다. 앞 날에 이런 끔찍한 사건이 있으리라곤 상상 못 할 때였다.

  

다뉴브 강이란 말을 들으면 어려서부터 왠지 낭만적인 감정이 들었다.

먼 곳이어 그랬고 다뉴브라는 그 발음이 노래소리같이 로맨틱했다.

이번 사건이 나기 전까지는.

 

어린 아이를 돌봐 준 부모님께 감사하는 선물로, 기념일로, 여러 사연을 가진 이들이 별러서 큰 맘먹고 갔을 터인데 암담하기 짝이 없다. 이미 갔으나 시신이라도 받고 싶은 것이 유족의 간절한 소원이다. 깊은 물길 속 찾고 찾아도 결국 1명은 찾지 못했다 하니 시신이라도 찾은 이들을 얼마나 부러워 할까.

 

지하 선실 입구에, 6살 손녀를 할머니가 그 두 시신이 발견될 때까지 두 팔로 꼭 끌어안고 있었다는 장면이 여러 달 되어도 잊히지를 않는다.

 

'헝가리 국민과 우리 단원들은 온 마음 다해 유족의 슬픔과 공감하고 작은 위로라도 전하고 싶습니다' 이반 피셔가 말하고는 공연에 앞서 희생자들을 위한 애도곡, 지휘자 자신이 선택한 가곡 '기다리는 마음'을 단원들과 함께 불렀다. '오늘 밤, 음악이 우리의 심정을 대변합니다. 이 참사를 영원히 기억할 것이며 음악을 통해 위로를 전합니다' 헝가리 대통령의 추모의 말도 프로그램에 그렇게 실려 있었다.  

 

위로를 한다는 것은 '진실된 마음'을 전하는 것이다. 그 마음을 알아주는 것이다.

돈 몇 푼 쥐어주는 것과는 차원이 다르다.

 

몇 해 전 동일본에 큰 쓰나미가 나서 몇 만명이 슬어져 갈 때에, 돈 봉투를 들고 서울 KBS 방송국에 길게 줄을 선 사람들을 보면서도 그 생각을 했다.

'저건 아닌데, 아침에 봤던 아이가, 남편이, 아내가 갔는데 돈 봉투만 전하다니~'

 

달리던 차에 파도가 사납게 덮치어 부모가 가고 작은 차 속에 남은 6살 아이를 보고, 사랑하는 이의 시신을 찾아 바다 깊이 매일 내려가는 이를 보자, 내 속 어딘가에서, 250 수의 시가 쏟아졌다. 그 시들이 한국 일본 신문에 동시에 실리며 (2011 3월 27일front page)  미국 유럽 여러나라에서 수해금이 크게 답지했지만, 그들이 '마음의 고향'이라고 부르는 '단가시' 한 줄에 스며든 진심을 감격해 했었다.

 

1892년 조선과 우호조약을 맺었고 1989년엔 동구권 최초로 대한민국과 외교관계를 맺었던 나라, 헝가리에서 들고 온 진심의 '음악 선물'을 들으며 떠오른 생각이다.

 

문학과 예술은 위로하는 힘이 세다.

남은 유족이 예술을 통하여 위로받고, 치유되어 일어나기 위하여 문학을 자주 접하고 그 생각을 글로 차분히 써보기를 그래서 간곡히 권하게 된다. 

 

 

내가 줄 수 있는 건 무엇일까  속깊은 연민의 마음을 전하고 싶네

                                                                                                                                                                                                          이승신

 

 

 

다뉴브 강은 흐르고 

 
할 수 있는 건 코리아의 아리랑 노래 뿐

  

 그대여~  -  다뉴브 머르기트 다리 위

앞 날을 모르며 웃는 다뉴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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