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월 29일 동경에 도착하자마자 받은 질문은 '요즘 일본에서 가장 큰 화제가 무엇인지 아느냐 ' 였다. 아베의 평화헌법 개정? 위안부 문제와 강제징용 보상 등으로 인한 혐한? 2020 동경올림픽? '아니다. 새 천왕의 '새 연호'다' 아~ 서울에 며칠 있는 사이 살피지 않아서인가 잘 몰랐다. 일본 국민의 대단한 관심을 모으고 20여 년을 연구했다는 그 연호는 4월 1일이 되자 '레이와令和' 로 발표가 됬다. 그러자 호외가 나오고 일본 사회가 온통 들떠있다. 한국 중국 대만도 오래 전 왕의 연호를 써왔으나 멈춰졌고 지금은 오로지 일본만 쓰고 있다. 우리가 6세기에 전해준 불교와 그 사찰들, 문화예술의 많은 부문에 왕 연호에까지, 일본은 전통 어느 거 하나 버리지 않는 나라로 보인다. 일본 현대의 쇼와昭和 헤이세이平成 시대를 넘어 새천왕의 시대가 되니 4월 30일에 태어난 아기는 헤이세이平成 31년생, 5월 1일에 태어나면 레이와令和 원년생이 된다. 지난 모든 연호年號는 중국 고전에서 따왔는데 248번째인 이번은 처음으로 일본 최초의 시문학집인 만엽집萬葉集의 서문에서 따왔다는 게 여간 큰 화제가 아니다. 만엽집이란 28권의 4500 수의 대부분이 31음절 단가短歌인 일본국 최고最古 문학이라고 하나 그러나 나는 안다. '일본의 대표적 지성'이요, 이번에 새 연호를 발안한 만엽집 연구 1인자인 나카니시 스스무中西進 선생에게 몇 번이고 들었기 때문이다. 만엽집萬葉集의 기원은 한반도 백제라고 일본 천황과 황후의 스승이요 나의 어머니 손호연孫戶姸의 스승이기도 한 그는 한국에서 온 어머니를 1980년 처음 보자 '단가의 뿌리는 백제百濟이니 부여 백마강을 보고 오면 더 좋은 단가가 나올 것'이라고 말했었다. '오오또모노 다비또大伴旅人'로 추정되는 가인歌人이 (그의 아들 오오또모노 야카모치大伴家持는 만엽집 전체를 편찬한 인물로 그 부자는 백제인이요 도래인渡來人이다) ' 매화梅花 '라는 단가를 32수 지으며 그 앞에 나오는 서문 일부에서 좋다는 의미의 令과 조화와 평화를 뜻하는 和를 따 붙친 것이다. 생각하면, 일생 한국에서 단가短歌를 지은 어머니는 일본 근현대 만엽집에 외국인으로 다섯수 6 25 동란의 단가가 실려 있고, 최근 교토 도시샤 대학同志社大學을 다닌 나는 일반 문학인지 알고 택한 것이 후에 보니 만엽집 고대문학이어 그 어려운 것을 통과하느라 일년내내 곤욕을 치루기도 했다. 어려서부터 고대 단가를 배우는 일본인들인데 새삼 서점에 만엽집이 동이 나고 200권 저서로 '나카니시 만요학'이라는 말까지 있는 그의 책들도 많은 사람이 대기 중이다. 59세 새 천황의 연호가 만엽집에서 나왔다면 그 시의 뿌리인 우리나라와도 특별한 인연이어 껄끄러워진 관계가 그런 인연으로 좋아지고 한일이 함께 조화롭고 평화롭게 동아시아와 온 세계를 이끌어가기 바라는 마음 간절하다. 독서율 세계 1위의 일본이 '문학의 나라' 임을 세계에 그렇게 표방한 것이 이 순간, 글과 시를 사랑했던 우리의 선조를 생각하게 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