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주는 지금 28도, 따뜻하다. 12, 1, 2 월 뜨거운 여름이다가 이제 막 가을이 시작되고 있다. 크리스마스에 시드니에서 비키니에 산타 모자 쓴 외신을 흔히 보았다. 북반구 남반구의 기온이 정반대이기도 하지만 서울서 겨울을 지내다 시드니를 오니 전혀 딴 세상에 딴 기후이다. 무엇보다 미세먼지 공포 속에 있다가 공기라는게 이런 거로구나 하고 실감하게 된다. 호주는 지구 남반구에 있는 커다란 섬나라인데 그 섬의 크기가 알라스카를 뺀 미국의 크기라니 얼마나 큰 땅인가를 짐작할 수 있다. 5만 불 가까운 GDP에 영연방국가Commonwealth of Australia로 안정되고 평화로운 나라다. 이 나라의 복지 이야기를 들으면 믿기지 않아 입이 벌어진다. 일찍이 영국의 죄수들이 온 나라로 알려져 있고 많은 것이 영국의 영향이며 호주식 독특한 영어를 쓰는데 달리는 길에 찐한 보라빛 핑크빛 하얀 빛 남국의 꽃들과 이어지는 야자수 푸른 나무가 여유롭다 이번 3월부터 단국대학원의 3시간 강의를 맡게되어 왕복 서너시간과 세시간의 수업을 하고는 다음 날 오래 전 약속인 시드니 행 비행에 11시간, 도착해서는 곧바로 강연으로 이어지는 빠듯한 스케줄인데 내 마음에는 내내 '오페라 하우스'가 들어 있었다. 다음 날 호주 현대미술관에서 만난 두 친구와 오페라 하우스를 향했다. 바다 맨 끝, 푸르른 바다 빛과 태양 빛에 찬란히 빛나고 있었다. 실로 22년만의 해후다. 호주하면 보던 보지않던 오페라 하우스가 전세계 사람들 뇌리 속에 있다. 그만큼 세계에서 손꼽는 으뜸 랜드마크로 바다에 걸쳐진 하버 브리지Harbour Bridge와 함께 하는 오페라 하우스의 모습은 누구에게라도 호주를 떠올리게 한다. 그것이 1959년에 시작되어 1973년에 완공되었다니 비교적 현대에 세워진 건물이다. 바다를 면하여 커다란 조개껍질의 형상을 보이는 이 독특한 건축은 거기를 유유히 지나는 범선의 모습으로도 보이는데, 덴마크 건축가 예른 웃손이 지은 것으로 호주 뿐 아니라 전 세계적 걸작이어 웬만한 사람의 버킷 리스트에는 들어있을 것이다. 어느 각도에서 보아도 아름답고 품위 있는 자태다. 건축이란 모름지기 이래야만 한다는 듯 고고히 서 있다. 그 설계와 시공과 공학은 상상을 초월한다. 가까이 다가가 살살 만져보니 그 거대한 둥근 껍질이 불과 내 손 한뼘의 하얀 타일이다. 그것이 그 거대한 둥근 지붕에 일일이 붙쳐져 있는 것이다. 위대한 작품이란 건 그 면밀 꼼꼼한 디테일이 결국 생명이라는 걸 새삼 알겠다. 그것을 둘러 싼 바다의 모습과 물결치는 형태, 색깔의 조화도 특별하다. 저 멀리 눈이 시리게 푸른 바다물 한가운데엔 예전 영국서 온 죄수들의 감옥이 보인다. 토요일 오후, 오페라 하우스 하버는 세계에서 몰려 온 사람들로 인산인해다. 나라나 도시를 알리는데 여러 면의 방법이 있겠으나 눈에 보이는 조형물이 그래서 중요하다는 걸 새삼 깨닫게 된다. 2007년에는 드디어 세계문화유산에 올랐다니 예른 웃손도 길이 이름을 남기었고 호주가 문화 예술의 나라로 올라서는데에 공헌을 하게 된다. 역사 짧은 나라가 그러한 위상을 가지게 된 데에는 그 상징물의 공이 대단히 크다. 그렇다면 우리를 세계적으로 알리는 조형물은 과연 무엇인가 생각을 하게 된다. 동대문 DDP를 엄청난 예산으로 시도해 보았으나 여전히 남대문 광화문 정도가 아닌가. 문화와 예술과 건축이 융합되고 뛰어난 하드웨어와 소프트웨어가 함께 하여 우리의 위상을 만방에 드높여 줄 조형물이 어서 나왔으면 하는 마음이 그래서 든다. 이 오페라 하우스 앞에만 서면.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