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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 동지사

  • 조회 2202
  • 2018.12.17 11: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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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토 동지사대학 채플                                                                                                      2018  12  15

 

 

이승신의 로 쓰는 컬쳐에세이

 

다시 동지사同志社

 

 

올 해는 잊고만 싶은 해 입니다.

연초 사고로 힘겨운 입원을 했고 어마어마한 고생을 했습니다. 많은 눈물도 흘렸습니다.

 

그런 와중, 5월에는 6년을 다닌 여학교에서 이화상을 받았고 11월 말에는 이대 문학상을 받기도 했습니다. 여중고에 3천명이었으니 우리 기가 5백여 명이었을 테고 마지막 상이라니 보통 일은 아니고, 이화여대 문인도 많은 숫자이니 심한 경쟁이었겠습니다.

 

다닌 것도 감사인데 상상치도 못한 상이 오다니 '하늘의 위로'인가 하는 생각을 했습니다.

 

지금은 다시 동지사대입니다.

나온지 벌써 3년이 되어가는데 학교 캠퍼스에 서니 마치 어제인 듯 그 장면이 내 앞을 흐릅니다.  

 

올 봄 50년 전 모교 여학교에 섰을 때도 아스라했고 늦가을 대학교에 섰을 때도 아스라한 기억이었습니다. 그러나 최근 몸 담았던 이 동지사는 생생한 기억이 아직 몸에 있어 많은 것이 새롭고 친근합니다.  

 

시인 어머니의 Project로 일본에서도 강연 스피치들이 있었고 7년 전 저의 일어 시집들이 나오고는 더 할 일이 많아졌는데 생각해보니 일어도 그렇고 일본에 대해 공부한 적이 없었습니다. 그래서 그런 마음과 의욕만을 가지고 서울서 가까운 교토 동지사대를 오게 되었는데  들어가기도 쉽지 않았으나 20과목 공부의 통과는 엄청난 산이었습니다.  

 

비교적 가벼운 마음으로 왔었는데, 일어 현대문학 고전문학 저널리즘 토론 등을 어떻게 쓰고 내고 앞에 나가 발표하고 토론하고 시험치루고 강연하고~ 를 통과했는지 다시 이 캠퍼스에 서니 그저 한바탕 꿈을 꾼 것만 같습니다. 운 좋아 구경도 하고 공부한 줄 아는 사람도 있겠지만 그 기간에는 도통 그럴 시간이 없었습니다.

 

지난 150여 년 간 수 많은 나라에서 이리 유학을 왔을만한데 졸업생 중, 윤동주 정지용 시비만이 한 가운데에 서 있는 것이 신기합니다. 3만여 학생이 그것을 늘 지나치면서도 그게 무언지 누군지 모르나, 어찌됬든 한국의 대표시인 두 선배 시비가 작으나 좋은 자리에 서 있고 저는 그것을 닦고 정리하기도 했지만, 힘들 제에 그 숭고한 정신을 되새기고 의지하기도 했습니다.   

 

그들 못지않게 누리고 감사해 한 분이 있으니 이 학교의 창립자 니이지마 조新島讓와 야에 조八重 讓 입니다. 두 시비 바로 옆에 서 있는 채플 앞에 다시 서 봅니다.

학교 다닐 때 그랬던 버릇대로 바로 서서 세월의 더께가 덮인 붉은 벽돌과 그 위의 하늘을 바라다 보며 기도를 합니다. 그 채플의 배경은 언제나 국경없는 새파란 하늘입니다.

 

1886년 니이지마 조가 세운 채플은 일본 전국에서 가장 오래된 예배당입니다. 많은 문인들의 유명한 작품에 그 아름다운 채플의 스테인드 글라스 창문 이야기가 나옵니다.

 

오늘은 마침 결혼식이 있네요. 오래된 일본 중요문화재를 보호하려 하루에 30분만 여는데 동지사 졸업생에게만 그 곳에서 결혼식을 할 수 있는 특권을 줍니다. 평시 30분 기도하는 숫자가 적은데 오늘은 살짝 보니 눈부시게 성장한 사람들이 3백석을 꽉 채우고 있네요.

 

일찍이 막부시대, 21살의 니이지마 조 1843 - 1890 가 배를 타고 미국으로 가 필립스 아카데미 고교, 앰허스트 대학과 앤도버 신학대를 졸업합니다. 아시아 최초의 미국 학사입니다. 선교사가 되어 근처 Rutland에서 '일본에 이런 크리스챤 대학을 세우고 싶다' 는 연설로 모금한 후 (동지사 토지를 사는데 5백불이었는데 그 연설로 5천불을 모았다고 합니다) 실제로 그간 수 많은 '양심良心'의 졸업생을 키운 그의 신념과 정신을 이 학교에서 만난게 기쁨입니다. 동지사에 오지 않았다면 모를 것이기 때문입니다.

 

한국에 윤동주 시비가 여기 세워져 있다는 소문이 나갔는지 많은 분이 찾아 옵니다.

이번에도 대한민국 대표시인의 시비 앞에서 한국의 이름 난 문인 16분 등 몇 팀에게 세워진 배경 스토리와 그 시 정신을 이야기해 주었습니다.

 

그러나 그들은 이 캠퍼스에 귀한 중요문화재가 11개나 있다는 것에, 창립자가 누구이며 왜 세웠고 '야에' 가 어떤 인물인지에는 관심이 없고 오로지 윤동주에만 관심을 표합니다.

일본 학생들이 캠퍼스 중심에 있는 한국 선배의 두 시비에 대해 무관심한 것도 화가 나나, 이 캠퍼스에 발을 들여놓은 사람이 일본이 존경하는 니이지마 조에 무심한 것도 이상하기만 하여 저는 그에 대한 이야기도 해 줍니다. 그만큼 시대를 한참 앞서 간 그의 신념이 감동이기 때문입니다. 

 

일본에 큰 영향을 끼친 그의 발자취를 순례하는 사람들은 일본 국내, 혹카이도로 부터 규슈까지는 물론, 2백년 역사의 미국 앰허스트 대학 가장 중요한 자리에 걸린 니이지마 조의 초상화를 보러 가고, 미국 신학교 다닐 때에 일본 정부요인들과 함께 유럽 선진국의 정치 외교 경제 법률 제도와 교육과 문화를 배운 흔적도 보러 간다는 이야기도 덧붙칩니다.

 

그러면서 우리에게도 그런 선각자 선구자가 나왔으면 하는 간절함을 마음속에 가집니다. 

 

한 과목 한 과목의 공부와 외국어 습득도 중요하나 바닥에 깔린 초석의 그런 정신의 커다란 그림이 진짜 습득해야 하는 것이라는 걸 학교를 떠나고서야 우리는 깨닫게 됩니다.

 

   

 

 

 

  일상의 기도 시간에 오늘은 졸업생 결혼식 - 동지사대 채플 12  15  2018

 11월 1일부터 캠퍼스 커다란 생나무에 켜지는 크리스마스 등

 4시만 되면 어둑해지는 동지사대의 한국 두 시인의 시비 - 12  14  2018 

오래 된 대학 건물 중 하나인 명덕관 - 12  15  2018

 동지사 대 서점의 최근 신간들, 미래를 연구하는 책이 많이 보인다 

 대학 몇 개의 공부하는 카페 중 하나, 나도 여기서 빵을 들며 공부했다 

 교토의 역사를 알고 있는 캠퍼스의 여러 거목 중 하나

 '하나님은 독생자를 내어줄 정도로 우리를 사랑하신다'  캠퍼스에 보이는 성경구절

 채플에 걸려 있는 창립자 니이지마 조의 초상화 

 채플 앞 니이지마 조의 시비를 찍는 시인  - 동지사대학  2018  12  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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