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의 촛불 시위와 같은 때에 그 선거 결과의 낙망으로 미국 여러 도시에서 데모가 일고 있고 카나다로 이민을 간다고 줄을 서고 'He is not My President' 라고 외치며 미국이 두갈래로 갈라지고 있습니다.
미국의 개방성과 민주성 그리고 때가 되면 커다란 갈등에도 불구하고 서로 연합하고 포용하는 그 위대한 정신을 믿는 저는 일말의 희망을 가지고 워싱톤에 살 때는 TV로만 보던 미대통령 취임식을 간절히 기도하는 마음으로 왔습니다.
우리 야당이 사드문제로 중국을 찾아간 것에 반감을 가진 트럼프가 한국은 취임식에 초청조차 하지 않았다는 소문도 있지만 우리의 상황이 남의 나라 대통령 취임식에 갈 형편은 아니겠지요. 나라의 리더와 정부 상황이 현재 그러하고 안보 못지않게 중요한 경제문제로 당연히 뛰어와야 할 대기업 총수들은 특검으로 꼼짝을 할 수가 없으니까요.
그 시급한 때에 평시 나라와 나라의 갈등에는 감동없는 수뇌 회담보다는 국민차원의 외교와 교류가 훨씬 중요하다고 생각하는 저는, 다섯분과 동행하여 도날드 트럼프가 무슨 그라프처럼 길게 사인한 미국 국회의 커다란 초청장을 들고 취임식이 거행되는 1월 20일 국회의사당으로 발길을 옮깁니다.
아주 약간의 보슬비가 뿌렸으나 12도의 온화한 기온이었고 지난 밤 축하 무도회로 난리이던 시내는 차분하고 조용해졌습니다. 취임식 현장은 오바마 대통령 때의 몇 분의 일이 모였다고 하며 반트럼프 데모대는 경찰들과 대치하고 있었습니다.
트럼프는 전날 밤 백악관 바로 앞의 영빈관 The Blair House에 머물었고 바로 곁의 St. John's Church에서 예배를 보고는 백악관에서 오바마와 Tea를 (트럼프가 아침 10시에 핫 초코를 들었다는 것도 특이하긴 합니다) 하고 취임식에 도착했습니다.
카터 클린턴 부시 오바마 네 대통령이 자리를 하고 트럼프와 펜스 부통령이 입장을 합니다. 취임식은 트럼프의 어머니가 1955년 주일학교 졸업에 아들에게 선물한 성경과 링컨 대통령이 쓰던 성경, 그 두 권을 포갠 위에 손을 얹고 하는 선서와 기도 그리고 취임사로 이어집니다.
오바마의 멋진 취임사와 그의 수많은 스피치에 비교해서가 아니라 트럼프 대통령의 16분간의 연설은 다시 하나가 되자는 Unity도 없고 인류의 미래를 향한 비전과 철학이 없어, 같은 날 일본에서의 중요한 약속까지 취소하고 서울에서 14시간이나 비행기를 타고 온 제게는 실망이 됩니다. '우리의 일자리와 꿈, 부wealth와 국경을 도로 찾겠다. America First 미국이 우선' 이라고 선포하며 이 날은 세계가 여직 보지못한 역사를 이루는 첫 날이 될 것이라고 호언장담을 했습니다.
대선 때야 당선부터 하기위해 과장도 하고 포퓰리즘도 보일 수 있습니다. 그러나 적어도 제가 아는 미국은 온 세계가 바라보는 취임식에서 상처나고 갈라진 모두를 끌어안고 위대한 포용을 보입니다. 그래서 치유되고 다시 일어서는 힘을 받고 감동의 도가니로 세계를 확 끌어 들입니다.
그러나 이 취임사는 그를 지지하는 이들만을 위한 연설이요 캠페인 연설과 똑같은 내용입니다. 아니, 더 세고 강경해졌습니다. 살육, 황폐한 폐쇄된 공장들, 낙후된 교육, 범죄, 총기, 마약 등 어둡고 부정적인 어휘들을 썼고 정치 경험이 전혀 없다는 평을 듣는 그는 모든 정치인을 싸잡아 호통을 쳤습니다. Empty Talk 만 했다고 비난할 제는 감동의 연설로 유명한 오바마를 지칭한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실제로 후에 화면으로 본 오바마와 네 대통령의 얼굴은 찡그려졌고 심히 모욕받은 표정이 역력했습니다.
강경해진 연설대로 첫 날부터 오바마케어 폐지와 불법이민자 추방, TPP 탈퇴 등을 행하고 있습니다. 멕시코와 일본 유럽 등 경악을 하고 있을 것입니다만 세계 유일의 반 동강난 쪼그만 나라로 강대국에 둘러싸여 수출로 먹고 사는 우리는 그럼 대체 어떤 태세를 이제부터 가져야 하는가 걱정이 됩니다.
The Strongest and the Wealthiest on Earth 요 발상과 창의와 여러 면에서 앞서 가는 나라여서 세계의 많은 이가 우러러보는 나라가 갑자기 자기만 살겠다고 민족주의로 돌아서는 것은 미국에 결코 좋은 일이 아니라는 생각이 듭니다. 제 2의 고향으로 제가 사랑하는 미국이 그것으로 인한 역공을 받게 되는 건 아닐까 심히 우려가 됩니다.
저의 풋풋한 청춘과 추억이 있고 좋은 환경과 오래된 친구들이 있는 워싱톤임에도 새로 들어서는 대통령의 호통과 자세를 보며 마음이 마구마구 내려갔으나 다시 곧추 세우려 애를 써봅니다. 그리고 희망의 끈을 잡아 봅니다.
생각하면 제 45대 미국 대통령 부통령의 취임식은 하나의 아름다운 예배였습니다. 1시간 2분의 식에서 선서와 취임사를 뺀 나머지 시간을 차지한 것은 여섯 분의 기도였습니다. '비가 오는데 성서에서는 비를 축복의 단비라고 합니다. 솔로몬에게 주신 지혜를 이 대통령에게 주소서' 라고 기도했습니다.
트럼프는 취임식 아침, 오바마와 백악관의 마지막 Tea를 하기 직전 그 앞 교회에서 기도를 했고 어머니가 준 하나님의 말씀을 담은 책에 오른 손을 얹고 (저의 시인 어머니는 오른 손을 '옳은 손'이라고 하신 적이 있습니다) 세계 만방을 향해 선서를 했으며 White House 첫 날 밤 링컨 대통령의 침대에서 자고 일어나자마자 기도했고 취임식 다음 날 첫 행사로 워싱톤 National Cathedral 에서 예배를 드렸습니다. 스스로 취임사에서 무엇보다 하나님이 도와주셔야 한다고 말했고 대통령이 되어 첫째 날 둘째 날 처음 한 것이 무엇이었느냐는 기자들의 질문에 '기도' 라고 답했습니다.
초갑부가 되도록 수많은 체험을 거쳤을 것이고 이제 쯤엔 사람이 '마음에 계획을 세워도 인도하는 것은 하늘' 이라는 것을 깨우쳤을 것입니다. 좁아진 세계의 인류를 위해 저의 조국과 미국을 위해 옳은 길로 결국은 인도될 것이라는 희망의 끈을, 세계 초강대국의 수도 워싱톤 한복판에서 저라도 단단히 붙잡아 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