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료안지

  • 조회 3105
  • 2017.05.28 23: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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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16  12  22

 

 

나는 오직 족함을 아노라

 

료안지龍安寺는 전설이다.

교토를 좋아하고 연구하는 사람이 세계에 많은 중 그들이 교토의 여러 명소 중 첫째를 어디로 꼽느냐는 물음을 받으면 한참을 고심하다 답하는 곳이 '료안지龍安寺' 인 경우가 많다. 그만큼 '료안지'는 유명하고 널리 사랑받는 곳이다. 서양 사람들은 료안지를 유난히 좋아한다. 그래서인지 언제 들려도 거기엔 프랑스인과 유럽인이 많이 눈에 띈다.

그 곳의 명성이 드높은 이유는 많지만 1450년 경에 지어진 대표적인 선종사찰로 세계문화유산이며 그 규모가 크고 방장 안에 들자마자 초입에 도연명의 장시 '음주가' 의 서예 병풍이 펼쳐지고 방장의 방 규모나 그 안 문짝에 그려진 그림들의 수준도 대단하나 그 방 앞의 길다란 툇마루에서 바라다 보이는 큼직한 규모의 석정 가레산수이枯山水가 으뜸으로 유명하다.

특히 그 명성은 서양 선진국에서 대단하다. 우리는 같은 동양권에 약간 익숙한 면이 있으나 그들은 극도로 발달된 그들의 정신 문명에 무언가 미진한 것을 일본 정신에서 드디어 찾아냈고 그것이 눈에 보이는 조형으로 들어난 것이 료안지의 석정, 그 고요함 정갈함 단순함 지극한 영성의 아름다움이었다. 그 석정에 영감을 받은 서양의 사상가 문학가 예술가 건축가는 부지기수로 많다. 료안지는 그렇게 전설이 되었다.

동서로 25미터 남북으로 10미터인 가레산수이枯山水 석정은 백사와 돌만으로 이루어진 일본 고유의 선종 사찰의 정원으로 그것은 온 우주와 바다와 육지를 의미한다. 그에 대한 깊은 사상과 연구가 많은 중, 그 육지를 뜻하는 모래 위 여기저기 놓인 15개의 돌 중 작은 몇 개가 큰 돌에 가려져 흔히 13개 14개로만 보인다는 것도  화제로, 나도 재미로 세어봐도 늘 모자랐는데 이번 봄, 몇 번을 세어서야 겨우 그 숫자를 맞출 수 있었다. 그런 우스개 소리가 심오한 그 의미를 저해한다는 비평도 있기는 하다.

가레산수이 뒤로 길게 바라다 보이는 흙담의 자연스럽고 조화로운 색조도 아름답기로 유명한데 오래 전 그 흙에 기름을 두텁게 바른 것이 세월의 켜로 쌓여 그런 독특한 브라운 색깔이 되었다. 지붕 덮힌 그 담너머로 피어나는 한 그루 찐분홍 수양 벚꽃 시다레자쿠라가 기념품을 파는 판매대 위 커다란 포스터로 보면 유별난데 여러 번 갔어도 다른 곳에 만개한 때인 4월 10일 올 봄에도 담벼락 뒤로 솟아 오른 그 벚나무만은 꽃몽오리 열 생각을 도통 하지않아 아쉬웠다.

방장을 둘러 싼 네모 꼴 긴 툇마루를 한 바퀴 돌면 뒷켠에 일본에서 수령이 가장 높다는 동백나무가 있는데 그 옆 현판에 '조선전래 朝鮮傳來'라고 쓰여져 있다. 많은 건축과 유물이 고대 백제와 고구려에서 온 것이거나 거기에서 온 이들이 만든 것이나 최근에 와선 그것을 중국에서 온 것이라고 지워진 것을 목격하기도 하여 마음이 착잡한데 이 동백 곁에는 '조선전래로 가장 오래된 동백' 이라고 쓰여져 있어 반갑고 애처롭기까지 하다.

봄철 료안지 문을 들어서면 머리 위 대나무로 떠받친 수양 벚꽃枝睡れ櫻이 레이스 터널로 피어나고 진분홍 복사꽃 등 좋은 나무들이 많이 있지만 일본의 사찰답게 단풍나무가 제일 많이 보여 가을에 그 단풍이 붉은 아름다움으로 드러나는 것도 보아야만 한다.

료안지에는 보물 유물이 너무 많아 단풍 명소라는 소리를 따로 못들어서, 볼 것 많은 가을에 거기까지 갈 생각을 못하다가 동지사대 가을학기 시험을 마치자 불현듯 '료안지의 가을 풍경은 어떠할까' 생각이 들어 버스를 잡아 탔다. 12월 중순, 대문 앞서부터 단풍잎이 뚝뚝 져내리고 있어도 그 자태가 눈부시고 품위가 있었다. 

넓다란 정원에 경용지鏡容池 큰 연못이 나오고 그 연못을 따라 둘레길을 걷다보면 어느 훌륭한 절에서도 음식하는 곳을 본 적이 없는데 료안지에는 사찰식 두부요리 하는 곳이 일본식 집과 정원으로 따로 자리하고 있어 좋은 계절 그 정원의 정서를 앞뒤 창으로 내다보며 담백하게 먹는 맛이 깨끗하다.

이 곳은 몇 해전 이명박 대통령과 당시 일본 수상 노다 요시히코가 한일 정상회담을 한 후 들린 곳이기도 하다.

역사논쟁을 하다 어설프게 끝이 났고 그 적부터 금이 가기 시작한 한일관계가 지금에 이르지만 일본으로서는 수도 동경도 아니고 교토에서도 좋은 곳이 많은 중, 딱딱하고 신경 곤두세우는 정치 수뇌회담 후, 자유롭고 깊이 있으며 부드러움이 넘치는 곳을 고르려 고심한 중에 택한 곳이 이 곳일 것이어 올 적마다 2천년 인연에 갈등 많은 두 나라 수뇌가 여기를 거닐며 무슨 환담과 생각을 했을까 궁금해진다.

그런 여러 스토리가 있는 료안지이나 최근 거기에서 깨우친 문구 하나가 가슴을 친다. 큰 스케일의 석정石庭을 여러 사람틈에 끼어 긴 마루에 앉아 바라보다 일어나 활짝 방문이 열린 방장의 예술작품이 그려진 방을 들여다보며 마루를 휘~ 돌아 그 뒷편으로 가면 인공적으로 만든 앞켠과 달리 자연 그대로의 숲이 나오고 왼편 마당 아래로 옛 엽전 모양을 한 돌에 대나무 대롱으로 물이 떨어지는 것이 보인다. 여러번 보았으나 쯔쿠바이蹲踞라고 다실에 들기 전 손을 씻고 입을 축이던 것이라 하여 그런가보다 하고 늘 지나쳤었다. 그런데 최근 그 앞에 사람들이 모여있는 걸 보고는 나도 발길을 멈추고 찬찬히 들여다 보았다.

엽전 모양의 둥근 돌상판 한가운데가 네모나게 입구口 자로 깊게 구멍이 파이고 그리 물이 떨어진다. 그런데 잘 보면 가운데 네모난 口자를 둘러싸고 동서남북 위치에 한자로 五   쓰여져 있다. 그 네 글자마다 가운데 뜷린 입구口자와 조합을 하면 오유지족 吾 唯 足 知의 글귀가 된다. "나는 오직 족함을 아노라 "  무욕 무소유 겸손 낮아짐을 뜻하는 석가의 마지막 가르침인 유교경遺敎經의 '족함을 모르는 자는 부유해도 가난하고 족함을 아는 자는 가난해도 부유하다'에서 나온 말이다. 그 깨우침을 네모가 들어간 네 한자로 추리고 가운데 네모로 뚫어 공동으로 쓰이게 한 지혜와 발상이 놀랍다.

큰 규모의 료안지는 그 안에 자연 건축 정원 그림 등 예술작품의 아름다움이 많아 짧은 시간에 보려는 욕심으로 맘이 분주하기만 한데 방장 뒷켠 물확 쯔쿠바이에 새겨 놓은 그 한마디의 깨우침에 마음을 가라앉히며 료안지 전체를 달라진 안목으로 다시금 바라보게 된다.

그 한마디 일침이 어찌 구경하는 데에만 쓰이랴, 우리의 삶 구석구석에 보이는 모습이 아닐 수 없다.

                                    아 석정이 웃고 있네  봄철의 료안지

 

 


  세계문화유산 현판   -  교토  료안지   2017  4  7

 
                             시인 도연명의 '음주가' 시 병풍  -  교토 료안지 본당 입구   2016  12  25

 
                                                가레산수이 정원  -  교토 료안지   2016  12

 
       가레산수이 정원과 흙담  - 교토 료안지   2016  12 

 
    료안지  방장의 방과 문 그림들   -  교토    2016  12 

 
                         일본의 제일 오래된 동백나무와 '조선전래' 현판  -  교토 료안지  2016  3


      손 씻고 입을 축이던 엽 모양의 쯔쿠바이  +口 吾   口+隹  口+ +口 

 

가레산수이 정원 담너머로 피어나는 찐한 시다레자쿠라 한 그루가 보이는 포스터

 '아 돌정원이 웃고 있네'  시 한 구절

 

                                       방장 앞 마루와 가레산수이 정원  - 교토 료안지   2015  7  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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