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아도리브 アドリブ

  • 조회 2402
  • 2017.04.04 07:30
  • 문서주소 - http://leesunshine.com/bbs/board.php?bo_table=Essay&wr_id=251

 

 

                                                                                                      2016  3  20

 

   아도리브 アドリブ

 

 

일본어로 '아도리브'가 무슨 뜻인가 했다. 간판에 '밥집 아도리브'라고 쓰여져 있었다.

한참 생각해 보니 영어의 ad lib 이었다. ad lib 은 영어로 즉흥적으로 말하다 즉흥적으로 하다 라는 뜻이다. 요리를 정해진 메뉴없이 즉석에서 만들어 낸다 는 뜻이리라.

 

동지사 대학 서문으로 나와 북쪽으로 몇 분만 걸으면 우측에 나오는 아주 작은 밥집 이름이다. 대학이 시작하기 전, 방을 미리 구하러 서울에서 며칠 갔다 만난 유학생이 그 곳을 안내했다.

 

밥상이 겨우 두엇, 카운터에 걸터앉는 자리가 너덧개가 다다. 그것조차 손님이 다 차지는 않았지만 즉석에서 만들어 내는 요리를 주는대로 받으니 메뉴를 고르는 고민이 없다.

 

일본에 이찌쥬 산사이 一汁三菜 란 말이 있다. 국 하나에 반찬 세가지란 뜻이다. 기본이 밥과 국에 반찬 세개를 놓고 먹는다는 거다. 그런데 아도리브는 다섯가지를 주었다. 국과 생선과 찬이 매일 바뀌는데 색이 좋고 맛이 좋다. 무엇보다 편안하고 고향 집에서 먹는 밥같다. 800엔이 너무 싸다.

 

방을 대학에서 걷는 거리에 정하고는 서울에 갔다가 학기 시작할 때 다시 오니 생각지도 못한 외국인거주자 등록증 만들기, 대학 입학을 위한 건강검진과 건강보험증 만들기 등 행정일들이 있었다. 그리고는 학기가 시작이 되고도 얻은 방에 필요한 것 매일 채우기도 일이었지만 공부 외에 다른 것은 전혀 할 수 없을 정도로 커리큘럼과 공부의 강도가 아주 높았다.

 

하루 세끼를 해결해야 하는데 마침 집이 전통시장 바로 앞이어 채소 과일 생선 등 먹을 것을 파는 가게가 많고 커다란 수퍼도 두개나 그 안에 있어 좋은 식재료를 싸게 살 수 있었다.

생선 사시미가 싱싱하고 판매품인데 즉석에서 짠듯 프레쉬한 두유가 맛있다. 

 

빵과 과일 두유와 요구르트를 좀 들고는 아침 8시 40분 쯤 학교를 빠른 걸음으로 걸어가 9시 시작을 맞춘다. 보통 90분짜리 수업을 두개 듣고는 점심을 드나 10시 반 수업이 없을 때는 료싱칸良心館 새건물 1층의 베이커리에서 줄을 서 갓구운 빵과 수프를 든다. 점심은 캠퍼스의 몇 군데에서 드는데 주로 료싱칸의 드넓은 계단을 깊이 내려가면 수백명을 수용하는 학생 식당에 간결한 건강식이 죽 늘어서 있고 식성에 맞게 이것저것 골라 일부는 카운터저울에 올려 놓으면 무게를 재어 비교적 적은 값에 들 수가 있다.

 

학교 밥은 백미여서 나는 시장에서 현미와 잡곡을 사서 현미밥을 지어 한 웅쿰 학교로 가지고 간다. 오므라이스를 만들어 주는 곳도 있는데 맛이 좋아 그것도 자주 든다. 내가 대학 구내 식당에서 매일 먹는 것은 시간 절약이 큰 이유지만 그것 못지않게 매일 숙제와 시험과 페이퍼 써내는 것이 많기 때문이다. 일어도 어눌인데 과제물이 많아 도움을 받을 수 있는 학생 알바를 구하려 했으나 여의치가 않았다. 알바를 하는 학생은 많아도 가르치는 사람은 잘 보이지 않았다.

 

어느 날 학교 식당에 앉아 점심을 하며 곁에 앉은 일본 학생에게 이해 안되는 것을 물으니 친절하게 가르쳐 주었다. 거의 매일 그 덕을 보았다. 그렇게 매일 캠퍼스에서 점심을 들고 저녁도 가끔 들며 열심히 공부를 했다. 전에도 나는 어디에서나 열심히 공부한 사람이었으나 언제 또 이런 기회가 올까 싶은 생각에 더 열심히 했다. 이제야 철이 난 것이다,

 

언젠가 아도리브에서 맛나게 밥을 든 것은 까맣게 잊고 있었다. 캠퍼스 밖을 잘 나가지 않았기 때문이다. 두 학기를 마치고 서문으로 나와 산책삼아 조금 올라가니 아도리브 간판이 보인다. 아 참 아도리브, 그 독특한 이름이 있었지, 반가워 들어가니 낯익은 부부가 반가이 맞는다.   

 

오오노 히로미大野廣美 부인이 부지런히 요리를 하고 오오노 가오루 大野薰 남편은 주로 서 있다가 음식 쟁반을 나른다. 전에는 남자가 커피를 좋아하여 음악이 있는 카페를 했는데 그 후 식당을 한지도 42년이 되었다고 한다. 그래서인가 비틀즈의 사진이 벽에 붙어 있다.

 

두사람의 모습이 편안한게 깎듯하고 예의 바른, 흔히 보는 일본사람보다는 수수한 한국사람에 가깝다. 한국관광객이 일본에 좋아하는 것이 온천이고 음식이라고 한다. 평양이 고향인 아버지 덕에 우리도 일생을 안맵고 슴슴하게 먹어 일본의 담백한 음식이 입에 맞는다.

 

미소시루 된장국에 생선 한토막, 오이 장아찌와 야채 반찬 두어가지의 정갈한 쟁반을 받으면 내 집에 온 듯 편안하다. 진작 왔으면 좋았을걸 하는 생각이 든다. 맛있다고 칭찬해 주면 부인이 좋아하며 아 한국의 음식은 어떤 것일까요 ~  궁금해 한다. 한국에 한번 오세요 맛있는 것들이 있어요 하면 하루 휴일 밖에 없는데 외국을 간다는 건 먼 꿈이라는 듯 동경하는 표정을 짓는다.  

 

타국의 삶은 외롭다. 더구나 뒤늦은 유학 생활은 힘들고 외롭기 짝이 없다.

그래서 구석에 짐보따리가 좀 보이고 완벽하지 않아도 집같이 푸근한 '아도리브'를 도시샤 대학에서 공부하는 동안 기대지 못한 것이 아쉬워 귀국하기 전에 몇 번이나 거기를 찾았다.

 

내가 밥을 꼭꼭 씹어 맛나게 다 먹기까지 오오노 부부는 고향의 풍경같이 거기에 푸근히 서 있어 주었다.

 

 

 

                      이찌쥬 산사이

                      '아도리브'의 정갈한 밥상을 받으면

                      고향 생각이 난다

 

                      가신 어머니 생각이 난다

                      다시 못볼 손맛

 

 

 

 

 

   47년을 함께 한 아도리브의 오오노大野 부부  -교토 동지사대학 근처  2016  3   

 

        

된장국 생선 한토막과 야채의 순하고 단순한 식단 -  아도리브   2016  3


매일 식단이 바뀌는 정갈한 밥상  -  교토  아도리브   2016  3

 

 

 

 

 

 






추천 0 비추천 0

Pri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