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번 본 ‘문화인’ 이명박 대통령
2008 2 22
이승신 시인 TV 방송인 손호연단가연구소 이사장
지난 2005년 2월, 한일 우정의 해를 선포하는 자리에서 노무현 대통령의 연설은 서로 평화롭게 지내자는 내용도 좋았고 전달하는 태도에 자신감이 넘쳐서 원고를 내려다 보고 읽은 일본 모리수상의 연설보다 훌륭했습니다
제일 앞 줄에서 그 연설을 듣던 저는 그 순간 거기에 일본이 존경하고 좋아하는 우리나라 시인 손호연의 평화의 시 한 줄이 들어가면 완벽한 연설이 되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연설이 끝나고 저의 명함 뒤에 한일 양국어로 되어있는 손호연 시인의 시 ‘이웃해 있어 가슴에도 가까운 나라 되라고, 무궁화를 사랑하고 벚꽃을 사랑하네‘ 를 주위에 보여 주었는데 우리 측 인사들은 큰 반응이 없이 보았고 모리 수상등 일본 인사들은 가슴에 손을 대며 감격해 했습니다
그 후 곧, 독도 사건이 터졌고 한일 관계는 한일 우정의 해가 아닌 때보다 더 냉랭해 졌습니다. 암울했지만 그런 때일수록 손호연의 평화 정신이 진정 살아있어야 겠다는 생각에 그 해 6월 한일 정상회담을 앞두고 , 우리 대통령 측에 시인의 정신과 일본에서의 시인의 영향력을 알리고 ‘문화 외교’의 중요성을 강조했습니다
그들은 한결같이 한일 관계가 최악인데 정치와 시가 도대체 무슨 관계란 말인가 하는 태도를 보였습니다. 저는 우리 대통령이 그들이 좋아하는 문화를 통한 정신을 알아서 회담에서 먼저 그 정신을 언급하는 게 좋겠고 만약 일본 수상이 먼저 언급하게 되면 거기에 대응할 만한 말을 알아 두어야 한다고 여러 번 얘기했습니다. 그들은 이런 요청이 하루에 3,000건이 온다고 하면서 무슨 청탁을 하는 것으로 받아 들였습니다
제가 예견하고 그들에게 말한대로 한일 정상 회담과 그리고 회담 후 외신 기자 회견 연설에서 일본의 고이즈미 수상은 손호연의 평화의 시 ‘절실한 소원이 나에게 하나 있지, 다툼없는 나라와 나라가 되어라‘ 와 손호연 시인의 평화 정신을 이야기 했습니다. 그 장면은 양국 TV 와 일본 주요 신문들이 다 다루었고 아사히 신문은 ‘손호연 시인의 그런 고결한 정신을 노대통령이 알 리가 있겠는가’ 라고까지 썼습니다
이것은 문화를 바라보는 지도자의 안목을 보여주는 한 예입니다
이제 새로운 나라, 새로운 시대가 열렸습니다
MB의 ‘신화는 없다’는 책을 최근 다시 보았습니다
그토록 가난하고 불우한 환경과 기막힌 운명을 딛고 일어서서 오늘에 이른 그 감동의 과정을 보면 그를 지도자로 뽑은 우리나라와 국민에게도 그런 신화와 소망이 전해질 수 있겠다는 기대를 가지게 됩니다
저는 이명박 대통령을 3 번 보았습니다
남산, 옛 안기부 자리에 문학의 집이 있는데 그 곳의 문인들 작은 모임에서 서울 시장인 그가 함석헌의 시 '그대는 그런 친구가 있는가 '를 낭송하고 상기된 얼굴로 이만하면 시인들 앞에서 잘 했느냐고 하면서 스스로 만족해 하는 모습을 처음으로 보았고
두 번째는 세종 문화회관에서 동경 필하모닉 오케스트라의 연주가 정명훈의 지휘로 있었는데 제 바로 앞에 그가 앉아 감상했고 곧 이은 아주 작은 숫자의 리셉션에서 이런 멋진 오케스트라가 서울에도 있었으면 얼마나 좋을까 하는 진심어린 말을 하는 그를 보았습니다
세 번째는 손호연 단가 시인이 수 십년 살며 사랑과 평화의 시를 쓰고 그 시인의 영혼이 깃들어 있는 '복합예술공간 THE SOHO'의 샤갈 룸에서 그림을 바라보며 담소하는 것을 보았습니다
이명박 대통령은 경제를 살리고 사회 통합을 이룬다는 캣치 프레이즈를 들고 나왔고 정책도 잘 전달이 안된 상태에서 그런 부분적인 이미지만 국민이 가지고 있겠으나 저는 3 번 다 우연히 ‘문화인’ 이명박을 보았습니다
새 정부에 ‘문화’가 잘 안 보인다는 얘기가 벌써 나오고 있습니다
문화란 무엇일까요
문화란 결국 우리의 삶이요 우리들 일상의 살아가는 이야기일 것입니다
기업의 CEO를 지낸 그는 협상 테이블에 마주 앉은 상대방의 문화를 알아내고 그가 속한 나라의 문화와 예술을 이야기하고 문학을 이야기하고 그 곳 유명 시인의 시 한 수를 암송하는 것이 꼭 필요하다는 것과 그 성과를 현장에서 무수히 확인했을 것입니다
그것이 기업의 CEO가 문화인이 되어야 하는 이유이고 정책을 결정하는 지도자의 문화 인식이 높아야 하는 이유 임을 그는 분명히 알고 있을 것입니다
지난 번 문화계 원로들을 만난 대통령은 국민 소득만 올라간다고 선진국이 되는 것이 아니라는 것을 잘 알고 있다고 했습니다
그러나 아는 것이 힘인 시대는 지나갔습니다. 이제는 '아는 것을 실행할 때'만 힘이 되는 시대입니다
제가 3 번 본 그 지도자는 분명히 문화를 사랑했고, 일단 지도자가 되면 나라와 국민에게 엄청난 영향을 준다고 볼 때에 그에게 배어있는 그런 문화와 예술의 향취가 우러나와 국민의 삶 여러 부문에 스며들어 GDP만 올라가는 선진국이 아니라 참으로 아름답고 격이 있는 문화 선진국이 되기를 새삼 기대해 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