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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소라 히바리

  • 조회 3953
  • 2016.06.02 23: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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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소라 히바리의 흐르는 강물처럼

 

 

어려서 아버지가 부르시던 일본 노래 몇 개가 있다.

그 중의 하나가 '고노미치この道 이 길' 이라는 노래다.

유명한 일본고전의 단가로, 나의 18번 중 하나이기도 하다.

 

 

             고노 미치와 이쯔까 킷따미치

            아아 소오다요~

            아카시아노 하나가 사이테루요

 

            이 길은 언젠가 왔던 길

            아아 그렇다~

            아카시아가 피었었지

 

 

평양사범에 다니시던 아버지는 교내 오케스트라의 지휘도 하셨고 수석 바이올리니스트로 세계적인 음악가가 꿈이었지만 가난한 집안의 장남으로 일제 시대의 만주 신경 법대를 택하게 된다.

 

서울로 와서 상공부 관리와 그 후 변리사 회장을 하셨지만 집에서 오래된 피아노를 치며 늘 노래를  부르셨다. 가고파, 바위고개 등의 가곡과 함께 몇몇 일본 가곡을 부르셨는데 뜻도 전혀 모르던 그 가사가 어린 내 머리에 입력된 것이다.  조기 교육을 무시할 수 없는 이유이다.

 

그 후 스무살, 국제청소년 회의로 처음 동경에 가게 되었는데 그 곳 TV에 나오는 당시 유행가 몇 개가 뜻도 모르면서 다시 입력이 되었다. 그것이 당시 나의 일어 수준이다. 

 

일제 시대에 한국어를 집밖에서 쓰면 잡혀가고, 해방이 되고는 태어나 몸에 밴 일어로 글을 쓰면 비난받던 어머니와 아버지는 그래서 나에게 일어 공부를 하라는 말씀을 안하셨겠으나 지금 돌이켜보니 노래 가사 몇 외운 것이 일어 실력 전부였던 걸 생각하면 그때 더 많은 노래를 익혔더라면 절로 공부가 되었을 걸 하는 생각을 하지 않을 수 없다.

 

이번 일본 유학을 가면서도 당연히 TV나 매체를 통해 최근 노래들을 접하리라 싶었는데 그럴 시간이 잘 없었고 모든 시험을 다 치고 졸업을 하고서야 가사가 마음에 드는 노래 다섯개를 숙제처럼 익혔다.

 

그 중 하나가 미소라 히바리의 노래  '흐르는 강물처럼, 가와노 나가레노 요오니' 이다.

 

그는 그야말로 만능 탈렌트로 가수 연극 드라마 영화를 두루 섭렵했고 뛰어난 미인이라고 할 수는 없으나 외면의 아름다움이 내면에서 흘러나오는 기운 태도 생각 영적인 모습이라면 내가 바라 본 그의 예술에 바치는 헌신 태도 몸짓 표정 제스쳐 자신감과 모든 아우름은 글로벌 급으로 참으로 아름답고 매력적이라 할 수 있다.

 

한국계 임에도 한국에 공연으로 오지 못할 때였으나 유럽 공연의 그는 멋졌다

수 많은 힛트 곡 중에도 마지막에 '가와노~ ' 를 부를 때에는 세계 최대 판매곡으로 최고 가수의 인생을 비유한 노래라는 멘트가 있었다. 

 

이미자와 패티 김을 합친 것 같다는 한국인의 평도 있다.

 

아래를 누르면 그가 9세에 데뷔하여 43년 간 남긴 1400곡 중 최후의 노래, 자신의 일생을 흐르는 강물에 빗대어 노래해 감동을 주는 '가와노 나가레노 요오니, 흐르는 강물처럼'을 들을 수 있다.

 

우편의 아이산산 愛燦燦을 들으면 그것도 이번에 내가 익힌 노래로 미소라 히바리가 기가막히게 불렀지만 작곡 작사를 한 남성이 직접 부르는 것도 수수하게 모자라는 듯 빈틈있게 부르고 역시 인생을 관조하는 시적인 가사에 좋은 곡이어 함께 들으면 일본인의 취향을 알 수 있다.

 

'가와노 나가레노 요오니' 를 들으면 미소라 히바리의 파란만장한 짧은 생애를 떠올리게 되며 인간 누구나의 공통된 삶을 떠올리게도 된다. 

 

'고노 미치この道'를 부르시던 내 아버지의 음성이 어제인 듯 겹쳐 들려온다.


                  

 川の流れのように 

흐르는 강물처럼 (가와노나가레노요우니)


知らず知らず 步いて來た 細く長い この道
시라즈시라즈 아루이떼기타 호소쿠나가이 고노미찌

 아무 것도 모른 채 그냥 걸어왔네 길고도 좁은 이 길을

振り返れば 遙か遠く 故鄕が見える

후리카에레바 하루카 도오쿠 후루사또가 미에루
뒤돌아 보면은 저만치 멀리 고향이 보이네

でこぼこ道や 曲がりくねった道 地圖さえない それもまた 人生

데코보코미찌야 마가리구넷다미찌 치즈사에나이 소레모 마따 진세이 

울퉁불퉁한 길과 굽어진 길 지도에조차 없지만 그것 또한 인생이라

ああ 川の流れのように ゆるやかに いくつも 時代は過ぎて
~가와노나가레노요우니 유루야카니 이꾸쯔모 지다이와 스기떼 

- 흐르는 강물처럼 잔잔히 어느 새 세월이 흘렀구나

ああ 川の流れのように とめどなく空が黃昏に 染まるだけ

~가와노 나가레노 요우니 도메도나쿠 소라가 하소가레니 소마루다께 

- 흐르는 강물처럼 끝도 없이 그저 하늘이 황혼에 물드는 것일 뿐

生きることは 旅すること 終りのない この道

이끼루 고또와 다비스루고또 오와리노나이 고노미찌 

살아간다는 건 길을 떠나가는 것, 끝도 없는 이 길을

愛する人 そばに連れて 夢探しながら 雨に降られてぬかるんだ道でも

아이스루히또 소바니쯔레데 유메사가시나가라 아메니후라레데 누까룬다미찌데모 

사랑하는 이와 함께 꿈을 찾으며 비에 젖고 실패한 길일지라도


いつかは また 晴れる日が來るから

이쯔까와 마따 하레루 히가 구루까라 

언젠가는 다시 화창한 내일이 올 테니까

ああ 川の流れのように おだやかに この身を まかせていたい

~가와노나가레노요우니 오다야까니 고노미오 마카세데이타이 

- 흐르는 강물처럼 온화하게 이 몸을 맡기고 싶어

ああ 川の流れのように 移りゆく 季節 雪どけを待ちながら

~가와노 나가레노요우니 우쯔리유쿠 기세츠 유키도케오 마찌나가라
- 흐르는 강물처럼 변화하는 계절, 눈이 녹기를 기다리며

ああ 川の流れのように おだやかに この身を まかせていたい

~가와노 나가레노요우니 오다야까니 고노미오 마카세데이타이 

- 흐르는 강물처럼 온화하게 이 몸을 맡기고 싶네

ああ 川の流れのように いつまでも 靑いせせらぎを 聞きながら
~가와노 나가레노요우니 이쯔마데모 아오이세세라기오 기끼나가라

- 흐르는 강물처럼 언제까지라도 파-란 물흐르는 소리를 들으며

 

 

                                      https://www.youtube.com/watch?v=d_Ns_B23LT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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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승신  시인, 에세이스트, 손호연단가연구소 이사장

이대영문과 와싱톤 죠지타운 뉴욕 시라큐스 대학원 졸업, 교토 동지사대 졸업

방송위원회 국제협력위원, 삼성영상사업단 & 제일기획 제작고문 역임

 

 

저서 -치유와 깨우침의 여정, 숨을 멈추고, 오키나와에 물들다

    삶에 어찌 꽃피는 봄날만이 있으랴, 그대의 마음있어 꽃은 피고 外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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