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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지용

  • 조회 3276
  • 2015.07.08 08: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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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15   6  12

 

 

                                                               향  수

 

 

 

10여 년 전 교토의 동지사同志社 대학 캠퍼스의 윤동주 시비를 찾았을 때 그때야 비로소 우리의 시인 정지용도 그 대학을 다녔고 바로 곁에 그의 시비도 있다는 걸 알게 되었다

 

1995년 정지용의 좋은 시로 만들어진 '향수' 노래는 우리 국민이면 누구나 다 알고 사랑하고 있다

 


            넓은 벌 동쪽 끝으로
                 옛 이야기 지줄대는 실개천이 휘돌아 나가고
                 얼룩배기 황소가
                 해설피 금빛 게으른 울음을 우는 곳
                그 곳이 차마 꿈엔들 잊힐리야



그 노래가 들려오면 나처럼 대도시 서울 토박이인 사람도 시내물 굽이쳐 지나는 고향산천이 눈앞에 절로 그려지곤 했는데 이제 조국을 멀리하고 들으니 더한 실감이 난다.  시와 예술의 힘이다

 

한국 모더니즘 시의 대표격인 정지용의 시는 산수화를 보듯 서정적, 회화적이고 절제된 시어가 독특하여 윤동주의 시보다 더 좋아하는 이들도 있다.  조지훈 박두진 박목월 박남수 등 많은 시인들이 그에게 영향을 받았고 좋은 산문과 신앙의 시를 많이 남긴 시인이다

 

그 대시인이  1923년에서 1929년까지 교토의 동지사 대학  캠퍼스에서 영문학을 공부하고 시를 지은 것이다.  40년 대, 내가 다닌 영문과에서 가르친 것도 그제사 알게 되었다. 그 생각을 하며 작은 시비를 만지고 그 앞에 가득 놓인 꽃다발을 가지런히 하고 손으로 먼지를 닦아내면 무언가 가슴에 찡한 따스함이 스며온다

 

그 캠퍼스에 몸을 담고 있고, 클라스 바뀔 제마다 하루에도 몇 번이나 그 앞을 지나며 우리 국민 시인의 두 시비를 이렇게 바라볼 수 있다는 것은 내 삶에 과연 무슨 의미일까

 

일제 강점기 바다 건너의 조국을 그리던 시인의 마음과 그 시혼이 절절하다

 

 

 

              향   수

                                                       정지용               

 

    넓은 벌 동쪽 끝으로
    옛 이야기 지줄대는 실개천이 휘돌아 나가고
    얼룩배기 황소가
    해설피 금빛 게으른 울음을 우는 곳
    그 곳이 차마 꿈엔들 잊힐리야

    질화로에 재가 식어지면
    뷔인 밭에 밤바람 소리 말을 달리고
    엷은 졸음에 겨울 늙으신 아버지가
    짚베개 돋아 고이시는 곳

    그 곳이 차마 꿈엔들 잊힐리야

    흙에서 자란 내 마음
    파아란 하늘 빛이 그립어
    함부로 쏜 화살을 찾으려
    풀섶 이슬에 함추름 휘적시던 곳

    그 곳이 차마 꿈엔들 잊힐리야

    전설 바다에 춤추는 밤물결 같은
    검은 귀밑머리 날리는 어린 누이와
    아무렇지도 않고 예쁠 것도 없는
    사철 발 벗은 아내가
    따가운 햇살을 등에 지고 이삭 줍던 곳
    그 곳이 차마 꿈엔들 잊힐리야

    하늘에는 성근 별
    알 수도 없는 모래성으로 발을 옮기고
    서리 까마귀 우지짖고 지나가는 초라한 지붕
    흐릿한 불빛에 돌아앉아 도란도란거리던 곳

 

    그 곳이 차마 꿈엔들 잊힐리야 

                   

 

 

 

 

 

 


시인 정지용의 시비 -  교토 도시샤 대학 캠퍼스  2015  3 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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