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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모가와 鴨川

  • 조회 3235
  • 2015.07.07 19: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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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15  6  25

 

 

 

  가모가와 鴨川

 

 

교토의 좁은 내 방을 나서면 곧 강이 나온다.

가모가와다

3월에 와서 내가 제일 많이 걷고 의지하는 자연이다.

 

평시 교토에 며칠 와서는 한번을 들리지 않았던 곳이다

백만을 조금 넘는 이 조용한 도시에 일년 찾는 관광객이 7천만이 가깝다니 그만큼 세계 으뜸 관광 도시로, 보아야 할 곳이 많아 가모가와까지 볼 시간은 없어서 차로 다리를 건너며 흘깃 내다보는 정도였기 때문이다

 

그런데 학기 시작 전에 와서 대학까지 걷는 거리를 구한 집 바로 옆이 그 강이다.

가모가와는 유명한 문인들 작품 속에도 나온다. 동지사 대학 캠퍼스에 세워진 정지용 시인의 시비에도 그의 대표시 중 하나 '가모가와 十里ㅅ벌'이 한일 두 언어로 새겨져 있다.

 

31키로의 길이로 열 몇개의 다리가 보이고 그 강을 따라 도심 한복판을 죽 내려가는 대로大路 이름이 일본에 첫 노벨 문학상을 안겨다 준 가와바다 야스나리 이름을 딴 가와바다 도오리通다.

 

강이라고 해야 한강에 익숙한 사람에게는 시냇물처럼 보이는 아담한 폭으로 좁은 곳은 청계천만하고 좀 넓어지면 한 두세배가 될까. 이쪽 켠은 가모가와, 저쪽 켠은 다카노 강으로 불리우는 두 물이 내 집 있는 쪽에서 하나로 합쳐져 길게 내려간다

 

그 강이 시내를 흐르는데도 강둑과 들풀과 돌멩이들이 마치 시골 풍경처럼 펼쳐지는데 내가 첨 도착해선 양켠에 수 키로 늘어 선 굵은 사쿠라들에 꽃망울이 맺혀 있었고 곧 활짝 피어나 추운 나라에서 온 나를 따뜻한 빛으로 맞아 주었었다.

 

그 분홍잎이 지고는 노오란 유자꽃이 물가에 무리져 피어났었고 연이어 보라빛 클로버 꽃무리가 그리고 지금은 연한 빛 키큰 들풀과 하얀 치자꽃이 아름답게 무리져 있다

 

듣기론 천년 전에 시작된 세계 최초 토목 공사라고 한다.

두 강이 합쳐지는 곳이 아주 자연스럽게 단장되어 있고 적당한 거리마다 1미터 높이로 물이 시원하게 떨어져 내려 그 소리도 귀를 즐겁게 한다

멀리 눈을 들면 동양화에 나오는 여러 겹의 산들이 연하게 보인다

 

천년이란 소리만 들으면 660년 전쟁에 멸해 죽음을 피하려 이리로 왔다는 백제인들이 만든 거로구만 하는 생각이 즉각 들지만 그 자랑도 이젠 수구러졌다. 

천년너머 유지 관리 발전시켜온 공이 더 크다는 걸 느끼기 때문이다

 

그 강을 거의 매일 걷고 있는 것이다

 

매일 필운동 골목길과 집 바로 뒤 배화여고 교정, 사직공원과 경복궁 담을 걸었었다

걸음을 조금 넓히면 청계천도 걸어 갔다.

 

300년 너머 된 한옥이 바라보기엔 좋으나 춥고 불편하여 세계 첨단의 신감각 아버지는 이제 그만 편한 양옥으로 가자고 했고, 어머니는 시를 짓고 사랑의 추억이 많은 그 집을 차마 떠나지 못했었다. 다들 강남으로 가 집값이 폭락하고 시인의 한옥이 행길로 그렇게 뚝 잘려 나갔어도 어머니는 가신 아버지와의 사랑을 가슴에 품고 그 곳을 수 십년 지켰고 그 지킴을 내가 물려 받은 것이다.

누구 소유라기 보다는 아버지 어머니의 혼과 정신이 살아있는 공간으로 생각되었다.

 

물이 새고 어디가 터지고 어느 거 하나라도 손보지 않는 날이 없었고 유지 관리 보수 세금의 어려운 하루를 보내고는 한 밤 배화여고 운동장을 혼자 걸었다

 

이런 효녀가 없다고 하는 이도 어쩌다 있다

청개구리가 엄마 개구리 말을 안듣다 그 엄마가 가시며 반대로 해야 저 놈이 제대로 하겠구나 싶어 엄마 시신을 시내물가에 묻으라고 유언을 했더니 엄마 가시고 정신이 난 아들 개구리가 첨으로 그 말 곧이곧대로 시내에 묻고는 떠내려 갈까봐 그 옆을 지키며 개골개골 한다는 생각도 났다

 

어깨의 무거운 짐을 내리고 좀 쉬어도 본다는 게 느닷없이 동지사 대학 많은 양의 공부에 걸려 종일 긍긍대다 후유~ 한 밤의 가모가와 긴 강둑을 걷는다.

 

물을 마셔야 살기에 지구 어느 도시든 강을 끼고 시작되었겠지만 우리의 마음을 쓰다듬고 영혼을 적시기에 물만한 자연도 없다.

 

가모가와鴨川 (오리강) 이름에 걸맞게 거기엔 오리들이 노닌다.

어느 나라 어느 물에서나 오리는 꼭 쌍으로 다니는게 신기하다.

 

그런가하면 내가 걷기 시작하는 얕은 물가에 잘 생긴 하얀 두루미 하나가 홀로 서 있고 한 3백미터 다시 걸으면 또 하나가 거기에 우아하게 서 있어 혹시 쌍인데 서로 떨어져 찾고 있는 건 아닌가 어떻게 알려 줄 방법은 없을까 볼 제마다 애가 탄다.

 

데이트 상대가 생기면 '교토에서 함께하고 싶은 곳' 1위가 가모가와라는 말도 들었다.

 

후에 이 곳을  떠나게 되면 많이 그리워질 풍경이다

 

 

 

 

                    

 

                 押川 十里ㅅ벌에 해는 저물어 저물어

 

 

 

                 날이 날마다 님 보내기 목이 자졌다

 

                 여울 물소리 찬 모래알 쥐여짜는

 

                 찬 사람의 마음 쥐여짜라

 

                 바시어라 시원치도 않어라

 

 

 

                 역구풀 욱어진 보금자리

 

                 뜸북이 홀어멈 울음 울고

 

                 제비 한쌍 떳다 비아지 춤을 추어

 

                 수박 냄새 품어오는 저녁 물바람

 

 

 

                 오랑쥬 껍질 씹는 젊은 나그네의 시름

 

                 鴨川 十里ㅅ벌에 해가 저물어 저물어

 

 

 

 

 

                                                        정지용 

 

 

 

 

 

도심을 흐르는 이 강은 교토의 데이트하고 싶은 곳 1위로 뽑힌다  - 2015  4  20

 

두 물이 하나로 합쳐지는 곳에서 커플들이 물과 산과 하늘과 서로를 바라보다  - 2015   5   7

 

얕은 물에 새,거북 모양의 징검돌을 딛고 물을 건너고 위로는 윤기나는 까마귀가 날고  - 2015  5

 

                                                                            가모가와   2015  5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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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승신  시인, 에세이스트, 손호연단가연구소 이사장 

이대영문과 와싱톤 죠지타운 뉴욕 시라큐스 대학원, 교토 동지사대 재학중

방송위원회 국제협력위원, 삼성영상사업단, 제일기획 제작고문

 

저서 -치유와 깨우침여정, 숨을 멈추고, 오키나와에 물들다

삶에 어찌 꽃피는 봄날만이 있으랴, 그대의 마음있어 꽃은 피고 外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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