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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쿠라 하나미

  • 조회 3335
  • 2015.06.21 18: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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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15   5  20

 

 

 

                                              사쿠라 하나미 花見

 

사쿠라 라고 하면 우리에겐 묘한 기분이 든다

35년 간의 상처가 그 아픔과 앙금이 아직 해결되지 않아서일까

프랑스 영국 미국 서양 사람들이 반해서 바라보는 것과는 다르다

 

지난 십여 년, '교토의 사쿠라 이야기'를 여러번 썼다

우리보다 한 20여 일 먼저 피어나는 꽃을 보고 그 아름다움과 피워낸 수고에 놀라, 열달을 품어 호된 진통으로 새 생명 피워내듯, 일년 내 진통하다 단 며칠 피워내는 그걸 보아주지 않으면 안된다는 생각이 들었고 봄마다 1시간 비행기를 탔었다

그리고는 그 꿈틀거리는 생명을 조용히 바라다 보았다

 

그러나 이번엔 일본 오기 45년 만에 처음으로 장기간이 된 점도 있고 몸 담은 도시샤 同志社 대학의 하드 스케줄로 캠퍼스의 꽃말고는 못보다, 져내리는 것이 안타깝기만 하여 끝에 못참고 보러 나섰다

 

집 앞 고쇼御所 속, 품위있는 소나무 곁에 우아한 여왕으로 피어나는 하늘이 내린 몇 그루의 사쿠라, 그 절제와 표현할 길 없는 아름다움의 '고다이지'高臺志 정원의 딱 한 그루의 사쿠라, 그 앞길 '네네노 미치' 길에 피어난 꽃무리, 기요미즈테라淸水社 오르는 언덕길 돌계단 위로 홀로 높이 서 그 안에 서보는 커다란 우산처럼 둥글게 피어나는 그 꽃, 헤이안징구 平安神宮의 밤하늘 별보다 더 많은 분홍 별천지, '묘신지'의 땅끝까지 늘어진 수 십미터 너비의 진분홍보다 더 붉은 시다레자쿠라

'철학의 길' 2키로 운하 도랑 양 옆으로 길게 늘어선 2, 3 백년은 족히 되었을 소메이자쿠라, 빠른 전차를 타고 25분 가면 나오는 '아라시야마'의 30미터 키로 자유로운 춤사위를 보이는 시다레자쿠라 숲

 

교토의 수도 없이 많은 봄꽃 가운데 여러 해 발품으로 꼽아 본 이십여 군데 중 이 봄에 마주한 대여섯 곳의 꽃들이다

 

내가 와싱톤에서 일본이 일찌기 건네 준 4천그루를 보고 그랬듯, 많은 관광객들이 눈에 들어오는 그 화려한 빛과 눈부신 아름다움에 경탄을 한다. 만일 세계에 사쿠라 올림픽이 있다면 교토의 사쿠라가 단연 월등한 금메달일 것이다

 

그러나 지난 세월, 삶을 좀 살아보고 바라보는 꽃은 같은 꽃이라도 그 수고함과 단 며칠을 피우기 위해 긴 겨울 물을 끌어올리고 끌어올리고 몸통이 헤지고 갈라지는 고통을 껴안은채 피워내는 그 애처러움이 달랐다 

 

더 시간이 흘러 차분히 바라다보는 지금, 우리를 16세기 침략했던 토요토미 히데요시가 죽고 부인 네네가 기도하려고 지었다는 고다이지高臺志의 한 그루 사쿠라, 교토가 천년의 도읍일 때 천황의 성이었던 고쇼御所의 굵고 커다란 아름드리 사쿠라 무리, 저들이 말없이 바라보았고 하나하나 몸에 새겨져 있을 그 역사가 가슴에 들려온다

 

하얀 핑크 연두빛 노란 보라 진홍의 꽃 빛깔과 겉모습에만 넋을 잃었던 것을 부끄러워하며 그 흠짓난 굵은 몸에 귀를 갖다 대었다

해마다 늘어났을 그 영혼의 나이테를 그리며 내 속의 나이테를 헤아려 본다

 

깨닫는만큼 보인다고 했던가

꽃을 피우는 것도 바라다보는 것도 삶을 살아가는 것과 많이 다르지 않았다

 

 

                    

                 역사의 상처

                 그 눈물을 별꽃으로 피워내는가

                 사쿠라 하나미花見

 

                 그 꽃구경

 

                 손짓하며 저가 바라보는

                 사람구경

 

 

 

  

 

 

 

 


                      아라시야마의 춤추는 수많은 키 큰 시다레자쿠라  - 2015  4  5                    

 

'철학의 길'을 따라 긴 운하가 흐르고 양 옆엔 오래묵은 사쿠라가 - 2015  4  7 

 

  교토의 묘신지 妙心志, 빗속에 흘러내리는 찐분홍 베니 시다레자쿠라  - 2015  4  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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